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독재자에게 수여한 국제김정일상

사진은 국제김정일상 금메달(좌)과 국제김정일상 금메달띠(우).
사진은 국제김정일상 금메달(좌)과 국제김정일상 금메달띠(우).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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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추석은 잘 보내셨습니까. 지난번에 “나는 김정은의 친구”라고 홍보하며 다니는 로드먼이라는 이상한 미국인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또 한 명의 이상한 북한의 친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달 초 아프리카 적도기네에 김기남 선전비서가 나타났습니다.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대통령에게 국제김정일상을 수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시겠지만 국제김정일상은 지난해 12월 24일에 처음 제정됐습니다. 당시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북한군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신 21돌이 되는 2012년 12월 24일 국제김정일상을 제정하며 광명성절인 2월 16일을 계기로 나라와 민족의 자주성을 위한 투쟁, 온 세계의 자주화와 평화위업실현, 인류문화발전에 특출한 기여를 한 모든 나라의 정계, 사회계, 학계의 저명한 인사들과 경제인들에게 수여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거창한 상의 제1회 수상자가 적도기네 대통령일 줄은 아마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적도기네 오비앙 대통령이 나라와 민족의 자주성을 위한 투쟁이나, 전 세계의 자주화나 평화위업 실현, 인류문화발전에 어떤 특출한 기여를 했는지 저는 아무리 백 번 죽었다 깨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적도기네는 인구가 60만 명 정도, 면적은 2만 8,000㎢ 되는 아주 작은 나라입니다. 인구는 함흥이나 청진보다도 작고, 면적은 함경남북도 합한 정도의 면적입니다. 인구로 따지면 북한 도 소재지 시당 책임비서급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전 세계의 평화위업 실현이란 거창한 말과는 영향력이 너무 어울리지 않습니다.

또 제가 아는 적도기네 대통령은 인류문화발전과도 동떨어진 오히려 정 반대의 삶을 살았습니다. 이 사람은 1979년에 자신을 국방장관으로 키워준 사촌형이자 적도기네 초대 대통령인 마시아스를 쿠테타을 일으켜 총살시켜 버린 뒤 자기가 정권을 잡았습니다. 마시아스도 독재자이긴 했지만, 사촌형을 죽이고 자기가 새 독재자가 돼 지금까지 무려 34년을 통치하고 있는 오비앙은 천륜까지 버린 독재자죠. 오비앙 대통령은 자신을 “신과 영원한 계약을 맺은 또 다른 신”이라면서 “나는 누구의 해명도 없이 죽음을 내릴 수 있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대중연설을 하고는 꼭 마지막에 “내가 안녕하기를” 하며 끝내는 이상한 사람입니다.

이런 오비앙 장기독재 정권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부패하고 억압적이고 반민주적인 정부의 하나로 찍힌 상태입니다. 물론 북한을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장기 독재를 하고 있고, 부패 타락했고, 말 한마디에 사람을 죽이는 것이 어찌 보면 북한과 매우 닮아있습니다. 거리와 마을에 쿠데타 기념비를 도처에 세운 것도 비슷하죠. 어쩌면 북한은 국제김정일상 수상자를 세계에서 북한과 가장 닮은 독재자로 아주 기막히게 잘 찾은 셈입니다. 하지만 국제김정일상 수상기준은 이렇게 정해야 사실과 맞게 제대로 되는 겁니다. “국제김정일상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가장 포악하게, 가장 부패하게 통치한 독재자에게 수여한다”고 말입니다.

오비앙 대통령에게 국제김정일상을 수상한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보면 김일성을 모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왜 그런가 하니 오비앙이 쿠테타를 일으켜 총살한 사촌형이자 전임 대통령은 평양을 찾아가 김일성과 친구가 된 사람이었던 겁니다. 얼마나 친구였나 하니 이 대통령이 쿠테타 일으킬 징후가 나타나자 자기 자식 3명을 몽땅 김일성에게 부탁한다면서 1978년에 평양에 보냈습니다. 이 흑인 자녀 3명은 평양 만경대혁명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자녀 3명 중 막내로 16년을 만경대혁명학원에서 공부한 모니카 마시아스가 지금 스페인과 미국을 거쳐 서울에 와 있습니다. 서울과 스페인을 다니면서 앞으로 장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최근엔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라는 책도 냈습니다. 사진을 보니까 흑인 아이가 혁명학원 군복을 입고, 다른 아이들과 단체사진을 찍었던데 참 이채롭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 쿠테타로 아버지를 잃고 평양에서 혁명가 유자녀들과 자랐고, 지금은 서울에 사는 이 여성의 사연이 워낙 소설과 같으니까 여기 방송사에서도 저저마다 인터뷰랑 했는데, 우리말을 너무 유창하게 해서 정말 놀랐습니다. 하긴 7살 때부터 평양에서 자랐으니까 한국어가 모국어이죠.

김일성은 마시아스 전 대통령의 자녀들을 처음엔 주석궁에 데리고 있으면서 만날 때마다 “사람은 의리가 있어야 한다. 내가 너희들을 끝까지 책임져 줄께”라고 했답니다. 다시 말해 친구의 의리를 지켜주겠다고 한 셈이죠. 그런데 김정은은 할아버지의 친구를 죽인 독재자에게 아버지의 이름으로 된 상을 최초로 수상했으니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누가 심사를 해서 오비앙 대통령을 뽑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국제김정일상을 웃음거리로 만들기로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수상은 설명하기 어렵죠.

웃기는 일은 또 있습니다. 오비앙 대통령이 2010년 한국에 왔었습니다. 독재자이긴 하지만 자기가 워낙 오겠다고 고집하니 오라고 한거죠. 그가 한국에 와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서 뭐라고 했냐 하니까 “한국의 발전이 경이롭다. 스스로가 자신의 발전을 이룩한 전설의 나라 한국의 발전상을 따라 배우겠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평양에선 한국을 숭배하고 따라 배우겠다는 사람에게 국제김정일상을 수여한 것입니다. 그러지 말고 두 번째 수상자 골라내기도 힘들텐데 차라리 직접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2회 국제 김정일상을 수여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장담컨대 욕도 안 먹으면서 한편으론 이 상이 전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해집니다. 한번 잘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