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낙동강에서 전멸한 105탱크 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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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이 이번 주에 105땅크(탱크)사단을 방문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앞서 13일에 김정은은 신형 땅크라는 것을 타고 “우리 군대가 세계에서 제일 위력한 땅크를 장비하게 된 것은 크게 자부할만한 일”이라며 “제105땅크사단 관하 구분대들처럼만 준비돼도 전쟁 준비에 대해서는 마음을 푹 놓겠다”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김정은이 방문한 덕분에 105땅크 사단 병사들은 모처럼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됐습니다. 김정은은 이 부대를 방문해 “조국해방전쟁 시기 수많은 전투들에서 혁혁한 무훈을 세움으로써 자기의 빛나는 이름에 ‘근위’ ‘서울’ 칭호를 새겼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105땅크사단이 개전 석 달 만에 모두 전멸했다는 것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죠. 여담이지만 중앙청에 제일 먼저 땅크를 몰고 왔던 지휘관은 나중에 투항해 북한 침투부대 대장으로 활약했고, 1990년대까지 자신이 땅크를 타고 돌파했던 서울 미아리 근처에서 큰 식당을 운영했습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이 일제히 남침을 시작했을 때 남쪽에는 대전차 무기가 없었습니다. 북한은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이는 당시 병력 비교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북한군은 중국 내전에 참여한 전투력 풍부한 병사들이 주력인 20만 명의 병력이 있었지만, 한국군은 10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북한은 또 소련군이 철수하며 물려주거나 이후 지원해 준 T-34 땅크 242대, 자주포 150대 이상, 장갑차 54대가 있었지만, 한국군에는 땅크, 자주포, 장갑차가 한 대도 없었습니다. 전투기도 북한이 211대나 있었지만, 한국은 연습용 경비행기 22대만 있었습니다. 병력 자체가 비교 안 되는 데, 무슨 배짱으로 북침합니까.

6월 25일은 일요일이라 많은 국군 병사들이 휴가를 나갔습니다. 이 틈을 타 북한이 땅크를 앞세우고 남침을 시작했는데 대다수 국군 병사들은 땅크란 것을 처음 봤습니다. T-34가 당시엔 최신 땅크라 한국군의 구식 포로도 뚫리지도 않고, 결국 수류탄을 안고 육탄으로 몇 대를 까긴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땅크를 막을 수 없다보니 개전 초기에 국군은 낙동강까지 밀리게 됐습니다.

북한군도 김일성이나 류경수나 빨치산 경험만 있고 기갑부대 운영 경험이 없었습니다. 전쟁학자들은 김일성이 전술만 좀 알았어도 6.25전쟁에서 이겼을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가령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같은 경우 구데리안 같은 장군이 땅크 부대를 앞세워 프랑스를 점령했고, 소련도 모스크바 일대까지 단숨에 밀고 들어갔습니다. 이런 전술을 연구해 북한도 독일식 전격전을 펼쳤다면 한국군이 방어선을 만들기도 전에, 미군이 참전하기도 전에 부산까지 밀고 내려왔을 겁니다. 하지만 김일성은 땅크를 보병과 똑같이 운영하다 보니, 땅크들이 보병의 이동속도에 발을 맞추어 천천히 진격했고, 결국 시간을 잃어버렸습니다.

북한군이 내려올 사이 한국군은 낙동강에 방어선을 폈고, 미군도 배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낙동강 방어선에서 처음으로 미군의 M26 땅크와 북한군 땅크와의 전차전도 벌어졌는데 북한군이 패배했습니다. 북한군이 낙동강에서 패배하고 후퇴할 때 남진했던 105땅크사단 땅크들은 단 한대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인천상륙작전 때 소련에서 지원받아 후방에 예비대로 편성돼 있던 몇십 대의 T-34 땅크들이 급히 투입됐지만 이 역시 모두 전투다운 전투도 펴지 못하고 모두 파괴됐습니다. 이때는 미군이 공중을 장악했기 때문에 도로로 이동하는 북한군 땅크들을 폭격으로 간단하게 파괴했습니다.

류경수가 지휘하던 105땅크사단 땅크들이 남쪽에서 한 대도 살아남아 돌아가지 못한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우선 초기에 대전차 무기가 전무하던 국군 부대가 낙동강 전선에선 미군으로부터 대전차포와 로켓, 대전차 지뢰를 제공받았고, 여기에 미군 땅크부대도 참전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저게 무슨 강철 괴물인가” 싶어 공포에 떨던 병사들도 전투를 거듭하면서 땅크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도 한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유엔군의 참전으로 북한군이 제공권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전투에서 파괴된 땅크보다 폭격으로 파괴된 땅크가 더 많았습니다. 인천상륙작전 때 방어하려 달려오던 땅크들도 전부 폭격에 파괴됐습니다.

셋째 이유는 보급 때문이었습니다. 땅크도 끊임없이 정비하고 수리해야 하는데, 낙동강까지 오면서 고장 나는 땅크를 신속하게 수리하지 못했습니다. 철도가 계속 폭격당하니 부품들이 도착하지 못했고, 연료도 떨어져서 꼼짝달싹 못했습니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김정은이 그렇게 위훈을 세웠다고 칭찬하는 105땅크사단이 6.25전쟁 석 달 만에 전멸한 부대였다는 사실을 여러분에게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중공군 참전 이후의 재진격에서도 북한군 땅크부대가 활약했다는 얘기 역시 여러분들은 들은 바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김정은이 몰았다는 신형 땅크도 세계에서 제일 위력한 땅크가 아닌 제일 한심한 땅크라는 것도 여러분들이 알기를 바랍니다. 자세히 설명할 수 있지만, 딱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포신을 보십시오. 북한은 소련이 1947년에 생산한 T-55 땅크를 1991년에 가서야 마침내 복제해 자체 땅크를 만들었고, 천마호라고 지칭했습니다. 신형 땅크 주포를 보면 천마호와 똑같습니다. 이런 구식 주포로는 한국군 땅크 장갑을 격파할 수 없어 옆에 불새 미사일을 따로 달았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한국군 땅크나 미군 땅크를 보시게 된다면 세계에서 제일 위력하다는 황당한 거짓말도 단 몇 초 만에 알게 될 것입니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하고는 인민을 향해 북한군이 세계 최강이라고 거짓 선전을 하는 김정은이 점점 더 불쌍해집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