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 일요일이면 브라질 리우 올림픽도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북한은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보다 더 저조한 성적을 냈습니다.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4개 땄는데 이번엔 2개 밖에 못 땄고 국가별 금메달 순위에서도 2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습니다.
김정은이 그래서 열 좀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집권해서 체육에 힘을 집중한다면서 얼마나 열심이었습니까.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도 과거엔 체육성 국장급을 대표단장으로 보냈는데 이번엔 최룡해까지 행차했습니다. 또 체육상과 체육성당 비서는 물론, 노동당 조직부 간부들, 근로단체부 부부장, 선전부 부부장까지 대거 따라갔습니다. 그만큼 이번 올림픽에 건 기대가 높았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에 김정은이가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인 최룡해를 불러다 금메달 몇 개나 딸 수 있겠냐고 물었답니다. 북한에서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최룡해가 4개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김정은이가 적어도 대여섯 개는 따와야 한다고 지시를 했답니다. 금메달을 많이 따서 자기의 영도력을 과시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 금메달이 김정은이 다섯 개 따라고 하면 따고, 여섯 개 따라고 하면 여섯 개를 땁니까. 이번에 올림픽에 와서 최룡해는 역성을 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김정은이 여섯 개를 따오라고 했는데, 첫 경기에서 믿었던 엄윤철이 은메달을 따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최룡해는 메달 수상식도 안보고 얼굴 찌푸리고 경기장을 나가더니 회의실에 역기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혼을 내는 모습도 기자들에게 포착됐습니다. 심지어 거리에 나가서까지 역정을 내더군요. 마지막 기대를 모았던 김국향까지 물에 뛰어들기 경기에서 본선에 올라가지 못하고 예선에서 탈락했습니다. 아마 최룡해는 북한에 돌아가서 크게 책임 추궁을 당할 것 같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아무리 최고 정예를 뽑아 훈련해도 가난한 나라는 돈 있는 나라를 따라 못 간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 계기가 됐습니다. 북한 체육이 금메달을 못 따는 이유는 설명하기 비교적 간단합니다.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먹지 못해 영양이 전반적으로 부실하다보니 선수를 뽑을 수 있는 후보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축구 경기 같은 데 나가면 북한 선수들은 상대팀에 비해 아이들 같습니다. 키가 작고 힘이 밀리니 이기겠습니까.
농구나 배구, 육상 등이 대표적이지만 체육도 잘 먹어서 키가 크고 힘이 좋아야 선수가 우승을 합니다. 북한엔 그런 키가 크고 힘이 좋은 아이들 자체가 적죠. 신체가 좀 되는 걸 보고 열댓 살에 선수로 뽑아서 갑자기 잘 먹여봐야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사람의 발육은 5살 이전에 얼마나 잘 먹었는지에 따라 많이 관계가 되는데, 5살 이전엔 또 선수될 줄 어떻게 알고 잘 먹이겠습니까.
반면 잘 사는 나라는 영양공급이 좋으니까 선수가 아닌 사람도 키도 크고 힘도 좋습니다.
또 경제력이 있어야 돈이 들어간 최고의 선진적 장비와 환경에서 최고의 훈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발전된 나라에 가면 작은 동네에도 북한 국제 경기장보다 더 좋은 경기장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누구나 운동을 생활화하게 되고 선수 뽑을 사람도 엄청 많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선 미국과 영국이 금메달을 제일 많이 따서 1등과 2등을 나눠서 했고,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경제력 순위로 금메달 순위가 결정됐습니다. 한국은 항상 올림픽을 하면 10위권 안에는 들어갔습니다. 런던 올림픽 때에는 금메달 순위로 종합 5위를 했는데, 올해는 성적이 그보다는 못합니다. 한국이 크지도 않은데, 스포츠 경기를 하면 강국을 따돌리고 앞서 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뿌듯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아무리 열심히 따라가도 안 되죠. 북한이 뭐 금메달 따려는 욕심이 떨어지겠습니까. 그래도 아무리 욕망이 커도 경제력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번에 역기에서 은메달을 딴 엄윤철 선수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역도 때 금메달을 땄을 때 비결을 묻는 기자들에게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갑자기 “달걀로 바위를 깰 수 있을까요?”하고 되묻더니 “김정은 원수님은 달걀로 바위는 깰 수 없지만 달걀에 사상을 넣으면 바위도 깰 수 있다고 했습니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런 정신으로 최선을 다했기에 애국가가 울려 퍼질 수 있었다고 큰 소리로 말합니다. 엄 선수의 말은 “위대한 사상의 힘은 무궁무진하다”고 선전해 온 북한 당국의 선전과 일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엄윤철 선수가 이번엔 사상을 적게 넣어서 은메달에 그쳤단 말입니까.
저는 사상을 넣은 달걀로 바위를 깰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어처구니없어 웃었습니다. 사상을 넣던 기술을 넣던 달걀은 달걀인 것입니다. 김정은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선전을 해대니까 북한 사람들이 다 바보가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노동당이 하도 사상과 정신력의 힘은 가장 위대하다고 선전하니까 미국하고도 전쟁해서 이길 수 있다고 믿는 북한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하고는 안 된다고 하는데 북한만 그리 믿고 있습니다. 21세기의 돈키호테가 따로 없는 겁니다.
미국이 한해 군사비로 쓰는 돈이 5000억 달러가 넘습니다. 국방비만 북한의 국민총생산액보다 20~30배나 많습니다. 그 돈이 다 어디 가겠습니까. 최고의 무장 장비를 갖추는데 다 들어가는 것 아닙니까. 북한도 마찬가지로 돈이 있어야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거고요. 하지만 노동당이 사상만 강조하니까 인민군인들도 반세기도 더 지난 고물 무기를 갖고 미국과 싸워 이긴다고 합니다. 밖에서 보면 정말 한심해서 말이 안 나옵니다.
사상만 강하면 뭐든지 다 해볼 수 있다고 믿는 신화, 그거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헛소리인줄을 이번 리우 올림픽을 보면서 북한 주민들이 깨닫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