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세계 최고 부자와 김정은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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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져 6개월 이상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겁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첫 번째 목표는 통신시설 마비입니다. 러시아도 당연히 개전 초 우크라이나 통신 시설을 주요 목표로 삼고 미사일과 폭탄을 퍼부었습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통신 환경은 처참하게 파괴됐습니다. 부대 사이 교신은 물론, 우크라이나와 세계와의 연결도 끊어지게 됐습니다. 이렇게 되자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라는 미국 사업가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올해 4월 현재 2,200억 달러 달하는 재산을 보유한 사람입니다. 그는 ‘테슬라’라는 세계 최대의 전기차 회사를 소유하고 있고, 운전수가 없이 목적지만 입력하면 알아서 가는 자동차를 만듭니다. 그 외에도 여러 기업을 창설했는데 그중엔 ‘스페이스엑스’라는 우주 기업도 있습니다. 스페이스엑스는 지금 지구 저궤도에 무려 2,800여 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위성 통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스타링크 서비스라고 하는데, 위성에서 신호를 쏴서 전화, 통신문 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도움 요청을 받은 머스크는 즉각 6월까지 1만5,000대 이상의 위성 수신이 가능한 전화기를 보냈습니다. 이것이 전쟁 판도를 바꾸었습니다.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통신 마비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군의 진격을 며칠 동안 멈추게 한 무인기 공격과 실시간 포사격 좌표 제공, 러시아의 자존심인 1만2,000톤급 순양함 모스크바함 격침 등 군사 작전에도 스타링크가 적극 활용됐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해 여론전을 펼 수 있었던 것도, 러시아의 학살이 만천하에 알려진 것도, 전황이 생생하게 중계된 것도 다 스타링크 덕분입니다. 러시아는 해킹과 전파방해 등을 동원해 스타링크를 공격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스타링크의 안정성도 뛰어나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에서 검증된 스타링크 서비스가 북한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북한 사람들이 진실을 아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이 인터넷을 하고, 외부와 통화도 할 수 있다면, 자신들이 굶주릴 때 김씨 일가가 얼마나 호화롭게 살았는지 등 당국의 거짓말을 모두 알게 됩니다. 진실의 힘은 북한 체제가 쌓은 거짓의 성을 순식간에 허물어버릴 수 있습니다.

마침 2년 전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자 북한과 중국은 북중 국경에 뚫기 어려운 높은 철조망과 촘촘한 감시카메라로 군사분계선 못지않은 장벽을 만들었습니다. 과거 사람이 오가며 북한에 유입되던 정보의 흐름이 거의 막혔습니다. 하지만 땅을 막을 순 있어도 하늘까지 막을 수는 없지요. 그럼에도 아쉽게도 현재는 우크라이나에서 위력을 발휘한 스타링크가 북한에선 활용되기 어렵습니다. 이를 사용하려면 위성 안테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안테나의 크기가 직경이 수십㎝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크기가 있어 보위부가 가택을 수색하면 적발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8월 말에 머스크 회장은 위성 안테나가 필요 없는 서비스를 내년부터 도입하겠다는 엄청난 발표를 해버렸습니다. 즉 위성과 휴대전화가 직접 연결이 되게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위성 안테나가 필요한 이유는 295㎏의 소형 통신위성이 쏘는 전파가 휴대전화로 받기엔 충분히 강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파를 안테나로 증폭시켜야 휴대전화로 이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인데, 머스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대전화가 직접 수신할 수 있는 강력한 신호를 내쏘는 위성을 개발했습니다.

새 위성에는 한 변이 5m이고 전체 면적이 25㎡인 강력한 안테나가 장착됩니다. 이미 실험은 성공했고, 내년부터 미국 내 거대 이동통신사와 합작해 시험 운용을 한 뒤 2024년엔 상용화 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즉 2년 뒤면 전 세계 사람들은 휴대전화로 바로 위성 신호를 받아 인터넷도 하고 전화도 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올해 6월 스타링크는 2023년부터 한국을 대상으로 위성 통신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많은 전문가들은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는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한국은 위성이 아니더라도 이미 충분히 어디서든 인터넷을 매우 빠른 속도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북한 상공에서 스타링크 위성들이 휴대전화로 수신할 수 있는 신호를 내쏜다면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젠 북한도 인터넷을 하기 위해 굳이 위성 안테나가 필요 없어지는 것입니다. 북한에 이미 보급된 500만 대 이상의 휴대전화가 위성 신호를 받지 못하게 할 수 있을 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기를 외부에서 몰래 들여가면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스타링크를 막기 위한 전파방해와 해킹은 러시아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북한이 성공할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과거 북한과의 통화는 중국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는 북중 국경의 제한된 지역에서만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스타링크 수신이 가능한 휴대전화만 있으면 평양은 물론 어느 지역에서도 외부와의 통화는 물론 사진과 동영상까지 주고받을 수 있게 됩니다. 당장 내년부터 가능한 것인데, 외부에서 들어간 휴대전화는 몰래 숨기면 찾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김정은은 엄청난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설사 스타링크를 막는데 성공한다 해도 몇 년 뒤 또 어떤 더 발달된 기술이 나올지 모릅니다. 김정은이 외부 정보를 막기 위해 별수단을 다 쓰지만 과연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는 의도치 않게 북한 인민에게도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