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적반하장의 ‘워싱턴 선언’ 비난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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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새 북한 내부에선 연일 한미 정상 사이에 체결된 일명 ‘워싱턴 선언’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고 한·미 정상의 허수아비를 태우는 화형식까지 진행하고 있더군요.

매일 사람들 불러내서 집회를 하면 뭐가 달라집니까. 그 많은 사람들을 집회나 할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하게 했으면 얼마나 잘 살겠습니까. 가난하게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세상 어느 나라가 국민들을 저렇게 관제 집회의 소모품으로 수시로 활용하고 있답니까. 지구상에서 오직 북한이 유일하고 그래서 북한이 가난한 겁니다.

그렇게 가난한 처지에서 또 무슨 비싼 정찰위성을 띄운다고 하다가 망신만 당하고 있죠. 작년 12월에 김여정이 올해 4월에 정찰위성을 띄우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아직도 못 띄우고 있습니다.

남쪽에서 4월이 되니 “지금쯤 정찰위성 띄운다고 하지 않았나”하고 궁금해 했는데 김정은이 이를 또 수습하려고 4월 18일에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가 비상위원회까지 만들고 무조건 제 시간에 띄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위성은 아무리 김정은이 너를 총살한다고 협박해도 뚝딱 만들 수 없는 겁니다. 그게 얼마나 정교하고, 얼마나 비싼 장비들이 많이 들어갑니까. 수천 개의 부품 중에 하나만 작동 실수가 나도 위성이 가동 못합니다. 선진국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성공하는 것이 우주개발 사업인데, 북한이 한 번도 실험도 하지 않고 정찰위성 쏘자마자 가동한다면 그건 정말 기적이겠죠.

그런 위성을 만들어 올리자면, 해외에서 공부를 한 우수한 인력도 필수적인데 북한은 유학도 잘 보내지 않으니 선진 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김정은은 이빨도 나지 않은 아이에게 콩밥을 씹으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점점 돈이 많이 들어가는 군사기술에 몰두하다보면 북한 경제는 그만큼 후퇴하게 됩니다. 그것도 필요한 것도 아니고 과시용으로 경쟁하고 있으니 제 정신인가 싶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처럼 돈 많은 나라들하고 군비경쟁을 하다보면 북한이 어떤 처지가 될까요. 소련처럼 되는 겁니다. 소련이 과거 강대국이긴 했지만 미국하고 국방비 경쟁을 할 능력은 안 됐는데, 주제도 모르고 국방비에 돈을 쏟아 넣다가 결국 경제가 파탄 나고 망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김정은이 그 길로 가는데 본인은 의식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기야 북한 인민들 중에는 김정은이 그렇게 하다가 망하길 바라는 사람이 꽤 있긴 하겠죠.

지금 사람들 불러내서 워싱턴 선언 규탄 집회를 하는 것도 여러분이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보십시오. 한반도에서 핵은 누가 먼저 만들었습니까.

1991년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채택하고, 결과 한국에 있던 미국의 핵무기도 몽땅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선언의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1993년에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국제원자력기구를 탈퇴하면서 먼저 도발을 했습니다. 이후 제네바 선언을 통해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 대가로 신포에 원자력발전소도 건설해주고, 매년 중유도 50만 톤씩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포 경수로가 한창 지어지던 와중에 김정일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했습니다.

그러면 남쪽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상대가 치명적인 무기를 만들고 협박하면 여기도 같은 무기를 만들어 대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한국은 그렇게 무지몽매한 나라가 아니고, 국제 규정을 지키며 사는 나라입니다. 한국이 기술이 없어 핵무기를 못 만드는 게 아닙니다. 세계적인 기술 강국이고, 원자력 발전소 기술도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석 달이면 핵무기 만듭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고, 더구나 우리도 핵을 갖고 있으면 북한에 핵을 폐기하라고 요구할 명분도 없어지기 때문에 핵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김정은이 뭐라고 했습니까. 핵무기를 한국에 쏘겠다고 협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어도 미국과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 동족에게 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남쪽의 좌표를 공개하며 핵 협박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남쪽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이겠습니까. 유사시 한국이 핵 공격을 받게 되면 핵무기로 북한에 보복해주겠다고 약속한 동맹국 미국을 찾아가 더 확실한 안보 보장 약속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찾아가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협박하는데 미국이 좀 더 확실하게 핵 협박으로부터 한국을 수호할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만들었기 때문에 유사시 전쟁이 터지고, 한국이 핵무기로 공격을 받더라도 미국은 본국이 보복 공격을 받을 우려 때문에 한국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시선도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요청에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미국 대통령의 약속으로 북한이 한국을 핵 공격하면 우리는 북한 정권을 없애버리겠다고 담보했고, 이를 문서화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잠수함을 한국에 수시로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이 잠수함 한 척에 실려 있는 핵무기는 북한의 96개 도시를 한꺼번에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연일 규탄하는 워싱턴 선언이란 것이 이렇게 돼서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걸 규탄한다니 여러분들 보기에도 말이 되지 않죠. 칼로 찌르겠다고 수시로 협박해놓고, 협박당한 당사자가 “경찰 아저씨, 저 깡패가 칼로 나를 찌르면 꼭 도와주세요”라고 했다고 적반하장으로 집회 열고 규탄하고 화형식하고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북한이 하는 일이 말이 되는 게 거의 없지만, 이번 경우도 여러분은 말이 되지 않는 집회의 소모품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