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북한의 본질을 드러낸 경루동 주택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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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태양절 명절 전에 평양에는 기뻐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중에서도 새로 조성한 고급주택단지인 경루동에 입주한 사람들이 제일 기쁠 것 같습니다. 북한 매체에 김정은이 이춘희 아나운서와 함께 다니는 사진 많이 실렸던데, 그 보통강 주택구에는 노력혁신자, 공로자, 과학자, 교육자, 문필가들에게 입주권이 주어졌다고 합니다.

작년 9.9절에 중앙당 잔디밭 야외 연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이번에 집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 연회장에서 김정은의 양옆에 이춘희 아나운서와 김옥주 가수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던데 김옥주도 아마 보통강에 좋은 아파트 하나 받았겠죠.

저는 그걸 보면서 정말 화가 났습니다.

1945년 해방 후 김일성이 뭐라고 했습니까. 공산주의 사회로 가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공산주의로 간다면서 거의 80년 가까이 인민을 채찍질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거꾸로 세상에서 손꼽히는 가난한 국가가 됐고, 외국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 왔습니다. 공산주의가 뭡니까. 다 같이 잘 살고, 다 같이 잘 먹고 산다는 이상향이 아닙니까. 사회주의는 공산주의로 가는 과도기 단계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 모습은 어떻습니까. 보통강 주택구가 바로 지금 북한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봅니다.

김정은의 눈에 든 사람만 특별대우를 받고 지방의 대다수 노동자, 농민은 여전히 쓰러져 가는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똑같은 인격을 가진 존재로 살아야 하는데, 누구는 특혜를 받고 누구는 사람 취급도 못 받아야 합니까. 김정일 시절에도 선물 주택은 있었지만, 이렇게 통이 크게 하사하는 문화는 없었습니다.

지금 북한은 공산주의로 간다고 선전하고 사실상 봉건 왕조를 만들었습니다.

왕조는 왕과 신하, 양반과 중인, 천민으로 철저하게 신분이 갈린 제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 김씨 체제가 새로운 신분제를 만들어 인민들을 철저히 차별하고 있습니다.

과거 조선 이씨 왕조와 북한의 김씨 왕조를 한번 비교해 볼까요. 지금 북한에서 왕은 제가 더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알겠죠. 김정은이 왕이고, 이설주가 중전마마이고, 김여정이 공주입니다. 현송월은 후궁쯤 되겠고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은 대군쯤 되겠죠. 이런 왕의 가족은 다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봉건 왕조에서 벼슬은 정1품 정승, 정2품 판서하는 식으로 18계단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지금 보통강 주택구에 집을 하사받은 사람들은 과거라면 정5품 벼슬 안에서 공로를 세운 양반과 가족쯤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씨 일가를 위해 봉사하고 큰 과오 없이 은퇴하면 대대손손 자식까지 혜택을 입습니다. 출신성분이 좋다고 좋은 대학에 가고, 간부 벼슬도 세습하고 그럽니다. 지금 평양에 사는 사람들은 조선시대의 양반 계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지방을 착취해 자기들만 뗑뗑 거리며 좋은 집을 지어놓고 삽니다. 이번에 사동, 송신 지구에 입주한 사람들도 직업이 뭐든지 최소한 중인 계층은 되는 사람들입니다.

평양 시민이 아무나 됩니까. 출신성분 다 따져서 철저하게 거주권을 주지 않습니까. 1976년 판문점 도끼 사건 때 평양에서 출신성분이 나쁜 사람들은 소개란 명분으로 모두 지방으로 쫓겨 갔습니다. 그 이후에도 평양은 여러 차례의 성분 조사를 통해 성분이 나쁜 사람들을 지방에 내려보냈습니다. 결과 지금 평양에는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들만 살게 됐죠. 출신성분이란 바로 조선왕조의 신분제가 현대의 양식에 맞게 변경된 김씨 왕조의 새 계급도입니다.

반면 지방은 어떻습니까. 거기서 간부를 해봐야 그냥 조선왕조 시절의 하급 양반에 불과한 겁니다. 능력 있으면 평양에 가지 지방에서 간부를 하겠습니까. 그런 소수의 지방 간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김씨 왕조에서 천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 농민 계급은 그 출신 성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특히 농민의 경우 자녀가 태어나면 역시 농민이 되어야만 하는 법이 엄연하게 존재합니다. 군대에 갔다 와도, 대학에 갔다 와도 부모가 농민이면 다시 농촌으로 배치합니다. 이 계급의 굴레를 벗을 수가 없이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젊은 날 7년 이상을 바쳐야 하는 군대는 또 어떻습니까. 양반집 자식들은 절반도 채우지 않고, 그것도 뇌물을 먹여서 편안한 부대에 가거나 심지어 후방 공급을 한다며 집에서 놀면서 부대에 지원품 좀 보내면 끝입니다. 강원도 산골 등 전방에서 복무기간을 꽉 채워 군 생활을 하는 군인들을 보면 하나같이 천민 집안입니다.

북한에는 심지어 노예도 존재합니다.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수십만 명의 정치범들이죠. 이들은 죽어도 좋은 쓰레기 취급을 받으면서 매일매일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요덕관리소, 수성관리소 등 북한의 수많은 관리소에 있는 정치범들이 생산한 석탄과 식량, 공업품은 수출돼 김씨 가문의 사치품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반역죄로 처형된 역적의 집안은 8촌까지 노비로 팔아먹었는데 북한은 정치범수용소에 보내 노예로 삼고 있습니다. 공산주의를 건설한다고 사기 치고, 김씨 일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당반혁명종파분자로 몰아 수백 만을 학살하고 만든 것이 바로 김씨 왕조입니다. 이제는 천민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아주 당당하게 평양에 인민의 혈세를 몽땅 끌어다가 최고급 주택 단지를 만들고 김 씨 만세를 열심히 부른 양반 계층에게 당당하게 나눠줍니다.

암울한 일은 북한에서 이런 출신 성분의 굴레가 저절로 벗겨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김씨 왕조가 존재하는 한 간부 집 자식은 또 대를 이어 간부가 되고, 천민의 자식은 계속 천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21세기에 이런 기가 막힌 세상이 북한밖에 또 어디 있습니까. 이런 미개한 세상은 하루빨리 무너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