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북한도 세계축구 선수권 대회를 중계하던데, 비록 녹화이긴 해도 미국 경기까지 방영해줄 정도면 김정은이 큰 선심을 썼네요.
이번 월요일에 한국의 두 번째 경기가 진행됐습니다. 첫 경기는 우루과이와 0대0으로 비겼는데, 두 번째 경기는 가나에 2대3으로 패했습니다. 가나는 이길 줄 알았는데, 역시 월드컵에 나온 팀들은 만만한 팀이 없습니다. 이제 토요일에 포르투갈과 마지막 경기를 하는데, 우루과이가 가나를 이겨주고, 남한은 무조건 포르투갈에 이기길 바라야 합니다. 그렇게 16강 올라가도 브라질과 붙을 가능성이 높으니 정말 쉽진 않죠.
월드컵이라는 세계인의 잔치에 그나마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팀이 나가 다행입니다. 북한은 언제면 월드컵에 나갈 수 있을까요.
제가 볼 때는 이젠 어렵습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김정훈 감독을 정치범수용소에 보내고, 정대세와 같은 해외 물을 먹은 선수도 다 못 견디게 해서 쫓아버렸으니 더 기대할 것이 있겠습니까.
여러분들도 TV를 보시면 외국 선수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눈에 보이실 겁니다. 북한 축구 선수들의 체격과 기술로 엄두를 내지 못하죠. 그나마 한국은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 축구팀에서 뛰는 선수들이 있어 외국 선수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북한도 축구를 발전시키려면 해외에 선수들을 내보내야 하는데, 옛날엔 몇 명 내보내다가 지금은 없습니다. 그런데 나가도 돈을 국가에서 다 떼어갔는데 누가 열심히 하겠습니까.
영국에서 뛰는 한국 손흥민 선수는 1년에 거의 천만 달러 가까이 돈을 받는데, 거기에 광고 출연도 좀 해주면 2~3천만 달러 정도는 벌어들입니다. 다른 선수들도 해외에만 나가면 1년에 몇백만 달러 정도는 받는데, 이런 동기 부여가 있어야겠죠.
그런데 북한은 해외 경기에서 지고 왔다고 처벌하니 그걸로 어떻게 선수들을 움직입니까. 오히려 외국 선수들이 받는 대우를 알면 다 달아나고 싶죠. 그러나 가족이 있으니 선뜻 결심하지 못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해외에 나온 기회에 한국으로 온 선수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991년 탈북한 유술(유도) 이창수 선수나 2007년 탈북한 리듬체조 이경희 선수를 들 수 있습니다. 두 명 다 북한 공훈 체육인들입니다.
저는 1990년대 초에 북한에서 살았지만, 이창수 선수 귀순 소식은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거의 모르겠죠. 그리고 이 선수의 귀순을 계기로 북한 당국이 선수들이 도망갈까 봐 국제대회에 2년 동안 불참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북한에선 전혀 모르다가 여기 와서 알게 됐습니다. 이창수 선수가 귀순하는 바람에 1991년 영국 셰필드 유니버시아드대회 리듬체조에서 개인종합과 로프, 볼에서 금메달을 따 북한 최연소 공훈체육인이 됐던 이경희 선수도 더 이상 국제대회에 나가지 못하고 은퇴해야 했습니다.
유술은 여기서는 유도라고 하는데, 이창수 선수는 1991년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베를린에서 기차에서 뛰어내려 한국으로 왔습니다.
그때 그는 북한 선수 15명 참가했던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유술팀 조장이었습니다. 그만큼 그가 북한의 핵심 선수였던 것이죠.
이창수 선수는 1989년 유고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동메달,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은메달 등 8년 동안 국제대회에서 메달만 17개를 따내 공훈체육인이 됐습니다.
1991년에 북한을 탈출해서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그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바르셀로나 세계유도선수권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 조치와 함께 탄광에 보내질 것이 뻔해 귀순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입니다.
이게 뭔 말이냐면, 전해에 열린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이창수 선수는 결승전에서 한국 선수와 붙어 졌습니다. 이후 은메달을 받았다는 이유로 삼진 탄광이란 곳에 가서 혁명화를 했다고 합니다. 장군님께 걱정을 끼쳤다고 말입니다. 이게 뭡니까. 누군 지고 싶어서 졌습니까.
여담이지만 나중에 이창수 선수가 경기 후일담을 말하는데 재미있습니다.
남조선 선수와 지면 벌을 받는 것을 아니까, 어떤 북한 선수들은 앞으로 맞붙을 상대가 자기보다 잘하는 남한 선수라는 걸 대진표에서 확인하면, 그전 시합에서 미리 져버려서 아예 대결을 피한다고 합니다.
당시 이창수 선수는 정훈이라는 한국 선수의 팔을 하나 뽑아 버릴 각오로 했고, 진짜로 경기 중에 관절을 우두둑 소리가 날 정도로 꺾어버렸는데, 정훈 선수가 한쪽 팔이 꺾인 채로 매달고 일어서더랍니다. 다음날 사우나에서 한국 선수와 만나보니 팔이 엄청나게 부어있어서 “안 아팠냐, 항복하지 그랬냐”고 물었더니 “형한테 져서 금메달 못 따면 군대 가야 해요”라고 하더랍니다. 한국은 아시안 게임부터 금메달을 받으면 2~3년 군대에 안 가도 되거든요. 그래서 이창수 선수가 “북한의 탄광보다 남한의 군대가 더 무섭나”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둘 다 절실했던 것이죠. 정훈 선수는 나중에 국가대표팀 감독도 했고, 지금도 이창수 선수와 잘 지낸다고 합니다.
이렇게 선수가 지면 탄광에 보내는 나라가 체육을 잘하면 얼마나 잘 할 수 있겠습니까.
이창수 선수는 한국에 와서 과거 국제무대에서 만나 자신을 좋아해 주었던 대만 여성 유도선수와 결혼해 아들 셋을 낳았는데, 셋 다 유도선수로 키웠습니다. 첫째는 전국 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3년 전에 세계 미남대회에 가서 우승했습니다. 둘째 아들도 국제대회 금메달을 땄고, 셋째도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유도 감독을 하는 와중에 자식들도 잘 키웠습니다. 시간이 없이 이경희 선수 이야기는 할 새가 없네요.
아무튼 제 말은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고, 돈도 많이 주고 해야 북한 축구선수들도 훌륭한 성과를 내지 처벌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저도 북한 축구가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을 빨리 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