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벌어진 김정은 암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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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중근 이등박문 쏘다”라는 영화를 본 기억이 있으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지금 상영되지 않습니다. 저격 한번으로 민족의 영웅이 된 안중근 열사를 내세우면 북한 지도부를 암살해 민족의 영웅이 되려는 사람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상영이 되지 않는 영화가 좀 있습니다. 가령 ‘임꺽정’을 들 수 있는데 “구천에 사무쳤네 백성들의 원한소리/ 피눈물 고이였네 억울한 이 세상” 이렇게 시작되는 영화의 주제가가 지금 북한 실정과 너무 비슷해서 사람들이 임꺽정처럼 간부들에게 반항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인민들의 투쟁 의식을 잠재우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북한에서 깜짝 놀랄만한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는데, 무엇이냐 하니 바로 2년 전에 김정은 암살 시도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건 사건 자체가 인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이 되기 때문에 지금도 북에선 극비 사항이지만 시간이 지나 소문이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김정은 암살 시도가 있었던 날은 2년 전인 2012년 11월 3일인데, 이날 김정은은 완공을 앞둔 문수거리 류경원과 인민야외빙상장, 롤러스케이트장을 현지지도 했습니다. 그런데 당일 아침 한 남성이 류경원 인근의 누운 향나무 아래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탄창이 가득 찬 기관총을 발견해 평양보위부에 달려가 신고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평양에 총기가 반입돼 숨긴다는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명백한 김정은 암살 시도였죠. 누군가 김정은이 걸어서 시설들을 둘러보는 기회를 노렸다가 집중적으로 갈기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범인도 행사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던 사람이란 뜻인데 아무리 수사해도 기관총을 숨긴 사람도 잡지 못했고, 기관총이 어디서 온 것인지도 밝히지 못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암살을 시도했던 사람이 최대 극비사항인 김정은 일정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건 고위간부 중에서도 몇 사람밖에 모르는 데 말입니다.

누구일까. 이러저런 추정을 거쳐 지목된 인물이 바로 장성택이었습니다. 암살시도가 있었던 류경원, 빙상장 모두 장성택 휘하의 인민보안부 내무군이 건설한 것이었고 현장에서 김정은을 영접한 사람들도 내무군 장령들이였습니다. 그러니 이건 장성택이 시도할 확률이 가장 높다 이렇게 봤고, 그 직후부터 집중적인 미행이 붙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이후 장성택이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남쪽에선 숙청설도 나왔습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후에도 이듬해 4월 중순까지 불과 열세 차례만 언론에 나왔는데 2012년엔 김정은 시찰을 무려 102회나 따라다녔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팽 당한 것이죠.

그리고 암살 시도가 적발된 때부터 북한 분위기가 바뀌었는데 김정은 집과 별장을 비롯한 전용 시설 30여 곳에 장갑차 100여 대가 새로 배치됐습니다. 김정은 경호원들도 예전에는 사진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지만 그때부터 노골적으로 자동보총을 메고, 철갑모까지 쓰고 나타났습니다. 불안해진 김정은은 그 달에 국가안전보위부를 두 번이나 방문해 적대분자 숙청을 지시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전국 분주소장 회의’와 ‘전국 사법검찰일꾼 열성자 대회’가 3일 간격으로 잇따라 열려서 여러분들도 의아해했을 겁니다. 김정은은 “소요·동란을 일으키기 위해 악랄하게 책동하는 불순 적대분자와 속에 칼을 품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자들을 모조리 색출해 가차 없이 짓뭉개 버려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동시에 ‘불순분자 소탕 캠페인’이 시작돼서 모든 기관들은 수시로 ‘불순분자 검거 실적’을 제출할 것을 요구 당했습니다.

이듬해엔 1월부터 별 사건도 없는데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면서 4월 말까지 여러분들 여기저기 훈련 다니면서 추위에 벌벌 떨게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갑자기 왜 이 난리를 치냐 의아해 하셨겠는데, 그때 김정은 암살 시도가 있었다 이런 전후 사정을 아시게 되면 이제는 아하~하고 이해가 되시죠.

그때부터 김정은이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군 장령들 별 마구 뜯었다 붙였다 하고, 또 전용비행기도 타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평양에서 암살 시도를 했을 정도면 지방은 더 쉽죠. 동선만 알면 폭탄 숨길 수도 있고 저격할 수도 있고 해서 김정은이 집권 3년이 됐지만 함경북도처럼 아직도 무서워 못가는 지방이 많습니다. 이 방송 듣고 열 받아서 함북도에 갈진 모르겠는데 그렇게 되면 함북도 인민들에게 제가 미안해지겠네요.

김정은 암살 시도가 장성택이 한 것인지, 아님 몇 달 전에 숙청된 이영호 총참모장네 부하들이 한 것인지 또는 장성택을 제거하기 위해 김정은이나 조직지도부가 자작극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김정은을 노려 기관총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것은 엄청난 사건인거죠.

지금 김정은은 속으론 아주 불안할 겁니다. 더구나 이렇게 대북방송을 통해 여러분들에게 자신을 노린 암살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는 것도 기겁할 일이겠죠. 저격이 두려워 안중근 열사가 정의감에 불타서 이등박문 쏴 죽인 것도 내세우지 못하고, 폭동이 두려워 수백 년 전에 양반들 때려 부셨던 임꺽정조차 내세우지 못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먼 옛날이 일이 아니라 불과 2년 전에 바로 평양에서 암살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 일은 또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역사에는 늘 민족을 위해 영웅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어왔고 그런 사람들이 또 역사를 바꿉니다. 안중근 열사가 이등박문을 저격하기 전에 남긴 ‘장부가’라는 시 한 구절로 오늘 방송 마치려 합니다.

“장부로 세상에 태어나 그 뜻 크도다 / 시대가 영웅을 낳고, 영웅이 시대를 만드노니 / 천하를 크게 바라봄이여, 어느 날에 업을 이룰까.”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