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의 즉흥적인 금강산 시설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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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위성사진을 보니 최근 한 달 사이에 금강산에서 현대아산이 운영하던 230여석 규모의 횟집을 철거했더군요. ‘고성항 횟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영업했던 이 횟집은 금강산 관광 지구의 북쪽에 있는 항구 부근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2003년 12월 문을 열었고, 총 236석 규모로 그만하면 꽤 큰 식당이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됐을 때, 관광을 갔던 한국 사람들은 한 두 번씩 다녀와서 추억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이곳이 헐린 이유는 김정은이 3년 전인 2019년 10월에 금강산 지구를 찾아와서 돌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북한은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시설들을 거듭해서 부쉈는데, 대표적으로 올해 3월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 호텔이, 4월엔 ‘아난티’라 한국 기업이 운영하던 금강산 골프장의 8개 숙소 건물이 철거됐습니다.

지난해까지 이미 금강산의 문화회관, 온정각, 구룡빌리지, 금강펜션타운은 다 철거됐는데, 결과적으로 현재 온전한 건물 형태를 유지 중인 건물은 이산가족면회소와 온천빌리지 등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것들도 조만간 철거되면 남측이 지은 금강산관광 관련 시설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저는 이런 꼴을 보면 참 웃깁니다. 술주정뱅이 가장이 집안을 다 때려 부수다 못해 밥그릇까지 다 깨버리는 자해행위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봤자 자기가 손해인데 말입니다.

도대체 한국이 지었다고 기분 나쁘다고 부수는 것은 뭡니까. 그 건물들이 현재 다 북한에 있고, 그걸 그대로 북한 사람들이 쓰고 살면 되지 굳이 없는 장비와 연료, 인력을 써서 폭파시키고 들어내는 것이 여러분들은 이해가 되십니까. 한국이 지었으면 북한보다야 훨씬 더 낫게 지었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내부 시설도 북한에선 최고 수준인데 그걸 가지면 되지 왜 부숩니까.

2년 전인 2020년 6월에도 김여정의 말 한 마디에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시켰습니다. 그것도 건설비만 5천 만 달러가 든 좋은 건물입니다. 북한에서 그런 건물 짓자고 해도 지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부숩니까. 그냥 북에서 쓰면 되지 말입니다. 한국이 지었다고 기분 나쁘면 평양에 있는 정주영체육관도 때려 부수지, 그건 또 안합니다.

김정은은 금강산 시설을 폭파하라고 했던 3년 전에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한쪽에선 관광 관련 건물을 지으라 하고, 한쪽에선 허물라고 하니 참 모순적인 것 같은데, 제 생각입니다만, 남측 시설을 드러내라 할 당시 김정은은 아마 자신감에 차 있었던 모양입니다. 원산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건설하고 관광객을 유치하고 금강산에도 멋진 관광단지를 우리 식으로 건설해 연계 관광을 하면 될 거라고 타산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습니까.

2019년 평양종합병원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역시 껍데기만 겨우 건설하고 중단됐습니다. 원래 관광 관련 시설은 껍데기를 짓는 것이 전체 건설비용의 30% 미만입니다. 호텔은 안에 고급 자재와 가구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가령 내부에 대리석을 대거 써야 하고, 벽지와 카펫은 물론, 침대 변기 조명 심지어 수도꼭지도 다 최고급으로 써야 합니다. 북한제를 호텔에 넣으면 얼마나 허술하겠습니까. 그게 호텔이겠습니까.

그런데 김정은은 이런 돈이 많이 드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겁이 없이 발기하고, 그것도 모자라 금강산까지 자기 힘으로 관광 지구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걸 뭐라고 합니까. 자기 주제도 모르는 바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산갈마 관광지구는 언제 완공될지 기약도 없습니다. 금강산은 더 기약이 없게 됐습니다. 남측이 2008년 금강산 관광을 중단한 뒤에 그곳의 호텔과 각종 시설은 북한 주민 관광용으로 사용됐습니다. 덕분에 북한 주민들이 득을 봤는데, 지금 김정은의 기분 나쁘다는 말 한마디에 다 허물어 버려서, 북한 사람들은 금강산을 자기 땅에 두고도 놀려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금강산에 가봐야 잘 곳도, 밥 먹을 곳도 없어졌으니 말입니다. 허물었으면 대신 다른 것을 짓기라도 해야 할 텐데, 원산갈마관광지구도 중단됐는데 금강산에 언제 짓겠습니까. 만약 10년 내로 못 지으면 10년 동안 북한 사람들은 금강산을 가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다.

돌아보면 김정은이 기분 나쁘다고 때려 부수라고 한 원조는 평양민속공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정은은 2012년 9월 7일에 이설주와 함께 준공 직전의 평양민속공원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완공된 이곳을 돌아보니 장군님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다. 건설을 몸소 발기하신 장군님을 모시고 왔더라면 얼마나 기뻐하시고 좋아하겠냐”. 이렇게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4년 뒤에 돌연 “이 공원을 보면 장성택이 생각난다”고 다 때려 부수고, 내부는 물론 해외에까지 나가서 평양민속공원 관련 홍보 선전물들을 모두 회수하고 삭제했습니다. 주민들이 이곳에 가서 찍은 사진들, 심지어 결혼사진까지 다 없애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거 짓는 데만 수억 달러를 들였는데 이게 뭡니까. 언제는 김정일이 발기하고, 김정은까지 2대에 걸쳐 완성한 민족문화유산이라고 선전하더니 하루아침에 없애버렸습니다. 여러분들도 황당하시죠.

그래서 제가 김정은이 바보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능력이 없으면 있는 거라도 잘 사용할 것이지, 없는 주제에 걸핏하면 즉흥적으로 최고 시설을 마구 때려 부수라고 지시를 하니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기분이 널뛰기를 하는 김정은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송하며 살아가야 하는 북한 주민들이 불쌍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