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부정부패로 무너진 러시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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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정은이 6.25전쟁 종전 70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매년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해 북한의 남침 공격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사람들을 기리고 있습니다. 전쟁이란 것이 한 번 터지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숨지고, 그 상처는 70년이 돼도 아물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한반도는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됐지만,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 중입니다. 작년 2월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생한 이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부상을 당하고 있습니다. 양측이 사기를 고려해 정확한 전사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벌써 각각 수십만 명의 전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쪽 통계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볼 수 있는 미국 국방부의 추산에 따르면 4월 기준, 그러니까 두 달 전에 벌써 러시아 사상자는 19만∼22만 명 사이, 이중 전사자가 최대 4만3,000명이고, 우크라이나는 12만∼13만 명의 사상자에 이중 전사자는 최대 1만7,500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더 많겠죠.

우크라이나는 작은 나라이지만, 서방의 지원을 받아 선진 무기 체계를 운영하면서 낡은 무기로 싸우는 러시아보다 적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전쟁 시작 전에는 세계 군사력 2위로 꼽히는 러시아가 세계 22위로 꼽힌 우크라이나를 단 며칠 만에 점령할 것이라고 다들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달랐습니다. 러시아는 사상자도 우크라이나보다 2배 이상 많고, 지금은 공격할 힘도 다 잃어버리고 방어에만 급급합니다. 그나마 우크라이나의 사상자는 민간인까지 다 포함된 숫자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공습하고, 무차별 폭격을 해서 민간인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아직 러시아 영토 공격은 삼가고 있어, 러시아의 사상자 20만 명은 실제 병력이 입은 피해를 의미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하면서, 모자라는 병력은 감옥 죄수들까지 석방시켜 바그너라는 민간 용병회사에 넘겨 충당했습니다. 6개월 싸우면 형기를 없애준다는 조건입니다. 그래서 살인자와 같은 강력 범죄자들이 전선에 투입돼 싸웠는데, 얼마 전에 이 부대가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수천 명이 전선에서 물러나 모스크바로 진격했는데, 800㎞ 거리를 하루도 안 돼 이동해 모스크바 200㎞ 외곽까지 갔습니다. 이 정도 거리면 차로 3시간이면 모스크바에 들이닥칠 판인데, 다행히 막판에 반란군이 유혈사태 막겠다고 해산해서 푸틴이 한숨 돌렸죠.

이 과정에 보여준 러시아의 무능 역시 고스란히 전 세계에 전해졌습니다. 수천 명이면 한 개 여단급 병력인데, 이들이 고속도로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도로에 굴착기로 땅을 파서 차가 오지 못하게 만드는 정도가 대응이었고, 모스크바 외곽에 출동한 방어군은 자동보총 정도 들고 엎드려 있었습니다. 반면 반란군은 중무장하고 탱크까지 차에 싣고 이동해서 대비됐죠. 경무장한 보병은 전차를 앞세운 중무장 군대를 절대 이기지 못합니다. 모든 군부대를 탈탈 털어서 전선에 보내다 보니 모스크바를 방어할 병력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걸 보면서 저는 러시아 군사력이 지금까지 얼마나 허울에 불과했냐를 다시 느낍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는 어마어마한 병력과 능력을 보유한 것처럼 큰소리를 치고는 내부적으로는 강군을 만드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런 러시아 군대는 한국과 싸워도 비교가 되지 않고 패배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북한과 러시아가 전쟁해도 북한이 이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러시아군은 무능하고 허술한 약점을 도처에 노출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북한군은 안 그렇겠습니까.

저는 러시아군을 보면 북한군을 어떻게 저렇게 많이 닮았나 싶습니다. 가장 문제 되는 것들이 바로 부정부패입니다. 전쟁 전까지 수십 년 동안 막대한 국방비가 지출은 됐습니다. 그런데 그게 대다수가 증발돼 비리로 탕진됐습니다. 그 돈으로 고위급 장성들이 저저마다 초호화 요트를 산다고 러시아 전직 외무장관도 탄식을 했습니다. 푸틴도 그걸 몰랐을 겁니다. 하긴 러시아에서 제일 호화롭게 사는 것이 푸틴인데 아래 장성들이 뭘 배우겠습니까.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자기들도 승진에 쓴 뇌물을 뽑으려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요.

러시아 전투기가 뜨면 자꾸 우크라이나에 격추됩니다. 예전에 러시아는 전투기에 미사일을 요격하는 장치를 만들어 달려고 수천 만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걸 만든다는 공장에 가보니 낡은 노트북 2대만 있었습니다. 다 빼먹은 거죠. 그것도 4년 만에 알았습니다.

원자로로 가동되는 키예프급 군함에 원자로를 새로 갈아야 한다고 해서 예산 나갔는데, 알고 보니 원자로 수리 자체가 필요 없었습니다. 이런 사례는 엄청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밥 차를 노획하고 보니 싹이 난 초록색 감자나 양파 몇 개만 나옵니다. 식량 담당자가 다 해 먹은 거죠.

신병을 모집하면 군복과 군화는 물론 총도 못 줍니다. 가족들이 외부에서 장화와 군모, 방탄조끼, 배낭, 침낭, 상비약 등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가야 합니다. 군에서 보급해야 할 장비들인데, 누군가 다 떼먹은 겁니다. 전투에 투입된 군인들은 약탈하다가 서로 총을 쏘고, 전리품을 차에 실어 러시아로 보냅니다. 이건 마피아입니다.

이렇게 부패한 나라가 어떻게 이깁니까. 이걸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러시아나 북한이나 거기서 거기 아닌가 싶죠. 아니죠. 오히려 북한이 더 부패했습니다. 어디 부패만 문제입니까. 부패한 곳에 정신력이라고 살아있을 리가 없습니다. 종전 70주년을 앞두다 보니 군대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시간이 다 돼서 다음 시간엔 정신력 문제 한번 다뤄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