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불쌍한 삼지연 건설 간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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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주말에 김정은이 삼지연을 찾아가 노발대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화를 낸 이유는 “국내 관광객용 여관을 발전하는 시대적 요구와는 근본적으로 대치되게 낡고 뒤떨어진 기준으로 허술하게 시공”했다는 것이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간부들이 감독을 허술하게 하고 방치했다는 것입니다.

국가건설감독상 리순철 등의 이름까지 언급하면서 “사상적 해이와 직무태공이 얼마나 극도에 이르렀는가.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초보적인 도덕과 자격도 없는 덜 돼먹은 자” 등의 거친 욕설도 내뱉었습니다. 이번 일로 여러 간부들이 또 목이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처벌을 받게 될 간부라면 정말 억울할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하라고 말만 하고 가끔 찾아와서 욕설이나 하지 솔직히 건설할 때 자재를 대줍니까, 먹을 것을 대줍니까.

김정은에게 건설 책임자를 맡겼으면 그것보다 훨씬 더 못했을 겁니다.

저는 삼지연에서 건설한다고 할 때부터 이미 부실 공사가 심각하리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북한 어딜 가나 부실공사가 없는 곳이 있겠냐만은 삼지연은 훨씬 더 심했을 겁니다.

삼지연 건설은 북한 다른 공사장들과 똑같은 건설 과정을 거쳤습니다.

김정일이 지시를 하면 각 지방에서 돌격대가 만들어져 수만 명이 들어와 건설하는데, 자재도 내각과 각 시군이 알아서 할당해 해결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늘 부실 공사가 뒤따릅니다.

우선 ‘2020년 10월 10일까지 완공’ 이런 식으로 날짜를 못 박은 것부터 잘못입니다. 그런 속도전식이 부실 공사의 원흉임을 서울에 앉아 있는 저도 다 아는데 김정은의 머리로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가 봅니다.

삼지연은 특히 한반도에서도 가장 추운 곳이라 돌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북한 TV에선 한겨울에도 공사하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내보내는데 그게 자랑입니까. 겨울에 공사하려면 영하에서도 굳는 특수시멘트 등이 필수적인데 북한에 그런 것이 있을 리도 없고, 또 외국에서 사오려고 하면 너무 비쌉니다.

일반 시멘트도 없는데 특수 시멘트를 어찌 쓰겠습니까. 그런데 일반 시멘트로 겨울에 공사하면 나중에 다 벽에 금이 가는 등 부실 공사가 되기 싶습니다.

삼지연은 겨울도 길 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장마가 오는 곳입니다. 장마 기간에도 건설은 피해야 하는데, 김정은이 완공식에 온다는 이유로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날씨를 고려하지 않고 날짜를 못 박은 공사는 무조건 부실 공사가 됩니다.

두 번째로 자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데 어떻게 부실 공사가 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북한 매체들을 보니 삼지연 돌격대원들이 부족한 시멘트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에서 석회석을 캔다고 자랑합니다. 그게 자랑거리입니까. 없어서 대충 대용품을 쓰는 것인데,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돌려막아서 어찌 김정은이 바라는 세계적 건축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말입니까. 북한의 자재는 평양 1만 세대 공사 등 김정은의 눈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가다 보니 평양에서 먼 삼지연은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셋째로 공사에 동원된 돌격대원들에게 열의가 하나도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보상을 잘해주던가 하다못해 배불리 먹여주던지 해야 되는데 둘 다 안 됩니다. 솔직히 삼지연 건설에 끌려온 사람치고 간부 자식이 어디 있습니까. 제일 힘없는 노동자, 농민들만 끌려옵니다. 군인들도 억지로 동원돼 왔을 뿐입니다.

제가 들으니 삼지연 돌격대에게 주는 일일 식량은 450g에 불과했습니다. 이걸 먹고 어떻게 일합니까. 김정은에게 하루 450g을 먹이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겁니다.

반찬은 하루 세 끼 염장 무에 삶은 배추이고 소금국을 주고 그렇게 일을 시킵니다. 배고픈데 무슨 열정으로 건설을 합니까. 이들의 처지는 노예보다 못합니다. 옛날 노예주도 부려 먹으려면 노예의 배는 부르게 했습니다. 먹지 못해 노예가 쓰러지면 재산이 축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2천 만 노예가 있으니 얼마쯤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배가 고프면 눈에 보이는 게 없습니다. 배고픈 돌격대원들은 겨우 들여온 시멘트나 목재, 유리 등을 몰래 빼돌려 팔아먹었습니다.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할 때 건물은 멀쩡해 보일지는 몰라도 건물 안에 넣어 보이지 않는 배관, 도로 아래 들어가는 자갈 등등 보이지 않는 곳은 정말 대충해서 얼마 버티지도 못할 것이 뻔할 겁니다.

저도 아는데 김정은은 명색이 북한 지도자라는 사람이 그걸 모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가보니 제가 말한 대로 곳곳에서 부실 공사한 흔적들이 막 나타났겠죠.

일반적인 지도자라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그것부터 따져봐야 하는데 김정은은 그런 반성도 없습니다. 잘 되면 자기가 지도를 잘해서 그런 것이고, 못 되면 아래 간부들이 자기 말을 잘 듣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 책임을 간부들에게 들씌우는 것입니다. 제일 질이 나쁜 지도자들이 이런 사람들입니다.

북한에서 제일 동정을 받는 간부들이 원산과 삼지연 간부들이라고 합니다. 쩍하면 찾아와 시어머니 역정 내듯이 화를 내니 정말 견디기 어려울 겁니다.

반면에 김정은은 지금 집권 13년이나 됐지만 가지 않은 지역이 가본 지역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자기가 태어난 원산과 자기가 유학을 했던 스위스 알프스와 기후가 유사한 삼지연만 줄곧 찾아다닐 뿐 다른 지역은 관심도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지역만 다니면서 화만 내는 게 민족의 태양이고, 천출 명장이라면 솔직히 우리 민족 중에 태양이 되지 못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아직도 북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김정은을 지도자라고 받들고 있는 북한 인민이 딱할 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양성원, 웹편집: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