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가 요청한 노래 ‘뒤늦은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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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에는 남쪽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화제가 됐습니다. 1일에 동평양대극장에서 김정은이 참가한 첫 번째 공연이 진행됐고, 3일에 보통강구역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두 번째 공연이 열렸습니다.

첫 번째 공연에는 1,500명 정도 와서 듣고, 두 번째 공연 때에는 1만 2000명 정도가 참가했습니다. 첫 번째는 김정은이 오는 행사라 당 간부 같아 보이는 사람들하고, 모란봉악단과 같은 1급 예술단 배우들이 많이 왔었습니다. 두 번째에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왔던데, 그때도 예술계통 관련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남쪽에선 이번에 가수 11개 팀이 갔습니다. 이중에서 조용필, 최진희, 이선희, 백지영 이런 가수들의 노래는 북에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은은 백지영이 부른 ‘총 맞은 것처럼’ ‘잊지 말아요’ 이런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 단장으로 가서 옆자리에 앉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백지영이 어느 정도의 가수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라면 “한 백 명 안에는 들 거 같다”고 대답했을 것 같습니다. 여긴 실제 재능 있는 가수들이 너무 많거든요.

저는 북에서 태어나 살았지만, 지금 북한 노래를 들으면 질립니다. 반세기 째 부르는 방식이 똑같습니다. 백지영 노래는 아주 애절한 것이 특징인데, 김정은이 그런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에 크게 주목받은 일이 김정은이 직접 노래를 요청해서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사랑의 미로’로 유명한 가수 최진희에게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공연 뒤엔 최진희를 만나 “그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고요.

김정은이 요청한 노래는 ‘뒤늦은 후회’라는 제목의 노래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노래를 요즘 남쪽에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뒤늦은 후회’는 33년 전인 1985년에 어느 앨범에 포함된 노래인데, 워낙 가수도 많으니 이렇게 나왔다가 잊혀지는 노래가 태반입니다. 게다가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당시엔 뛰어나긴 했지만, 1990년에 과로와 수면제 복용으로 불과 29살 때 사망했습니다.

그렇게 옛날 노래이니 가수 최진희조차 “무슨 노래지?” 하고 찾아봤다고 합니다. 그만큼 한국에선 무명의 노래인데 김정은이가 딱 한곡 요청했는데 바로 이 노래를 요청한 것이죠. 그래서 이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저도 찾아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듣고 보니 “아, 김정은이 지금 이런 심정인가” 싶어 참 안쓰러워졌습니다. 쓸쓸한 가사에 외로운 독재자의 심정이 뚝뚝 묻어납니다.

‘마음이 외롭다. 지금 내 곁엔 아무도 없다. 슬프다. 사랑도 떠났다. 남은 게 하나도 없다. 이렇게 살아온 내게도 잘못이 있다“ 이런 가사가 쭉 흐릅니다. 한번 직접 들어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자 이제. 시작됩니다.

(노래 가사)

창밖에 내리는 빗물소리에 마음이 외로워져요 / 지금 내 곁에는 아무도 아무도 없으니까요

거리에 스치는 바람소리에 슬픔이 밀려와요 /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아서 살며시 눈감았지요

계절은 소리없이 가고요 사랑도 떠나갔어요 / 외로운 나에겐 아무 것도 남은게 없고요

순간에 잊혀져 갈 사랑이라면 생각하지 않겠어요 / 이렇게 살아온 나에게도 잘못이 있으니까요

어떠십니까? 고모부 장성택까지 죽인,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독재자의 고독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연상인 현송월을 사랑했지만, 결국 아버지와 장성택의 반대에 부딪쳐 다른 남자의 아내로 떠나보내야 했던 그런 아픔이 새삼 느껴지는 건 아닐까요?

김정은이 1980년대 나온 이 노래를 어떻게 아냐고 한국에선 놀랍니다. 그래서 김정일이나 김정은의 모친 고용희가 즐겨 부르던 노래가 아닌가, 여기선 그런 생각도 합니다. 저도 알 수는 없지요.

다만 김정일은 일본 노래와 러시아 노래를 즐겨 불렀습니다. 김정일이나 고용희 모두 예술성, 감수성이 뛰어나 슬픈 노래를 부르며 눈물까지 흘렸는데, 김정은도 그런 피를 물려받았습니다. 당장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도 에릭 클랩턴이란 유명한 영국 가수를 졸졸 따라다니며 해외에 나가 음악을 듣는데 워낙 마음이 연약해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동생 김정은도 그런 기질이 있을 겁니다. 김정은도 저렇게 뚱뚱해도 관현악단에서 틀린 음정을 집어낸다고 합니다. 이렇게 예술적 기질이 뛰어난 사람들은 우울했다 기뻐했다 화를 냈다 하면서 정서의 폭이 극단을 오갑니다. 장성택을 죽이곤 그가 건설한 민속공원까지 다 밀어버린 것을 보면서 저는 김정은이 조울증이 있는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외로움과 고독, 두려움을 삭히느라 밤마다 술을 먹다보니 저렇게 살이 찐 것이라 추측해봅니다..

저는 김정은이 이왕 이 노래를 좋아한다면 마지막 구절 “이렇게 살아온 나에게도 잘못이 있으니까요”를 곱씹어 떠올리기를 바랍니다. 내 잘못이 뭔지 떠올리고, 세습 왕조의 왕자로 태어났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개과천선해서 체제 유지만을 위해 살지 않고 인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고 결심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