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청명 한식은 잘 보내셨습니까. 벌써 코로나로 이동이 제약 당한지 3년째라 산소가 멀리 있는 분들은 다녀오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매년 봄이면 조상님 산소를 찾고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면서 보내는 게 우리 민족의 전통인데, 요새는 식량 사정도 빠듯해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외부 세상에서 사는 입장에서 북한을 들여다보면 정말 화만 날 뿐입니다.
이번 주 월요일에 노동신문 1면 사설을 보셨나요. ‘당중앙의 크나큰 믿음대로 당 선전일군들은 출력 높은 확성기, 잡음 없는 증폭기의 역할을 다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1면을 거의 다 할애해서 실었더군요. 뭐라고 했냐면, “자기 수령의 사상과 권위를 옹위하기 위함이라면 목숨도 기꺼이 바치는 열혈의 충신, 풀뿌리를 씹어 먹어도 혁명만 할 수 있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투철한 혁명가가 바로 우리 당이 바라는 참된 선전일군”이라고 주장했는데 그걸 보니 기가 막힙니다. 목숨을 바치라는 말이야 늘 듣던 말이니 그러려니 한데 풀뿌리 씹어 먹어도 혁명만 할 수 있다면 그만이라고요? 그런데 왜 그 풀뿌리는 인민만이 씹고, 김정은은 주지육림도 모자라 프랑스에서 최고급 와인을 사오고, 스위스에서 에멘탈 치즈를 사오고 그러면서 혼자 140㎏짜리 뚱보가 됩니까.
김정은만 잘 먹는 게 아니죠. 최근 공개된 딸 김주애도 보십시오. 영양 과잉의 통통한 체형에 해외에서 수입한 수천 달러짜리 고급 옷을 입고 다니고요. 이설주도 온몸에 외국제 명품과 엄청 비싼 시계를 차고 다니고요. 여러분들의 자녀들은 지금 발육상태가 어떻습니까. 북한 전체를 통 털어서 김정은만큼 뚱뚱한 사람이 어디 있고, 김주애만큼 통통한 여자애가 어디에 있습니까.
제가 북에서 살 때는 김정일 통치 시절이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절에 사람들이 굶어 죽던 때 북한은 “장군님이 쪽잠에 줴기밥을 드시면서 전선 시찰을 이어간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지만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쪽잠에 줴기밥을 먹으며 하루 종일 열심히 시찰을 다닌다는 김정일의 배가 남산만큼 큰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제가 남쪽에 와서 잘 먹어보니 술과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다 배가 나오더군요. 저도 지금 배가 많이 나와서 고기를 될수록 먹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북한도 배가 나오면 간부 배라고 하지 않습니까. 열심히 일하는데 배가 나오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잘 먹고 몸을 움직이지 않고 놀아야 사람이 살이 찝니다.
김정은도 요즘 보니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고 선전하더군요. 새벽 4시까지 일한다며 사진도 공개하는데, 그 사진을 위해 간부들 잔뜩 불러다 회의하는 사진도 찍었고요. 아니 일을 왜 새벽에 합니까. 낮에 일하고 밤에는 자야죠. 그렇다고 김정은이 낮에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을 봤습니까. 평양에만 틀어박혀서 지방은 거의 찾아가지도 않습니다. 그런 김정은이 인민에게 나를 위해 죽고 풀뿌리만 씹어 먹으라고 합니다.
여러분, 김정은이 시키는 대로 풀뿌리만 씹어 먹으면서 혁명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당연히 굶어 죽습니다. 너무 억울하지 않습니까. 김일성의 회고록을 보면 그가 다른 항일 빨치산과 찍은 사진들이 나옵니다. 그걸 보면 김일성과 옆에 전우들이 다들 삐쩍 말라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제대로 먹지 못하면 김일성도 다 그렇게 말라 버립니다. 인간의 몸을 가진 이상 이건 불변의 상식입니다. 나중에 김일성도 북한의 왕이 되니 뚱뚱해지지 않았습니까. 잘 먹어서요.
김정은도 인민에게 풀뿌리를 씹으라고 하기 전에 자기부터 풀뿌리는 씹는 모범을 보여줘야 인민들이 따르죠. 유례없는 고도비만 환자가 다른 사람에겐 풀뿌리를 먹으라고 하면 누가 그 말을 따릅니까. 혁명을 김일성 시절부터 3대나 이어 거의 100년을 했는데, 그 혁명의 끝이 뭐 길래 인민은 3대 넘게 풀뿌리나 씹어 먹어야 합니까. 사람이 태어나서 기껏 80살 살면 오래 사는데, 도대체 한번 왔다가는 몸이 왜 혁명이란 것을 하면서 죽을 때까지 풀뿌리를 씹어야 합니까. 혁명도 다 잘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제가 아까 김정일 시절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뚱뚱한 배를 한껏 내민 김정일은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군부대를 찾아가긴 했습니다. 어딜 가나 경제가 파탄 나 갈 곳이 없으니 특정 부대를 준비시켜놓고 몇 달 동안 식량 창고도 채워 넣고, 영양실조 군인들도 다른 부대에서 바꿔치기 해서 건강한 것처럼 만들어놓은 뒤 거기에 갔죠. 일을 한다는 인상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서 병실에 들어가 예술 공연을 관람하고, 식당에 들어가 기쁜 척 표정을 짓고, 은색 기관총과 쌍안경을 선물로 주고 기념촬영하고 돌아오는 똑같은 짓을 10년 넘게 했습니다. 정말 지겨웠죠.
지금 김정은은 그 짓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지금도 전선길 타령입니다.
송도원야영소에 가보면 “장군님은 전선으로, 아이들은 야영소로”라는 구호가 붙어 있습니다. 김정은이 언제 전선에 갔고 아이들은 언제 야영소에 가봤습니까. 그런 구호가 창피하지도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전쟁하는 상황도 아닌데 저 혼자 편집증 환자처럼 미사일 쏘는 데만 집착하는 꼴을 보다보면 정말 화가 납니다.
이번에 노동신문에 등장한 ‘풀뿌리 타령’은 또 얼마나 이어질까요. 저는 ‘풀뿌리를 씹어 먹어도 혁명만 할 수 있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혁명가’가 김정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외친 혁명의 본질은 인민은 풀뿌리를, 지도자는 주지육림에 빠지는 것뿐이었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