[주성하의 서울살이] 일제도 경악할 김정은의 공포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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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사회안전성이 지난달 22일에 발표한 포고문이 이번 주 남쪽에서 공개됐습니다. 제목이 ‘사회주의제도의 안전과 인민의 생명재산을 침해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할 데 대하여’라고 돼 있던데, 워낙 이런 포고문이야 정기적으로 나오는 거라 북한에서 사는 사람들은 무덤덤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포고문이 밝힌 범죄 유형에는 ‘당정책 시비중상’ ‘간부들과 가족 폭행’, ‘반체제 행위’ ‘어린이 유괴’, 강도, 강간 등 현재 북한 내부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대목이 그대로 나옵니다. 그러면서 포고문은 “범죄자들은 사상적으로 썩을 대로 썩은 혁명의 극악한 원쑤, 이 나라 공민이기를 그만둔 추악한 인간쓰레기들”이라며 “법기관들은 범죄자들을 모조리 색출하고 법적 칼날로 가차없이 징벌하여 사등뼈를 꺾어놓을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언제는 인민의 낙원이라고 선전하더니 범죄가 얼마나 많길래 이런 협박을 해대는 걸까요. 그리고 사등뼈를 꺾어놓는다는 게 뭡니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인데, 김정은, 김정일이 수시로 쌍욕을 해댔다는 증언도 많습니다.

그런 쌍욕이 노동당 선전선동부 검열을 거치면서 “장군님께서 심려를 하셨다”는 식으로 고쳐져 여러분들에게 전달되는 겁니다. 그래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는 법이죠. 김여정의 성명을 보십시오. 그게 30대 여자가 할 소리들입니까. 윗물이 그러니 아래도 수시로 상스러운 말을 쓰는 것이 당연시된 것이 북한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사등뼈를 꺾어놓겠다면 놀라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외부 사람들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입니다. 어디 국가 성명에서 그런 저질 표현을 씁니까.

김정은은 아사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내부를 통제하기 위해 또 숙청이라는 망나니 칼춤을 추려나 봅니다.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어 민심을 잡으려는 수법은 김일성 때부터 늘 하던 건데, 배운 게 그것밖에 없는 김정은이 자신을 향한 인민의 분노를 이렇게 때려잡으려 하겠죠. 이미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저는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숨을 쉬고 사는지 참 볼수록 기가 막힙니다. 저도 그 땅에서 살았던 사람이긴 하지만, 지금도 돌아보면 어떻게 저 땅에서 내가 살았는지 생각할수록 끔찍합니다.

지금 세상 그 어디에도 잔혹성이 북한의 발끝에도 따라가는 나라가 없고, 과거까지 돌아봐도 북한만큼 인민들에게 잔혹한 나라도 거의 없었습니다.

북한에서 노인들이 신세를 한탄할 때 종종 하는 소리가 있죠. “일제 때도 이보다 나았다” 이런 말인데, 일제 식민지 시절은 그럼 북한과 비교를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사례를 하나 들겠습니다. 일제 때 가장 끔찍했던 형무소가 어딥니까. 서대문 형무소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도 서대문형무소의 악명은 잘 아시죠. 김일성의 회고록에서도 수시로 서대문형무소에 끌려가 죽었다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럼 그 서대문형무소에서 도대체 몇 명이나 죽었을까요.

이건 기록이 다 남아있어서 확인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1908년부터 1945년 사이, 즉 일제 강점기 37년 동안 서대문형무소 사형 집행 대장을 보면 모두 493명이 처형된 것으로 나옵니다. 이건 독립투사는 물론이고, 살인범 등 흉악범까지 다 포함된 숫자입니다. 처형된 사람 중에서 독립투사로 한국 정부가 인정한 사람은 92명입니다.

37년 동안 493명이 처형됐으면 1년에 처형된 사람은 13.3명입니다. 독립투사로 한정하면 37년 동안 92명을 처형했으니 1년에 2.5명의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그때 독립투사는 우리 민족에겐 위대한 투사이긴 했지만, 일본의 눈에는 일본인들을 살해한 극악한 테러범쯤 보였겠죠. 북한에서 반당반혁명종파분자 취급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일제도 법정에서 재판은 정확히 하고, 정말 예외적이지 않으면 함부로 죽이지 않았습니다. 일제시대 가장 악명이 높은 서대문형무소에서 처형한 독립투사가 매년 두세 명에 불과하다는 게 바로 그 증거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어떻습니까. 뭐 숙청바람이 불었다 하면 몇 백, 몇 천 명이 몇 달 새에 재판도 없이 죽습니다. 장성택 사건, 심화조 사건, 푸룬제 사건 이런 사건 때에는 1000명 단위로 죽고 수 만 명의 연관자와 가족이 정치범수용소로 가거나 산골에 유배를 갑니다.

학교에선 일제의 만행을 가르치지만, 북한은 일제와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죽이는 사람의 숫자가 몇 백배 차이가 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처형방식도 비교 불가죠. 서대문형무소에선 조용히 사형장에서 처형하지만, 북한은 애들까지 다 모아놓고 잔혹한 처형장면을 관람시킵니다. 심지어 가족을 맨 앞에 앉혀놓는 천인공노할 만행도 서슴없이 저지릅니다. 이게 인간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벌어질법한 일입니까.

일제와 나치는 타민족에게 만행을 저질렀지만, 김정은은 자기 민족을 이렇게 말살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훨씬 더 악랄한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제 시기엔 목숨 걸고 독립투쟁을 해도 본인만 체포되고, 아주 예외적 상황이 아니면 처형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김일성은 빨치산 지휘관이었고 일본군도 죽이고 했음에도 가족은 만경대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반체제 활동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자기를 향해 욕만 해도 본인을 죽이고, 가족을 다시는 나올 수 없는 수용소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이후에 사라졌던 멸문지화, 부관참시형까지 다시 꺼내든 것이 바로 ‘이민위천’이라는 달콤한 말로 포창한 북한 김 씨 왕조입니다.

이런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극악한 지옥에서 여러분들이 하루빨리 해방될 수 있도록 저도 서울에서 김정은 세습 독재 왕조와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하며 오늘 방송 마치려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