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과도한 북한의 한미연합훈련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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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달 2일부터 5일까지 나흘 동안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미사일을 무려 35발이나 발사했습니다.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미사일을 쏜 것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북방한계선을 넘겨 한국측 공해에 미사일을 쐈습니다. 동해 한가운데 떨어졌는데, 한국이 그 낙하지점을 찾아 9일에 인양해보니 소련에서 60년대에 만든 지대공 미사일이었습니다. 고물 미사일을 쏜 것이야 그렇다 쳐도, 1700미터 깊이의 바다 속에서 한국 해군이 미사일 잔해를 꺼내 왔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북한은 1980년대에 신포 앞바다 250m 수심에 침몰해 53명이 사망한 잠수함도 꺼내지 못해 그냥 방치하는데, 한국이 그 작은 미사일 잔해까지 찾아내니 한국에서 사는 저도 놀랐습니다. 그 정도 기술이니 2010년 천안함 폭침 때 북한이 발사한 어뢰 잔해도 찾아내지 않았겠습니까.

또 북한은 울산 앞바다 공해상에 순항미사일도 2발이나 발사했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쏜 미사일이 울산까지 온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여기선 북한 내에서 미사일을 쏴도 어디에서 어떤 미사일을 쐈는 지까지 다 파악하는데, 한국쪽 공해까지 들어올 때까지 모르기가 쉽지 않죠.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인데, 그런 진실게임이라면 저는 당연히 북한이 거짓말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 치고는 좀 과하게 대응한 것은 사실입니다. 올해 들어 미사일 발사한 전체 숫자가 35발인데, 이번에 4일 동안 쏜 숫자가 그와 맞먹는 35발입니다. 저는 이런 반응에서 강력하게 복원된 한미 연합훈련에 절대 기죽지 않겠다는 결기와 함께 신경질적인 짜증마저 느낍니다.

원래 원칙대로라면 한미연합군이 공중 훈련을 하면서 비행기를 100대 띄우면 북한도 최소 동수의 비행기가 떠서 맞대응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는데, 북한의 경제력으론 맞대응할 능력을 상실한 것이죠. 공중훈련뿐만 다른 훈련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료도 문제지만, 고물 장비들이 훈련하다가 손실되면 보충할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은 쏘는 것뿐입니다. 남쪽에서 어떤 훈련을 해도 미사일이든, 포든 계속 쏘는 거죠. 그런데 쏘는 것도 결국 소모가 아니겠습니까. 인건비가 거의 공짜인 북한의 미사일 생산 단가가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생산단가보다는 싸겠지만, 그냥 쏘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구형 미사일과는 달리 명중률이 정확한 최신 미사일은 비싼 전자부품 덩어리입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로 미사일에 쓰일 반도체를 매우 어렵게 구입해야 하는 북한으로선 미사일 발사도 큰 부담입니다.

특히 끊임없이 지형을 대조를 하며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은 원리상 무인기라 할 수 있는데, 전자부품이 더 많이 듭니다. 2017년 한국에서 북한이 날려 보낸 무인기가 여러 개가 발견됐는데 그땐 정말 애호가들이나 만들 수준으로 조잡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몇 년 사이에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개발했다면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반도체 수급 여건상 생산 수량은 극히 제한됐을 것입니다. 이런 비싼 순항미사일을 2발이나 울산 앞바다로 쐈다는데 합참이 부인해버렸으니 북한은 알아주지 않아 섭섭한 생각마저 들지 모르겠네요. 물론 사실 여부는 별개이지만 말입니다.

북한의 형편에서 나흘 새 미사일을 35발이나 쏘면서 이번 한미 훈련에 무리하게 대응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미의 강력한 공군력이 북한을 급습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평북 창성 김정일 특각을 지키다 탈북한 전직 974부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한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김정일은 늘 가족을 데리고 창성으로 들어와 지냈다고 합니다. 압록강변에 있는 이곳은 중국과 인접해 폭격이 어렵고, 여차하면 보트를 타고 순식간에 중국으로 도망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보유한 뒤로는 이런 걱정은 크게 덜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핵이 없을 때도 공격하지 않았는데, 핵이 있는 지금 굳이 공격할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또 경제가 거덜이 난 북한을 점령해 2천만 북한 주민을 먹여 살리겠다는 의지를 가진 정치인도 요새는 없습니다. 이런 사실은 김정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제공격을 받을 두려움은 과거보다 훨씬 적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최근 대규모 군사훈련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이유는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한편 북한도 군사력을 점검할 시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8년 남북이 9.19 군사합의를 채택한 이후, 남쪽도 훈련을 거의 못했지만 북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훈련을 하지 않는 군대는 군대가 아닙니다. 김정은 역시 지난 4년 동안 북한군이 얼마나 해이 됐는지, 싸울 준비는 어느 정도 됐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미사일 부대 역시 점검이 필수죠.

전쟁이 일어나면 한미 연합군은 북한의 제공권을 아마 반나절도 안 돼 빼앗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늘을 장악하고 지상을 손바닥 보듯이 감시하면 북한은 미사일을 쏠 수도 없습니다. 북한 미사일 부대가 쏠 수 있는 미사일 수량은 개전 초기 몇 발에 불과한데 그러다보니 초기 몇 발을 불량 없이 확실히 쏠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남쪽으로서도 김정은이 가뜩이나 없는 미사일을 바다에 스스로 버리는 일은 그리 나쁠 것은 없습니다. 돈을 그런데다 처넣지 말고, 인민들이 먹고 사는 데다 좀 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인민의 삶은 안중에 없고, 집권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군사놀이에만 매달려 있는 김정은은 대체 언제까지 계속 저렇게 살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