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23일 김정은이 신형잠수함을 건조했다고 현지시찰 나가서 자랑 많이 하더군요. 이 잠수함을 딱 보니 원형은 1950년대 소련이 만들었던 로미오급 잠수함 같습니다. 잠수함이 종류가 많으니 이렇게 로미오급, 유고급 이런 식으로 이름 붙이는데, 로미오급이면 1800톤급 잠수함입니다. 길이가 77미터 정도고, 54명의 승조원이 탑니다.
소련 잠수함을 중국이 1960년대 베껴서 만든 뒤 20척 정도를 북에 팔았습니다. 북한은 또 중국 설계도를 복제해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추었습니다. 이 잠수함은 그냥 어뢰를 쏘고, 유사시 부산항 같은 곳에 몰래 와서 기뢰를 매설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용도입니다. 북한에서 큰 잠수함의 대다수는 수심이 깊은 동해에서 활동하고 마양도가 주요 기지입니다.
그런데 김정은 들어서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개발하다보니, 기존의 잠수함으로는 탄도미사일을 실을 수가 없습니다. 잠수함에서 어뢰를 쏠 때는 눕혀서 싣고 다니다 쏘면 되지만,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미사일을 수직으로 싣고 있다 날릴 수 있는 발사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 잠수함에는 이런 수직발사대가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기존 잠수함의 설계를 급히 고쳐서 일단 몇 년 전에 시험용으로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 미사일을 여기선 신포급이라고 명명합니다.
그런데 신포급은 급히 개조한 것이고, 또 미사일 한발 싣고 다니려고 잠수함을 운용하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죠. 그래서 몇 년 동안 열심히 뜯어 고쳐서 이번에는 잠수함 높이를 확장해 수직발사대를 한 3개 정도 넣을 수 있게 고쳤습니다. 그 잠수함을 이번에 김정은이 시찰한 것입니다. 새롭게 설계를 변경한 것이니 신형이라고 할 수는 있는데, 엔진이나 다른 것들은 구식 그대로니 또 구형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잠수함은 운용 용도가 강대국과 많이 다릅니다. 미국이나 러시아는 대양을 가로 지르는 원자력 잠수함을 운영합니다. 한번 물 속에 들어가면 나오지 않고 태평양을 횡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잠수함 톤수도 1만 5000톤 이렇게 나갑니다.
그런데 북한의 잠수함은 대양에 나갈 수준이 못됩니다. 소음도 커서 멀리 다니면 발각되기 쉽고, 무엇보다 통신이 문제입니다. 잠수함은 물에 들어가면 외부와 통신이 단절됩니다. 수면 위에 올라와 무전을 치면 거의 다 발각됩니다. 물 안에서 케이블을 물에 띄워 통신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는 통신 거리가 극히 짧습니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은 이 때문에 잠수함이 뜨면 잠수함 근처에 전문 통신용 비행기를 띄워 본국과 임무를 주고받습니다만 북한은 그런 능력은 없습니다.
북한 잠수함은 크기에 비례해 발각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반면 2010년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130톤급 잠수함의 경우는 어뢰 두발만 싣고 다니는데, 이건 작아서 발각될 확률이 낮습니다. 하지만 기지에서 떠나 고작 몇 백 키로 반경만 운용이 가능하죠.
북한의 잠수함 전략은 그냥 전쟁이 일어날 위기가 조성되면 근처 바다에 들어가 숨어 있다가 동해나 서해에서 활동하는 한국과 미국 군함을 요격하는 것입니다. 북한 잠수함 수준에선 어뢰를 쏘면 거의 다 발각되기 때문에 사실상 자폭 공격입니다. 천안함은 평시였으니까 마음 놓고 다니다가 당했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한반도 하늘에는 북한 잠수함을 찾아내기 위한 각종 비행기가 떠다니고 바다에서도 잠수함 탐지 장치를 다 켜고 운용합니다.
한반도 위기 상황이 되면 북한 잠수함들은 일제히 기지를 떠나 바다에 들어가 숨어버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만든 잠수함도 핵탄두를 실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근처 바다에 들어가 숨어버리는 용도라 볼 수 있습니다. 즉 핵무기를 바다에 은닉하는 셈입니다. 통신 문제도 그렇고, 발각될 가능성도 높아서 멀리 가지도 못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전술이 전혀 쓸모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잠수함이 바다에 들어가 엔진을 끄고 숨어버리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령 1982년에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포클랜드 전쟁이라는 것이 일어났는데, 영국은 워낙 전통적으로 해군 강국이라 아르헨티나는 수상함을 항 밖으로 내보내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영함대의 어마어마한 위력 앞에 ‘산루이스’라는 이름의 잠수함 단 1척이 맞서 싸웠는데,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한 달 동안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 잠수함은 길이 55미터 정도로 작은 것인데, 독일에서 수입한 것이었습니다. 디젤잠수함은 또 독일제를 세계 최고로 쳐줍니다. 1980년대 잠수함이긴 하지만 당시 아르헨티나 잠수함은 잠항 깊이가 500m라 북한제 잠항 깊이 고작 200m짜리보다 훨씬 좋고, 무엇보다 소음이 가장 없는 독일 엔진을 달고 있어 은밀성은 최고였습니다. 아무튼 이런 잠수함 2척을 내보냈다가 한 척은 발각돼 항복했지만, 한 척은 요리조리 숨어 다녔죠. 이 한 척 때문에 천하의 대영함대가 불안에 떨었고, 어뢰와 폭뢰를 200발 이상 쐈지만 끝내 못 잡았습니다. 물론 당시 영국 함대들이 러시아 핵잠수함을 잡는다면서 재래식 잠수함 공격 장비를 떼어버린 이유도 컸습니다. 아르헨티나 잠수함도 영국 함정이 포착되면 어뢰를 쏘긴 했지만, 이쪽도 전쟁 전에 제대로 정비를 하지 않아 사격통제장치가 망가져 피해를 주진 못했습니다.
아무튼 산루이스의 일화는 최첨단 함대를 상대로 잠수함 한 척이 얼마나 큰 활약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아마 북한도 미국의 최강 함대에 맞서 자신들의 잠수함이 그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1950년대에 설계된 고물 잠수함으로 과연 세계 최강 미국에 맞서 그런 영웅적 투쟁이 가능할까요? 제가 볼 때는 자살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훨씬 더 큽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