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토요일 노동신문에 “조국의 영공을 목숨으로 지켜가는 공군 장병들의 열화 같은 애국심을 따라 배우자”는 기사가 나왔더군요. “오직 당 중앙 결사옹위의 항로만을 날으는 공군 장병들의 결사의 각오와 실천이야말로 누구나 본받아야 할 참다운 애국의 귀감” 따위의 상투적 표현들로 가득했습니다.
이걸 보면서 해군에 밀려 의기소침해진 공군에 좀 힘을 실어주려고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8월 28일 해군절에 김정은은 김주애를 데리고 해군사령부를 찾아가 “앞으로는 육해공이 아니라 해육공이라고 불리워져야 한다. 해군이 자주권 수호에 제일 큰 몫을 해야 한다”며 ‘해군 띄우기’에 공을 들였습니다.
다 낡은 고물 군함 몇 척을 가지고 큰소리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군인들 입장에선 김정은이 어디에 힘을 실어주는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인지라 신경 쓰이지 않을 리가 없겠죠. 그래서 이런 식으로 공군도 칭찬하는 것일까요.
노동신문에서 ‘결사옹위’, ‘결사의 각오’ 이런 표현을 보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실제로 북한 비행기들은 쩍하면 사고가 나 죽을 각오가 없으면 타기 어렵습니다. 작년 공군 대규모 훈련 때도 비행기가 추락했었죠.
왜 그러겠습니까. 비행기가 워낙 고물들이라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그나마 최신형이라는 비행기를 보면, 1980년대에 생산된 미그29가 10여 대, 1967년에 생산된 미그23이 40여 대, 1959년 생산된 미그21이 120여 대입니다. 기타 나머지는 그걸 비행기라고 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낡은 것입니다.
북한 공군 주력은 미그21인데, 생산된 지 64년이 지났습니다. 1960년대 후반 베트남(웰남) 전쟁에서 날아다니던 비행기로,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지났습니다.
그걸 지금까지 쓰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합니다. 돈이 없어 고물조차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다가 아주 가끔 띄우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날수만 있지, 실제 전장에선 아무런 쓸모도 없습니다.
그나마 미그21은 인도가 올해 초까지 사용하긴 했습니다. 인도는 1963년부터 총 874대의 미그21기를 도입했는데, 이 중 60%는 소련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인도 국영기업에서 생산한 것입니다. 즉 인도는 자체로 미그21 공장을 갖고 있고, 부품도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용한 것입니다. 솔직히 인도야 크게 전쟁할 일이 있습니까. 그러니 날아만 다녀도 되겠지만,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대상으로 전쟁 준비를 늘 하고 있어야 하는 입장이라 그런 고물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죠.
공장이 있음에도 인도는 올해 5월 미그21 가동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이유는 하도 사고가 많아서 입니다. 인도에서 미그21은 ‘날아다니는 관’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인도 조종사들은 미그21을 타려 하지 않습니다.
이건 통계가 입증하는데, 인도 신문 힌두스탄 타임스는 지난 60년간 400대 이상의 미그21이 각종 사고로 추락했고, 이로 인해 약 200명의 조종사가 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니까 인도가 보유한 전체 미그21의 절반이 전쟁도 하지 않았는데 사고로 떨어졌다는 것이고, 키우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가는 조종사는 무려 200여 명이나 죽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인도는 최신 비행기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낡은 미그21은 전체 31개 비행대대 중 3개 대대, 약 50대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다 버리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 말은 곧 지금 세계에서 미그21을 보유하고 운용하는 나라는 북한뿐이라는 의미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날아다니는 관을 타고 다니게 됐으니 북한 비행사들이 결사의 각오, 즉 죽을 각오로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또 북한은 죽어야 영웅으로 띄워주니 혹시 운이 좋으면 길영조처럼 비행기 사고가 나서 죽어도 유명해질지도 모르겠네요.
노동신문이 말한 ‘조국의 영공을 목숨으로 지켜가는 공군 장병’들이란 표현을 보면, 전투도 하지 않았는데 사고로 계속 죽어가는 공군을 따라 배우자는 말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인도에서 미그21을 타다가 사고로 죽은 조종사만 200명이 넘는데, 대규모 전쟁을 치러도 이 정도로 죽진 않았겠습니다. 자체 미그21 생산 공장을 갖고 있고 부품도 만들고 수리도 자체로 하는 인도가 이 정도이니 북한 조종사 중에 사고로 죽은 조종사의 비율은 훨씬 더 높을 겁니다.
그런데 조종사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불쌍해서 눈물이 나오려 합니다. 진짜 조국의 영공을 지키다 전투에서 죽으면 명예롭기나 하지, 고물을 타고 다니다 발동기가 덜컥 서서 떨어지면 이건 허망한 죽음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한지도 1년 반이 넘었는데, 그 전쟁에서 가끔 튀어나오는 제일 고물 전투기가 미그 29입니다. 그것도 하도 비행기가 많이 소모되니 그거라도 타고 나가는 것이지, 맨 정신에 타겠습니까.
전투기는 생산 시기가 20년 정도만 차이만 나도 학살 수준의 격차가 벌어집니다. 가령 1947년에 생산된 미그15와 1967년에 생산된 미그23이 공중전을 벌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미그15는 미그23을 한 대도 추락시키지 못하고 낙엽처럼 떨어질 겁니다. 그런데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지금은 10년 격차만 나도 그런 차이가 벌어집니다.
하지만 북한 공군은 10년도, 20년도 아닌, 무려 60년의 격차가 나는 고물 전투기를 타고 한미 연합군이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전투기와 싸우겠다고 합니다. 정말 기가 막힌 비극이 아닐 수가 없는데, 외부 세계와 차단돼 우물 안에서 사는 북한 인민만 우리도 자랑스러운 공군이 있다고 위안하며 사는 것을 보면 이건 비극인지, 희극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칼럼내용은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