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물가 상승과 북한 체제의 내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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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방송을 하는 지금 저는 미국 휴스턴에 있습니다. 6월 15일 서울을 떠나 텍사스 휴스턴에 왔는데 일요일에 이곳 한인 수백 명 앞에서 ‘북한의 현실과 한민족의 미래’라는 강연을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습니다.

저로서는 2년 반 만의 해외여행입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는 해외에 7번이나 다녔는데 코로나가 퍼진 이후 외국을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해외에 나갔다 오면 보름 동안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지침이 있다 보니, 보름이나 격리되면서 외국을 다녀와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 등 많은 나라들도 해외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7일 내지 15일을 격리하도록 했습니다. 결국 외국 다녀오면 격리 기간이 거의 한 달이 되는데 이러면 진짜 중요한 일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해외에 나갈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격리 조치가 해제됐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격리할 의무도 없고, 미국에 도착해서도 격리되지 않습니다. 이제 세계는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코로나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만, 이젠 한국도 확진자 숫자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고, 미국도 각종 제한을 다 풀어서 정상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코로나가 여러 변이를 거쳐 오미크론까지 왔는데 오미크론은 또 사망률이 매우 낮아 젊은 사람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까지 없습니다.

텍사스 휴스턴은 직항이 없어 한 번 갈아타고 오는데,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올 때 17시간, 갈 때 19시간 정도 걸립니다. 미국으로 올 때는 편서풍을 타고 바람을 등지고 오기 때문에 비행기가 빨리 오고, 돌아갈 때는 맞바람을 맞으며 비행하기 때문에 비행시간이 두 시간 정도 차이가 납니다.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벌써 코로나가 풀린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코로나 방역 제한이 풀리면서 그동안 해외로 나가지 못했던 사람들이 저마다 외국으로 나가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시장경제가 아닙니까.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제가 이번 강연을 작년 12월에 승낙했는데, 그때는 휴스턴까지 오가는 비행기 표가 1,200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새 6개월 사이에 왕복 항공권 가격이 3,000달러를 넘었습니다. 무려 2.5배나 상승한 것입니다.

이유를 가만 보면 코로나가 터져서 해외여행이 거의 바닥을 치자 여객기를 운영하던 항공회사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습니다. 손님이 90% 이상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놀릴 수도 없으니, 결국 여객기의 좌석을 떼서 수송기로 개조해서 화물을 날랐습니다. 이게 완전 성공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작년의 영업이익은 재작년에 비해 무려 12배나 상승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객기를 화물기로만 운행해도 손해가 크게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다시 여객 수요가 돌아오니 이젠 다시 좌석을 달아서 여객기로 돈을 벌어야겠죠. 아직 여객기로 돌아오지 않은 비행기들이 많습니다. 즉 비행기가 모자란다는 말입니다.

두 번째로 코로나 방역이 진행되다 보니 비행기가 많이 오면 방역 당국이 그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검사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정부는 하루에 들어오는 비행기 숫자를 제한했습니다. 즉 과거에 하루 200대가 날았다면 이젠 100대만 날아간다는 뜻입니다. 이건 지난 8일부터 정부가 다시 원점으로 여객기 숫자를 돌려놓았는데, 갑자기 100대가 날던 것이 200대로 바뀌겠습니까. 연말까지 서서히 비행기 숫자가 늘어나겠죠.

세 번째 이유는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모든 물가가 상승합니다. 러시아는 원유와 가스의 주요 수출국인데, 전 세계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제재해 러시아의 주요 재정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막았습니다. 그러니까 국제 유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자세히 하는 것은 시장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 때문에 세계 모든 물가가 어떻게 상승했는지를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전 세계 물가가 상승하면 가난한 나라들부터 타격이 큽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주요 식량 수출국이자 원유 수출국입니다. 식량이나 원유 가격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 비료 생산 대국인 러시아가 비료를 수출하지 못하면서 다른 주요 식량 재배국들의 작황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식량 가격이 높아지면서 가뜩이나 외국에 빚이 많은 나라들은 식료품 가격을 잡는데 외화를 쓰다가 나라 경제가 망합니다. 인구 2,200만 명의 스리랑카는 이미 국가 부도를 선언했습니다. 이렇게 국가가 부도가 나고, 물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빈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하게 됩니다. 2010년 시작된 아랍의 봄을 통해 튀니지,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 이집트 등 중동과 아프리카 북부 지역의 독재 정권들이 줄줄이 무너졌습니다. 지금 지구상에 남아있는 독재 국가들이 몇 되지 않습니다. 북한이 가장 악랄한 독재정권이죠. 북한도 원유는 외국에서 사오고, 식량을 수입하려고 해도 너무 비싸 못 사오는 데다 돈까지 없어 물가가 치솟을 겁니다. 그런데 북한은 워낙 독재가 강해서 사람들이 그냥 굶어 죽지 시위를 못 합니다.

미국으로 오는 비행기표를 사면서도 저는 북한을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모든 물가가 상승하게 되면 북한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북한이 버틸 수 있는 내구력은 어느 정도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어야 북한 체제가 붕괴될까 등을 생각했습니다.

미국에서 북한의 현실과 한민족의 미래라는 강연을 하지만, 과연 북한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저도 답답합니다. 하루빨리 북한 독재 정권도 무너져서 여러분들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마음껏 여행을 다니는 날을 맞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