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위간부들의 중국 참관을 보며

0:00 / 0:00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반도에 봄이 오나 했더니 이번 주에 또다시 찬바람이 쌩쌩 불어 닥치네요. 요즘 분위기를 타고 남쪽에선 아직 북미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벌써 북한과 교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었습니다.

우선 통일부는 6·15 남북공동행사 준비를 위한 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6·15를 비롯해 남북 모두에 의의가 있는 날들을 계기로 당국과 국회·정당·지방자치단체·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 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암초가 생겼습니다. 북한이 16일에 고위급 회담을 열어 6·15 공동행사, 적십자회담, 8·15 이산가족 상봉 이런 세부 협상을 벌이기로 했지만, 북한이 먼저 제안했다가 9시간 만에 또 자기들이 먼저 중단한다고 통보했습니다. 구실은 미국이 북한을 겨냥한 군사연습을 하고 있고, 영국 북한 대사관에 있다가 망명한 태영호 공사의 책 출판 기념회가 14일에 열렸다는 점을 들었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죠. 군사훈련 이미 한창 진행 중인 거 다 알고, 태영호 공사가 출판기념회 하는 거 다 알고, 알면서 제안했다 그걸 트집 잡은 거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북한의 무기한 연기 통보로 남북공동행사 개최는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아직 북미 정상회담 기간도 한 달 가까이 남았으니, 그동안에 한국을 한번 길들여 고분고분하게 만들려는 속셈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제 앞으로도 북미 정상회담 열릴 때까지 이런저런 트집과 불평을 많이 할 것 같은데, 그래서 저는 이왕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날 거면 빨리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6월 12일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네요. 지금 순풍을 타던 남북관계가 북한이 돌연 이것저것 트집 잡으며 교류 안한다고 선언한 마당에서도 남쪽 여기저기에선 그래도 계속 교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령 17일에도 한국에서 최고 대학인 서울대 학생들이 김일성종합대학과 학생교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하고, 두 학교 학생들이 함께하는 평양 역사 유적 답사 등 교류 프로그램 진행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될지 여부는 의문입니다. 제가 예전에 김일성대를 졸업하긴 했지만, 그래도 워낙 다른 대학은 몰라도 김대는 남쪽 서울대 학생들을 받아들여 평양 역사 유적 탐사까지 같이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얻는 것이 많으면 그렇게 하겠죠. 그러니까 제안을 하면, 이걸 받으면 서울대에서 얼마를 빼먹을 수 있을까 이걸 고민하겠죠.

그런데 서울대 대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 그냥 가서 보자는 걸로는 북한이 절대 받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가장 사상 교육이 잘 돼야 하는 김일성대 학생들이 남쪽에 물들 까봐 부들부들 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쪽 인민들까지 화해협력의 온기를 느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고위급 간부들은 지금 중국에 나가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에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노동당 친선참관단이 14일부터 들어와 여기 저기 다니고 있습니다. 박태성 부위원장이 16일 시진핑 주석을 만났는데, 이때 “중국의 경제건설과 개혁개방 경험을 학습하기 위해 중국에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방중은 김정은 지시라는 점도 분명히 말했습니다.

제가 볼 때는 김정은이 화끈하게 뭘 하려는데 북한이라는 우물 안에서 평생을 살아온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보나마나 “장군님, 이거 하면 큰일 납니다. 이건 이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면서 시시콜콜 걱정했을 것 같습니다. 가령 김일성대와 서울대 교류 사업 같은 것도 김정은이 그냥 해주라고 말해도, 저러면 우리가 사상적으로 와해될 건데 이러면서 떨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이번 참관단 방문은 김정은이가 답답해서 “당신들 중국에 가서 직접 눈으로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번 구경하고 와라” 이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완고해지지 않습니까. 70살이 지난 노동당 간부들이 중국에 가보고 와서 눈이 번쩍 띄어서 “우리도 이제 인민들 통제 살살하고, 저렇게 잘 삽시다” 이렇게 크게 바뀔 것 같진 않습니다. 저들이야 말로 북한의 기득권 세력들인데 이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냥 당중앙 간부로 대접받고, 자식들에겐 권력을 이용해 재산을 불려 물려주고 이러는 게 편할 겁니다. 실제로 권력만 있으면 북한에서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쉽습니까.

아무튼 이번 참관단은 오자마자 중국의 최첨단 전자기기 단지인 중관춘이란 곳을 보고, 농업과학원을 가보고, 철도 사업 하는 회사도 가봤습니다. 이제 상해도 가보고, 중국의 최남단에 있는 중국의 개혁개방의 상징인 선전이라는 도시도 가본답니다. 큰 변화는 없어도 그냥 돌아가서 우리식 사회주의 최고야, 중국처럼 하니까 나라가 통제가 안 되더라 이런 말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에 나오면 여기 젊은 여성들은 팬티 길이의 바지를 많이 입고 다니고, 거리에서 남녀간 애정 표현도 자유로운데, 아마 북한 늙은 간부들의 눈에는 이것만 보면 “중국이 개혁 개방하더니 완전히 부화방탕해졌다. 말세다 말세”이러고 한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자기들의 손녀와 손자들은 중국에 나오면 절대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요? 실제로 중국에 부모 따라 나왔던 무역일꾼 자녀들은 소환령이 떨어지면 들어가기 싫어서 울고불고 난리가 납니다. 젊은이들에겐 중국이 너무 좋거든요.

그러니 노동당 간부들도, 이제는 살만큼 살았으니, 이제부터는 제발 북한의 젊은이들, 자기들 손자 손녀가 살고 싶다는 나라로 만들어주기 위해 좀 노력해주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