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훈장 준다고 애를 더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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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태양절을 맞아 북한 당국이 자녀를 많이 낳은 여성에게는 영웅 칭호를 주더군요. 첫 사례로 노력영웅 3명, 노력훈장 6명, 국기훈장 2급이 138명, 국기훈장 3급이 507명 그리고 2917명에게 공로 메달이 수여됐습니다.

그걸 듣고 몇 명을 낳으면 영웅이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공로 메달 받을 정도면 3명은 낳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계산하면 국기훈장 3급은 4명, 2급은 5명, 노력훈장은 6명, 그리고 영웅이 되려면 최소 7명은 낳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가 북에서 자랄 때에는 자식이 7명인 집이 흔했습니다. 보통은 계속 딸만 태어나니 끝까지 아들 낳겠다고 밀어붙이다가 7명까지 낳은 사례가 많긴 하죠.

저는 이번 결정을 보면서 요즘 북한도 얼마나 애를 낳지 않으면 저렇게 영웅 칭호까지 주면서 출산을 하라고 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를 낳지 않으면 문제가 많긴 하죠. 북한은 일단 군대 숫자가 줄어들 것이고 생산 인구가 감소합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그러니까 CIA에서는 북한의 출산율을 1.9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라가 인구가 유지되려면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합니다. 남녀가 결혼해서 2명은 낳아야 인구가 유지되긴 하지만, 아이가 자라다 사망하는 비율도 있기 때문에 2.1명으로 보는 겁니다.

미 중앙정보국의 자료가 정확한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인구 숫자를 극비리에 숨겨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모든 나라들은 인구를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하지만 북한만이 유일하게 인구를 숨깁니다. 북한은 인구가 국력이라고 생각해서 약해보이지 않기 위해서 인구 조작을 항상 했습니다. 인구가 많다고 해야 군대가 많은 것처럼 허세를 부릴 수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비밀보고서를 입수해 보니 북한 인구는 2000만 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1980년부터 인구 통계를 보니 항상 한국의 절반에 맞춰 발표해 왔습니다. 한국이 4000만 명이라고 발표하면 북한은 2000만 명이라고 하고, 한국이 4500만 명이라고 하면 북한은 2250만 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의 인구가 5200만 명이라고 하니 북한은 2600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누구도 알 수가 없죠. 왜냐면 누가 북한에 들어가서 공정하게 인구조사를 하겠습니까.

지금 북한이 발표한 인구는 20% 정도 부풀려져 있는 것인데, 현재 2000만 명도 조만간 유지 못할 겁니다.

그럼 북한에서 왜 애를 낳지 않을까요? 낳아봐야 키우는 부담이 고스란히 부모 몫이 되기 때문입니다. 배급 받지 못하고 끼니걱정하며 사는데, 입이 하나 더 생기면 부모의 허리는 더 휘게 됩니다.

이번에 영웅 칭호를 받은 여성들은 7명이 넘게 낳아서 어떻게 벌어 먹이는 걸까요.

식량만 부담입니까. 학교에 가면 각종 세외부담이 또 얼마나 많습니까. 학교에서 내라는 것을 무시할 수도 없고, 애가 여럿이면 도무지 한 가정이 부담할 수준이 못돼서 그런 집 아이들은 항상 학교에 가서 벌을 서야 합니다. 그렇게 애를 키우고 싶겠습니까.

그런데 나라에서 해주는 것은 없으면서 또 17살만 되면 군대나 돌격대로 빼앗아 갑니다. 북한에서 군대에 나간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닌 나라에 바친 아이라고 하죠.

한창 피가 끓을 20대 청년들을 10년씩이나 군에 잡아두니 출산율이 어떻게 높아지겠습니까. 20대에는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또 애를 키울 밑천도 마련하고 해야죠.

한국은 지금 군 복무가 1년 반인데도 그것도 길다고 하는데 북한은 해도 해도 너무 하죠. 상식적으로 북한 발표대로 인구가 한국의 절반이라고 하고, 양쪽 병력 숫자를 똑같이 유지하려고 하면 북한군 복무 기간은 3년이면 됩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죠. 군인들을 노예처럼 부리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겁니다. 군에 나가면 어디 훈련만 합니까. 각종 공사장에 끌려가서 노동을 해야 하고, 또 탈북하는 사람을 잡으려고 국경에도 잔뜩 갖다가 뿌려놓고 그렇게 허비합니다.

비록 작년부터 군사복무 기간을 줄였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7년이고, 또 복무기간이 끝난 청년들은 농촌에 가서 2~3년씩 의무적으로 일하게 한다면서요.

이러면서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것은 참 이율배반적 모순입니다. 영웅 칭호나 훈장을 준다고 애를 낳습니까. 훈장이 밥을 먹여줍니까, 세외부담을 대신 해줍니까.

지금은 이렇게 생산인구가 모자라니 별 수단과 방법을 다 고안하지만 과거엔 애를 많이 낳지 말라고 선전하던 때도 있었죠. 그 전지전능하신 수령 김일성이 예전에 뭐라 했습니까.

1980년대에 제가 기억하기에도 ‘하나는 좋고, 둘은 많다. 셋은 양심이 없고 넷은 미욱하다’ 이러면서 산아제한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훈장을 받은 여성들은 김일성의 기준으로 미욱한 여성들이라는 것입니다.

온갖 것을 다 유훈이라며 지키겠다는 북한이 왜 김일성이 미욱하다고 말한 여성들, 특히 더 미욱한 여성일수록 이젠 영웅 칭호를 주다니요. 정말 상전벽해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김일성의 지시, 또는 김정일의 지시가 과거에도 맞지 않았지만, 지금에 와서도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저번 시간에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아직도 반세기 전에 김정일이 썼다는 영화예술론 같은 것이나 찬양하고, 주체사상이 어쩌고 이러며 변화를 거부하니 북한이 어찌 발전하겠습니까.

애를 낳았다고 훈장이나 준다고 출산율이 높아질 리가 만무하죠. 북한 여성들도 바보가 아닌데, 훈장이나 받겠다고 그 큰 부담을 뒤집어쓰겠습니까. 북한이 정 출산율을 높이겠다면 일단 군 복무 기간이라도 확 줄이고 애를 많이 낳으면 배급이라도 제대로 주는 게 올바른 정책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