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남쪽에서 살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세상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체감하면서 산다는 것입니다. 가령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인터넷이란 개념조차 몰랐지만, 이젠 인터넷이 없으면 한 시간도 살 수 없게 됐고, 손 안의 휴대전화로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통화도 하고, 드라마도 보고, 게임도 하고 이런 것은 옛날 얘기고, 이젠 휴대전화만 있으면 지갑도 필요 없고, 업무도 다 볼 수 있습니다.
어느새 깨닫고 보니 내가 이런 시대에 살고 있구나 싶어 많이 놀라는데, 요즘 또 놀라는 점은 내가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었구나 하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거리에 전기차들이 엄청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과거 100년 동안은 자동차라면 휘발유나 디젤유로 가는 것으로 알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젠 엔진 대신에 차 바닥에 건전지가 쭉 깔려 있는 차를 타고 다니고, 이런 차는 주유소에 가지 않고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충전시설에서 충전합니다.
불과 2~3년 전까진 전기차가 한 번 충전하면 200~300㎞밖에 가지 못하기 때문에 불편해서 안 쓴다는 말이 많았는데, 어느 새 그런 말도 쑥 들어갔습니다. 매년 한 번 충전해서 이동하는 거리가 쑥쑥 늘어나 이젠 한번 충전해서 500㎞는 가게 됐고, 이 정도면 400㎞가 좀 넘는 서울-부산은 충전없이 갑니다. 이런 속도로 몇 년 지나면 아침에 서울을 떠나 부산에서 일 보고, 오후에 다시 서울로 충전 한번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제가 전기차를 타보면 장점이 참 많습니다. 엔진이 돌아가지 않으니 차가 정말 조용하고, 매연도 없고, 불과 3~4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합니다. 쑥쑥 나가는 거죠. 10년 지나면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아직도 1958년에 만든 승리58이 굴러다니고, 그나마 휘발유가 없어 차를 구경하기도 힘든 북한에서야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이미 선진국은 전기차를 타고 사는 시대인 것입니다. 북한이 전기 문제 푼다고 수십 년 동안 입으로 떠들기만 하고 있는 사이 세상이 이렇게 변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또 하나의 긍지는 세상을 바꾸는 전기차 시대에서도 한국은 세계의 선도적 국가라는 점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차 그룹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벌써 세 손가락 안에 들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처음 왔던 20년 전만 해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순위가 10위였는데, 지금은 한해에 600~700만 대를 파는 세계 3위 자동차 회사가 됐습니다.
도요타가 1등이고, 독일의 폭스바겐이 2등이고, 현대가 3등입니다. 세계 자동차 역사의 주역인 제너럴모터스, 포드는 물론이고, 벤츠, 아우디와 같은 유럽 차들, 그리고 제가 자랄 때 꿈의 최신형 차들인 닛산, 미쓰비시도 발아래 멀리 밀어버렸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인데, 전기차 시대에서도 현대는 세계 3위로 자리를 굳혀갑니다.
전기차에선 테슬라라는 미국 기업이 세계 1등이고, 폭스바겐이 2등인데 현대가 3등입니다. 전기차에선 일본 도요타도 현대차보다 아래입니다.
그런데 이게 몇 년 열심히 한다고 이룰 수 있는 업적이 아닙니다. 10년, 20년을 내다보고 계속 투자를 했기 때문에 거둘 수 있는 업적입니다. 내가 한 발 앞으로 가면 남은 안 갑니까. 남들도 다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는데, 누가 더 정확하게 핵심에 투자해 얼마나 과단성 있게 밀고 나가는가 하는 추진력도 매우 중요하죠.
세계 3위에 올라선 현대차 그룹은 만세만 부를까요. 올해 1월 현대차 그룹의 새해 메시지는 특이했습니다. 보통은 김정은 신년사 비슷하게 회장이 나와서 신년사 하고 한 해의 포부를 밝히는데, 올해는 현대차 회장부터 임직원들이 모두 본인의 아바타로 신년회에 참가해 메타버스를 통해 게임도 체험하면서 시작했습니다.
메타버스, 아바타 이러면 무슨 말인지 모르실 것 같고, 보기 전엔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그냥 세상을 온라인상에서 구현해서 그 안에 나를 대신하는 사람 모양의 형체가 움직인다… 이 정도로만 설명하겠습니다.
그럼 현대차는 왜 이런 신년 행사를 열었을까요.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세상이 어떻게 발전할지 내다보고 그에 맞추겠다 이런 의도가 있습니다. 앞으로 자동차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만 입력하면 스스로 가게 되고, 그럼 사람은 운전의 부담에서 해방되니 차 안에서 게임도 하고, 업무도 보고, 자기도 하고 그러는 겁니다. 그런 차를 현대가 만들겠다, 이런 뜻이 반영돼 있습니다. 현대만 특별하게 이런 것에 앞서 나가는 것이 아니고, 삼성이나 SK 등 세상을 주름잡는 세계 유수의 한국 기업들도 다 이렇게 열심히 합니다.
현대차는 앞으로 자동차만 생산하는 회사를 넘어 인류의 자유로운 이동과 연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계를 제공하는 회사로 바꾸겠다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즉 자동차만 생산하지 않고, 앞으로 8년 동안 개인이 타고 다니는 비행기와 로봇에 500억 달러 넘게 투자한답니다. 차를 타고 땅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차가 필요할 때 하늘도 날게 하고, 사람의 일을 대신 처리하는 로봇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프로펠러를 4개 달고 하늘을 나는 차는 이미 만들어졌지만, 상용화가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조만간 어떤 시대가 될까요. 앞으로 10여년 뒤에 저는 차에 앉아 부산 어디라고 말하고 영화 한 편 보는 사이 차가 알아서 도착하는 그런 시대에 살 것 같습니다. 생각만 해도 뿌듯한데, 지금 전기차 시대로 바뀌는 속도를 보니 확실한 미래일 것 같습니다.
그런 세상이 오면 북한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지금 거꾸로 가는 속도를 보니 그때 북한은 소달구지도 없어 괴나리봇짐을 메고 한양 천리 걸어 다니던 이몽룡 춘향의 시대를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