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요새 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월드컵, 북한식 표현으로 세계선수권 대회가 지금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중동 카타르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은 한국 시간으로 저녁 7시부터 새벽 6시까지 매일 4경기 진행됩니다. 저는 축구를 좋아하다 보니 3시까지 3경기는 다 보고, 새벽 4시부터 6시 사이에 열리는 네 번째 경기는 못 볼 때도 있지만, 네 경기 다 보고 나면 낮에 졸려 집중이 잘 되지 않네요.
카타르 월드컵은 21일부터 시작해 내달 19일까지 한 달 동안 열리는데, 지금 한국 대표팀 경기는 목요일에 딱 한 경기 열렸습니다. 예선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우루과이, 가나, 뽀르뚜갈(포르투갈)과 한 팀에 속했습니다. 강팀인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는 0대 0으로 비겼습니다. 앞으로 두 경기가 더 남아있기 때문에 16강 진출에 대해선 아직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포르투갈은 북한에게 악몽을 선사한 팀이죠. 북한이 월드컵에 딱 두 번 나왔는데 1966년 런던 월드컵에서 북한은 조별 예선을 통과하고 8강전에서 포르투갈에 5대 3으로 패했습니다. 먼저 세 골을 넣고 이기는가 했는데 이후 연속 5골을 먹히고 졌는데 에우제비오에게만 4골을 헌납했습니다.
그리고 44년 만에 나온 남아공 월드컵에서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에 7대 0 대패를 당했습니다. 그 경기는 북한에서도 생중계를 해서 충격이 컸죠. 그만큼 포르투갈은 강팀인데, 한국은 2002년 월드컵 때 포르투갈을 조별 예선에서 만나 박지성 선수의 골로 1대 0으로 이겼습니다. 당시 한국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이런 유럽의 쟁쟁한 강팀들을 연속 이기며 준결승까지 진출했는데, 아쉽게도 준결승에서 독일에 1대 0으로 정말 아깝게 져서 결승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대단한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초반부터 이변이 나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기가 세계 순위 51위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순위 3위인 아르헨티나를 2대 1로 꺾은 경기입니다. 메시를 내세운 아르헨티나는 이 경기 이전까지 국제무대에서 36경기나 무패행진을 달리며 승승장구했는데, 사우디에 질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또 일본도 독일을 2대 1로 이겼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월드컵을 북한에선 볼 수 없으니 아쉽습니다. 맨날 김정은 찬양 영상을 돌릴 시간에 축구라도 중계를 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월드컵 개막식과 카타르와 에콰도르 사이의 개막전은 아주 짤막하게 결과만 알려주었는데, 사실 축구라는 것이 90분 생중계를 봐야 주먹을 불끈 쥐면서 흥분하는 맛이 있을 게 아니겠습니까.
김정은도 축구를 좋아하죠. 김정은이 이탈리아 인터밀란이란 팀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그렇게 특정 국가의 축구팀까지 응원할 정도면 축구광이 맞습니다. 이번 월드컵도 김정은은 혼자서 다 볼 건데, 자기만 보고 인민은 보지 못하게 하면 참 나쁜 독재자가 아닙니까.
제가 북에 살 때는 그래도 월드컵 중계를 해주었습니다. 심지어 1994년 미국 월드컵도 중계를 하다가 김일성이 사망하는 바람에 결승은 중계하지 않았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북한은 월드컵 중계를 거의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해줘도 전기가 없어 그걸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아예 해주지 않으니 다 같이 억울하지 말라는 뜻인가요. 제가 북에 있을 땐 월드컵이 열리면 조별 대진표까지 거리에 붙였습니다. 그때 대진표를 보면 꼭 4개 팀이 있어야 할 자리에 세 팀만 있는 조가 있었습니다. 미국도 일본도 다 있는데, 그 조만 3개인 것을 보면 그땐 “아, 남조선도 월드컵에 나갔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땐 빈칸이 곧 남조선인 걸 누구나 다 아는데 그런 식으로 눈 감고 아웅한 셈입니다.
이번 월드컵 출전으로 한국은 월드컵 연속 10회 진출이라는 기록을 썼습니다. 그러니까 1986년부터 시작해 40년 동안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본선 진출했다는 뜻입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기록이냐면 10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나라는 한국까지 포함해 6개국에 불과합니다.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다음이 한국인데, 축구 종주국이라는 영국도, 세계 최고 부자 국가인 미국도, 바다 건너 일본도 이루지 못한 대단한 기록입니다.
이번 월드컵도 대한민국에는 손흥민이란 걸출한 선수가 있어 기대가 됩니다. 손흥민은 올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라는 대단한 업적을 쌓았습니다. 세계 5대 축구 리그가 순서대로 꼽으면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의 라리가, 독일의 분데스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A, 프랑스의 리그1이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과거에 세 번째로 꼽히는 독일 리그 경기를 보여줄 때도 있었는데, 세계 모든 축구 리그 중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로 꼽습니다. 여기서 아시아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한 것은 정말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록입니다. 그 기록을 세운 선수가 대한민국의 손흥민 선수입니다. 김정은도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챙겨서 볼 겁니다.
남조선 선수라는 것을 뛰어넘어 같은 민족으로서,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한국인 선수의 경기를 우리가 다 함께 응원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면 한민족 모두의 경사가 아니겠습니까.
1966년에 북한도 월드컵 8강에 진출해 아시아팀 중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기록은 2002년 한국팀이 4강에 오르며 깨질 때까지 36년간 깨지지 않았습니다. 아시아 모든 나라들 중에 8강 최초도 북한이고, 4강 최초도 한국인데, 우리 민족이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통일되어 힘을 합치면 우리 민족을 당해낼 아시아 국가가 있겠습니까. 이 방송을 듣는 북한 인민들도 한국의 선전을 함께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승리는 전 세계에 우리 민족의 위상을 크게 높여주는 자랑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