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2년도 이렇게 저무네요. 올 한해 모든 분들 생존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올해도 북중 국경은 열리지 못하고 인민들의 생활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벌써 꽃제비가 늘어나고, 장마당 식량 가격이 껑충 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김정은은 올 한해 내내 미사일 쏘는 데만 정신 팔려 살고 있었습니다. 올해 40회 넘게 60발이 넘는 미사일을 쐈는데, 김정은은 딸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현장에 데리고 가서 참관시켰습니다. 그뿐이 아니라 올해의 마지막 주에도 무인기를 5대나 남쪽 상공에 내려 보냈습니다. 새로운 취미 생활을 찾은 것 같은데, 이제 또 얼마나 여기에 빠져 살까 생각하니 한숨만 나옵니다.
북한은 2014년에도 이런 무인기들을 남쪽에 내려 보냈는데, 일본제 사진기를 달고 날아왔다가 기지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남쪽 곳곳에 추락했습니다. 그렇게 발견된 추락한 무인기가 5대나 됐습니다. 김정은은 도대체 삶의 목적이 뭔지 궁금해집니다. 인민 생활에 신경은 전혀 안 쓰고, 오직 뭘 쏘고, 도발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 같습니다. 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고 하기도 싫은지 3년째 신년사도 하지 않는데, 뭘 쏜다면 득달같이 달려갑니다. 그 쏘는데 집착하는 취미를 만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이 탕진됐겠습니까. 내년에는 또 얼마나 많은 돈이 탕진될까요.
지난주에 군사정찰위성 시험용 사진이라는 걸 공개하면서 내년 4월에 군사정찰위성을 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이 너무 품질이 한심해서, 한국 언론들이 조악한 사진이라고 하니 이번에는 김여정이 발끈해 20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주둥이에서 풍기는 구린내’를 운운한 담화문의 수준에 대해 굳이 구린내가 어디서 나는지를 따지고 싶진 않습니다.
19일에 서울과 인천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는데, 20일에 담화가 나온 것을 보니 김여정이 북한의 기술력을 깎아내리는 ‘몹쓸 버릇 남조선괴뢰들’에게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한국 인터넷을 검색해 ‘동네 전문가’들의 발언까지 다 조사한 뒤 장문의 담화를 준비했으니 말입니다. 제재 와중에 각종 첨단 부품들을 힘들게 밀수해 만들었는데 야박하게 평가해서 화가 난 것일까요.
그런데 김여정은 담화에서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것을 못한 것이 있었는가를 돌이켜보라”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는데, 저는 그걸 보고 제 정신이 맞는지 의아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북한의 문제가 아닙니까. 왜 북한이 기어이 지키겠다고 이를 악무는 것이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 밖에 없는 것입니까. 군사정찰위성을 쏜다는 북한에선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시계 전지약도 못 만드는데, 코로나로 수입까지 중단하니 가정과 손목에서 시계가 멈춰 섰고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모르고 삽니다. 성냥공장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데, 라이터돌을 수입해 오지 못하니 사람들이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도, 담배를 피우기도 힘들지요. 불이 없고, 해를 보고 시간을 가늠하면 그건 원시시대입니다. 원시시대는 그나마 산과 들에 먹을 것이라도 풍족했지만, 지금 북한은 굶주림과 싸워야 합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이 위성 사진 등을 통해 파악한 바로는 기상악화와 비료 부족과 같은 원인으로 올해 북한 식량 수확량이 수요에 비해 100만 톤 가량 부족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500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이런 처지에서 군사정찰위성을 쏜다고 자랑하니 이 무슨 기괴한 부조화란 말입니까. 솔직히 북한에 왜 군사정찰위성이 필요한지도 저는 도대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요즘은 휴대전화만 봐도 건물 간판까지 다 볼 수 있는 지도가 나옵니다. 그걸 보면 되지 군사위성이 왜 필요합니까. 한국군이나 미군의 이동을 감시할 목적이라면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알면 북한이 막을 수는 있는가”북한군은 육해공 모두 반세기 전에 생산된, 뜨고 굴러가는 것조차 신기한 고물 장비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남북의 군사력 격차는 알고도 막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 미군까지 합세하면 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김여정이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것을 못한 것이 있었는가를 돌이켜보라”라고 했는데 굳이 그런 사례들을 일일이 설명해줘야 아는가요. 평양종합병원, 원산갈마지구 등 그런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다른 것은 다 떠나서 2012년 4월 김정은이 집권 첫 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했던 다짐은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요. 김여정은 잊어버렸는지 몰라도 인민들은 똑똑히 기억할 것입니다. 지금 북한에서 김정은 빼고 허리띠를 풀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김여정은 북한에 대한 한국의 여론만 보지 말고 다른 것도 많이 검색해 보기를 바랍니다.
제가 지난 2회에 걸쳐 베트남(윁남)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이달 초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것도 북한에 주는 시사점이 정말 많습니다. 어제의 적이었던 한국과 베트남은 지금 상생의 전략적 동반자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베트남 국민총생산액은 3배 이상, 1인당 소득은 2010년 1,690달러에서 2021년 3,716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베트남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한국입니다. 1988년부터 작년 말까지 외국 누적투자액 1위가 한국입니다. 삼성이 215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한국 기업의 누적 투자액은 비공식 포함 900억 달러가 넘는데, 한국이 인구 1억 명의 베트남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여정은 악담만 퍼붓지 말고 남쪽을 향해 한번 손을 내밀어 보길 바랍니다. 한국은 북한을 언제든 도와줄 의지도, 능력도 있습니다. 김 씨 남매는 뭘 쏘는데 집착하지만 말고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첫 약속부터 지켜야 인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