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신의주를 비롯해 평북, 자강도, 양강도 일대가 이번 비로 큰 피해를 보았지만, 이걸 언제 다 복구할지 요원할 겁니다. 이런 속에서도 김정은은 미사일 발사 차량 250대를 김일성광장에 쭉 진열하고 자랑합니다. 그걸 만들 능력은 있는데, 수해 방지를 할 생각은 없었던 것입니다.
김정은의 머리 속에는 온통 전쟁과 대결 이런 것만 차있는 것 같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김정은이 최근 몇 달 동안 한국으로 오물풍선을 날려 보내고 있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죠.
5월 28일에 시작해 지금까지 10회에 거쳐 오물로 범벅된 종이 10㎏ 정도 매단 풍선 3,600개를 보낸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래봐야 쓰레기 양이 모두 36톤 정도입니다.
한국은 매일 55만 톤의 쓰레기와 폐기물을 처리하니 그깟 몇 톤 날아와도 전혀 괴롭지 않습니다. 돈도 없는 북한이 풍선에 오물을 만들어 매달고, 거기에 시간 맞춰 폭발하는 장비까지 수천 개 만들려면 괴롭겠죠.
가난한 신세에 사고도 가난한 것 같습니다. 오물 풍선 날리는 김정은을 보면서 그 정신연령이 몇 살이나 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하도 풍선이 수천 개가 날아오다 보니 그중에 하나가 지난달에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 부지에 떨어졌습니다.
북한이 보낸 수천 개의 오물 풍선들은 사실 북한이 보냈다고 표현하기보단 김정은이 보냈다고 표현하는 것이 훨씬 정확한 표현입니다. 북한에서 김정은의 지시 없이 이런 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걸 ‘김정은 오물 풍선’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그 오물 풍선이 가장 명중하고 싶었던 용산 대통령실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김정은은 얼마나 기뻤을까요.
빗자루로 쓱쓱 쓸어 담으면 되는 휴지조각이 좀 떨어진 것뿐인데, 김정은은 드디어 해냈다며 국가대항전 축구경기에서 역전골을 넣은 선수마냥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를 내지르진 않았을까요. 그동안의 사고방식으로 추정해보건대 충분히 그러고도 남습니다. 오물 풍선 배달 임무를 담당한 실무자들도 포상을 받았을 것인데, 돈이 없으니 상금보다는 훈장이나 승진, 입당과 같은 명예 위주의 포상을 받았겠죠.
저는 석 달 동안 오물 풍선에 천착한 김정은을 보고, 북한의 변할 수 없는 속성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오물 풍선은 북한 사람들이 태어나서부터 본능적으로 체득한 생존의 본능이 김정은까지 삼켜버렸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습니다.
북한에서 생존하려면 무조건 “극단적인 충성심이 나를 지킨다”는 것 하나는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합니다. 당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라고 하면 어떤 과격한 행동도 처벌받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 이러 저런 상황을 고려하면 우유부단한 자로 찍혀 처벌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특히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는 자는 충성심이 부족한 자일뿐입니다.
살기 위해선 김정은의 지시라도 깜빡 속으면 안 됩니다.
실례를 든다면, 김정은은 집권 하자마자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구호로 자신의 시대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혹시 이것이 진심인줄 알고 세계를 봤다면 그는 살아남기 어렵겠죠. 요즘처럼 국경을 물샐틈없이 폐쇄하고 외국의 것을 봤다고 ‘반동사상배격법’으로 닥치는 대로 처벌하는 북한에서 감히 눈을 뜨고 세계를 볼 생각을 어찌할 수 있단 말입니까.
김정은은 집권 이래 북한 간부들이 ‘인민의 심부름꾼’이 되라고 끊임없이 강조했습니다. 2년 전에도 당 대회에서 “인민의 당, 심부름꾼 당, 이것이 우리 당의 유일한 존재 명분이고 최고의 징표이며 영원한 본태”라고 연설했습니다. “궂은일과 마른일 가리지 않고 자기의 뼈와 살을 깎아서라도 인민들의 편리와 생활을 최대한 도모하는 것이 오늘 우리 당이 바라는 당 비서들의 기본자세”라고도 했습니다. 혹시 이 말을 믿고 인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생각한 당 비서가 있었다면 그는 자리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
정신 차릴 틈이 없이 하달되는 삼지연 건설, 평양 주택건설, 원산갈마관광단지 건설, 지방공장 건설 등에 자재와 인력을 어떤 방식으로든 쥐어짜서 보내는 간부가 바로 김정은이 바라는 당 일꾼이 아니겠습니까. 한밤중에 비상소집을 해 ‘러시아에 보낼 포탄상자를 24시간 안에 각자 두 개씩 바치라’는 지시를 완수하는 사람이 북한에서 충성심이 높은 당 일꾼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인민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인민을 악착스럽게 쥐어짜는 김정은의 심부름꾼이 돼야 북에선 간부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혹여 김정은이 집권하자마자 김일성광장에서 공개적으로 말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는 약속이 진심이라고 믿어도 간부의 자격이 없습니다. 숱한 사람이 굶주리고 있어도 김정은이 나타나면 “우리 관내 인민은 장군님 덕분에 허리띠를 풀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간부라야 북한에서 출세할 자격이 있습니다.
김 씨 일가가 3대째 집권하고 있는 북한에는 이제 양심을 갖고 진실을 말하는 간부의 씨가 말랐습니다. 오직 극단적 과격분자와 아첨꾼들만 득실댈 뿐입니다. 이제 이들은 김정은 주변에서 자신의 충성심을 입증하기 위해 끊임없이 과격한 주문을 속삭일 것입니다.
“풍선보단 드론을 서울 한복판에 박아버립시다.”, “적의 확성기들을 포사격으로 몽땅 날려버립시다.”, “삐라 보내는 한국 반동들을 처단합시다.” 이렇게요.
온건파가 사라진 북한은 끝없는 과격한 행위로 존재를 증명하려 했던 이슬람 테러단체들처럼 변하고 있습니다. 그 수장인 김정은은 인민을 머리에서 지운 채 오물 풍선 지휘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주변을 둘러싼 과격분자들의 충성심에 감동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려고 결심했다면, 북한의 미래는 더욱 암담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