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는 이래저래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일가의 한국 망명소식을 많이 접하셨죠. 저도 그 소식을 전하느라 지난 주말부터 늦게까지 일했습니다. 태영호 공사는 영국 대사관에서 대사 다음의 2인자이자 당세포비서도 겸했는데 지금까지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 외교관 중에서 서열이 제일 높습니다.
영국대사관이면 북에선 매우 중요한 외교공관입니다. 미국과 영국 이 두 개 국가에 파견된 외교관은 외무성에서도 제일 믿음직하고 충성심도 검증이 된 핵심들만 보내죠. 태영호 공사도 외무성 유럽담당 과장을 지냈던 사람이고, 믿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아내와 두 아들까지 함께 내보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외교관들은 3년 정도 외국에 나가 있으면 다시 불러들여 교육도 시키고 내보내지만 태 공사의 경우엔 10년이나 영국과 홍콩에 내쳐 있었습니다. 그리고 태 공사의 부인도 항일투사 오백룡 가문인데, 정확하게 말하면 오백룡의 남동생인 오백록의 손녀입니다. 오백록 자체도 인민군 사단장도 지냈고 나중에 사회안전부 부부장도 지낸 사람입니다. 그러니 태 공사의 부인은 오백룡과는 6촌이고, 오백룡의 아들인 오금철 전 공군사령관과는 5촌 관계입니다. 이 정도 빽이 되니까 외국에서 오래 붙어 있는 것이죠.
태영호 공사, 북한식으로는 정무참사로 불리는데, 이 사람이 영국에서 북한 체제를 홍보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장군님 무시하지 말라고 외국 신문 기자들과 싸우던 사람인데, 알고 보니 속으로 오래전부터 한국으로 오려고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태 공사나 여러분들이나 결국 아무리 겉으론 충성하는 척해도 결국은 자기의 미래와 자식의 미래를 고민하는 인간일 뿐입니다.
비단 태영호 공사뿐만 아니라, 유럽에선 6월에 당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 대성지도국 유럽총국장인 김명철이 두 아들과 함께 잠적했습니다. 이 사람 역시 20년 동안 서방국가에서 살았는데 평양에는 본부인을, 해당국가에선 현지인 부인을 두고 2중 생활을 했습니다. 얼마나 신임이 컸으면 외국에서 20년이나 두 아들과 함께 살 수 있겠으며, 평양에 가면 평양 여자와 살고, 서방에 나오면 서방여자와 살 수 있겠습니까. 이 사람이 북한에서 손꼽히는 자금세탁 전문가인데 그러다보니 이번에 잠적할 때 무려 3억 달러 이상이 든 현금 통장 갖고 사라져 지금 북한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그 현금에는 유럽에 있는 북한 대사관들 운영자금과 외교관들 봉급이 포함돼 있는데 당장 외교관들이 큰 일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유럽에 나온 외교관 중에선 제일 고참 격인 체코 대사 김평일이가 돈 구하려 평양에 들어갔는데 아직도 못나오고 있답니다. 요즘 려명거리 만든다고 정말 쥐어짜고, 쥐어짜고 또 쥐어짜는 데 돈이 추가로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더구나 지금은 유엔 차원에서 역사상 가장 막강한 대북제재를 하느라 북한도 외화가 정말 말라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걸핏하면 외국에 나가 있는 외교관과 무역대표부를 계속 닦달질하는데, 정 견디다 못해 뛰쳐나오는 사람도 꽤 되는 것이죠.
올해에도 당 창건 기념일 맞아 외국 공관들을 쥐어짜지만 돈 나올 구멍은 다 막혀 있습니다. 심지어 북한과 혈맹이라는 중국도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형국입니다. 오죽하면 북한에서 그나마 외화벌이 잘한다고 알려진 심양영사관도 이번에 평양 당과류 과제라고 50만 달러 과제 받았는데 하나도 못했다고 하네요. 심양 관할 범위가 동북 3성인데 여기엔 북한 근로자들도 많고, 북한 국적의 조교(조선교포)도 많고 북에 친척을 둔 조선족도 많습니다. 상당히 여건이 좋지만 올해는 안 된다는 겁니다. 계속 영사관에서 조교나 조선족에게 전화 돌리지만 돈이 안 나온답니다. 그러니까 평양에서 또 6월에 조사 대표단이 나왔는데 이번엔 따라 나왔던 30대 초반의 통역이 또 도망쳐 한국을 오려고 지금 대기 중입니다.
4월엔 중국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한꺼번에 한국에 왔고, 이런 식으로 자고 나면 도망 쳤다는 소식이 들리니 김정은이가 누굴 믿을지 몰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식은땀을 흘릴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외교관이나 외화벌이 일꾼 다 소환하려니 달러는 또 누가 벌겠습니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맨날 검열단 보내고, 보위부 요원 보내고, 심지어 정찰총국 7국애들까지 몇 백 명씩 중국에 풀어서 “도망자 잡으라, 도망 갈 놈 감시하라.” 이러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또 도망칠 사람 있을 거라 봅니다.
이미 한국에 망명 신청하고선 비밀리에 상담을 하는 북한 외교관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누가 도망갔다는 얘기가 외국에 쭉 퍼지면 해외에 나온 북한 사람들은 다 대단하다며 부러워합니다. “우리도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자유세계에 가고 싶지만 가족이 인질로 잡혀 있어 어쩌지 못하는데, 가족까지 데려갔으니 얼마나 좋겠냐!” 이러면서 말입니다. 비단 해외에서만 계속 나오는 것은 아니고, 이번 주에도 목선을 타고 평안북도에서 남쪽 경기도 평택까지 3명이 이달 초에 입국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며칠 전엔 또 백령도까지 맨 몸으로 헤엄쳐 건너오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이미 가라앉는 배라는 것을 북한의 안팎에서 조금만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것이죠.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 다 똑똑한 사람들입니다. 저도 14년 전에 왔는데 생각해보면 저도 매우 선택을 잘 한 것이죠. 물론 몇 만 명이 한꺼번에 탈북했다고 해서 북한 체제가 붕괴되지 않는다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쩍하면 사람 데려다 죽여 버리고 수용소에 보내는 데 그런 체제가 쉽게 끝나겠습니까.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고 현명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여러분들도 아셔야 할 것 같아 오늘 시간에 말씀드린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