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갑작스런 김주애의 등장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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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김정은이 김주애한테 권력을 넘겨주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노동신문 사진에서도 김주애를 김정은보다 더 부각시켜 내보내는 것을 보면서 벌써 세습이 시작됐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건 그만큼 김정은이 건강에 자신이 없다는 얘기죠. 보통 권력을 물려주는 일은 60세가 지나서 시작합니다. 권력을 하나씩 넘겨주는 순간 기존의 독재자는 힘이 빠지게 됩니다. 김일성도, 김정일도 모두 똑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1984년생이니 아직 40세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권력을 주려 한다는 것은 자기가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비대한 몸만 봐도 건강이 걱정되는 것은 뻔한 일입니다.

궁금한 점은 김정은에게 자식이 딸 밖에 없나 이건데, 한국 정보기관에선 2009년생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때 태어나긴 했겠지만, 이후에 죽은 건지 아니면 문제가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왕이란 것은 변수가 많습니다. 북한처럼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어린 여자를 왕으로 섬기려 할까요. 물론 총칼로 다스리고 처형하고 그러면 무서워서 말은 못하겠지만 진심으로 김주애의 통치를 받고 싶은 마음이 들겠습니까. 하긴 김정은도 진심으로 따르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한국을 보면 대기업들은 아들에게 물려줍니다. 왜냐면 딸에게 주면 성이 바뀌기 때문이죠. 나중에 그 딸이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남편 성으로 따라가니 가업이 남자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그래서 딸에게 주지 않는데, 북한과 같은 세습 독재 국가는 더 하겠죠.

김주애가 최 씨, 박 씨랑 결혼하면 김 씨 세습이 끝나게 됩니다. 물론 김 씨랑 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혈통이란 것이 유지가 되지 않죠.

이런 위험성을 감안하더라도, 김정은이 김주애를 내세운 것은 ‘급해서’였을 겁니다. 마음만 먹으면 주변에 널린 것이 여자고, 5과로도 많이 뽑아갔으니 아들을 얼마든지 낳겠죠. 이미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낳은 아들이 너무 어릴 것이니, 그 아들이 자랄 동안에 자기가 죽게 되면 김주애가 집안을 책임지게 하겠다는 계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정은이 죽은 뒤 권력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 김 씨 가문이 멸족되기에 그런 방법 밖에는 없을 겁니다.

이달 초에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도 후계 세습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아이들 많이 낳고, 잘 키우라고 하는데 김주애가 통치할 백성들이 줄어드니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대회에서 김정은은 연설을 듣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걸 악어의 눈물이라 하고 싶습니다.

사실 아이를 낳지 않는 게 누구 탓입니까.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아이를 당연히 많이 낳겠죠.

그런데 북한은 어머니로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든 세상입니다. 무턱대고 애를 많이 낳으라고 해서 그게 통합니까. 아이를 자기가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말이죠.

배급 줍니까, 장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까. 코로나 핑계로 무역까지 스스로 다 막아놓으니 인민들이 어떻게 잘 살 수 있습니까. 북한 사회를 외부와 철저히 폐쇄된 수용소 같은 환경으로 만들어놓고 애를 낳으라는 것은 결국 관리소 노예들을 더 많이 만들어달라는 얘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진심으로 인민에 대한 사랑이 있다면 이미 능력껏 먹고 살게 해줬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 대회 때 김정은은 30만 달러짜리 최고급 벤츠를 타고 나왔습니다. 벤츠는 북한이 돈이 있다고 사올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유엔 결의로 해외 사치품 수입이 금지됐기 때문에 각종 꼼수를 써서 들여와야 합니다.

가령 중국인으로 가장해 벤츠를 사고, 이걸 또 경로가 들키지 않게 네 번, 다섯 번 배를 갈아가면서 들여와야 합니다. 그러니 벤츠를 들여오는데 들인 돈은 아마 50만 달러는 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자기는 호화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어떻게 하든 구입하면서 인민들은 가장 기초적인 먹을 것도 구입하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인 2021년 9월에 하달됐던 김정은의 방침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뭐라고 했냐. “지금 형편이 몹시 어렵지만 아무리 어렵다 해도 전쟁 때에 비기겠는가. 전쟁 때는 사탕가루, 기름, 맛내기가 없다고 싸움을 못한 게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탕가루, 기름, 맛내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이 논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설탕, 식용유, 조미료가 없다고 불평하지 말라는 것이죠. “아무리 어렵다 해도 전쟁 때에 비기겠는가”라는 말은 김정은이 할 말이 아닙니다.

김정은은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스위스에서 편안하게 유학했습니다. 사람들은 굶어 죽어 가는데,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최고급 치즈를 먹고 거기에 맛을 들여 지금도 계속 몰래 수입해 갑니다. 김정은이 배고픈 것이 뭔지 알겠습니까 기름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있겠습니까.

이러고도 ‘백성들이 배만 채우면 되지 맛을 따지겠냐’는 식의 지시를 내리니 참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김정은이 눈물을 흘리는 것에 감동하고 속으면 안 되죠. 김정은이 공개 석상에서 우는 것이 어디 한 두 번입니까. 집권 초에도 여러 번 울고, 자기반성을 하면서 울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뭐가 달라졌습니까. 현실은 점점 더 암울해지고 있습니다.

북한 여성들은 자기가 낳을 자식이 김주애 통치를 받고 자기들처럼 살 생각하면 정말 암울할 겁니다. 그러니 어쩌면 북한에선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애국일지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김주애가 통치할 노예들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칼럼내용은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