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강도와 도둑

압록강변 북한 국경경비대원들이 배에서 짐을 내리는 주민들을 지켜보고 있다.
압록강변 북한 국경경비대원들이 배에서 짐을 내리는 주민들을 지켜보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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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 2021년이 밝아왔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은 당 대회를 한다 최고인민회의를 한다 부산을 피우고 있지만, 그래 봐야 달라질 것은 전혀 없습니다. 당대회를 하면 코로나가 없어집니까. 갑자기 돈이 생기겠습니까.

김정은이 이제라도 마음먹고 국경폐쇄를 푼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 수입을 하려면 수출을 해야 하는데, 지금 내다 팔 자원조차 북한에서 고갈되고 있습니다. 이미 북한 시장에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젠 공업품을 사려하지도 않습니다. 봄 춘궁기는 또 어떻게 이겨낼지 막막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내부에선 강도와 도둑떼조차 그 어느 때보다 창궐해 비상이 걸렸습니다. 강도와 도둑은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1차적인 지표입니다. 먹고 살기 어려우면 앉아서 굶어죽을 수는 없으니 감옥에 가더라도 강탈을 하고 도둑질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북한은 남자들 대다수가 군대와 돌격대에 10년씩 갔다 오는 군사 국가이고, 이들이 군에 가서 배운 것이 강도와 도둑질이라 먹고 살기 어려우면 그냥 나가서 털어오는 것을 매우 쉽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기에 공권력마저 약화되면 강도와 도둑떼를 막을 수가 없는데, 북한의 치안을 담당하는 안전원들도 뇌물 받아 먹는 데에만 머리를 쓰고 수고를 하지, 굳이 아무 것도 없고 이판사판의 악밖에 남지 않은 강도와 도둑을 잡느라 위험해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강도와 도둑이 군에서 특수훈련이라도 받은 사람이라면 안전원이 체포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왜 요즘 강도와 도둑이 창궐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경제난입니다. 지금 코로나 방역조치로 국경을 꽉 틀어막아 북한 내부 경제상황이 매우 안 좋다는 것은 이미 앞서 설명 드렸습니다. 가격이 급속히 치솟고 있는데다 코로나로 이동까지 철저히 통제해 유통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일반 노동교화소에 수감돼 있던 죄수 중 만기를 앞둔 죄수 7000여 명을 한꺼번에 석방시켰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선 이것을 두고 정치범이 석방됐다고 전한 언론도 있었지만, 그건 북한을 모르는 얘기죠. 정치범은 석방시킬 수가 없습니다. 한번 그곳에 끌려가 노예가 되면 평생 풀려나지 못하고 관리소 보안원들의 채찍 속에서 노예가 됩니다.

집단생활에 따른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죄수를 풀어주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그건 아니고 제가 알아보니 그냥 특사였습니다. 북한은 원래 중요한 명절 때마다 특사, 즉 특별사면조치를 취해왔는데, 이번도 마찬가지 경우입니다. 다만 평년에 비해서 풀어준 숫자는 좀 많았습니다. 경제가 망하니까 교화소 죄인들 먹여 살리기 어려웠던 것도 이유가 되겠습니다.

이들을 풀어주면서 북한 당국은 각 지방에서 알아서 이들을 감시하고 개조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감옥과 교화소에서 풀려난 사람이 집에 가보십시오. 집이 먹고 살만하면 죄인이 되겠습니까. 그리고 교화소에 풀려 집에 가면 밑천이 있습니까, 인맥이 있습니까. 집에 가도 먹고 살 길이 막막하죠.

그럼 교화소에서 인생도 망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하겠습니까. 나오자마자 또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도둑으로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우리가 역사에서 많이 보았던 당연한 상식입니다. 가뜩이나 경제난 때문에 없던 도둑도 생겨나는데, 감옥에서 나온 수천 명의 신규 강도와 도둑이 합세하니 어떻겠습니까. 곳곳에서 강력 범죄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흉악한 범죄자만 있겠습니까. 살만한 정상국가라면 다 열심히 일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체제와 지도자를 잘못 만나 강도와 도둑으로 살 수밖에 없는 겁니다. 북한 영화 임꺽정을 보면 결국 시대가 선량한 백성들을 도둑의 길로 내모는 것입니다. 북한 독재정권도 그걸 아는지, 백성의 분노와 항거가 두려워 임꺽정을 금지영화로 규정하고, 임꺽정 주제가도 부르지 못하게 합니다.

지금 시대는 일제시대보다 더욱 악랄합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최서해의 소설 '탈출기'가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신상옥 감독이 소설에 기초해 1980년대 탈출기라는 영화도 만들었지만 이것도 지금은 금지영화죠. 탈출기의 주인공 박 군은 먹고 살기 어려워지니 간도에 갑니다. 그런데 북한은 그것도 안 됩니다. 이것이 바로 북한에서 강도 도둑이 득세하는 세 번째 이유이기도 합니다.

먹고 살기 어려우면 '고난의 행군' 시절처럼 대량 탈북이라도 일어나야 합니다. 중국에 갔다 북송되는 것을 반복하더라도 탈북을 하면 북한 내부 치안은 그래도 안정되겠죠. 그런데 요즘 어떻습니까. 김정은이 국경 1~2㎞ 안에 접근하면 무조건 사살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주요 탈북루트에는 특수부대인 '폭풍군단'까지 파견해 3중, 4중으로 경비를 섭니다.

탈북을 시도하다간 사살될 확률이 더 큽니다. 그런 위험부담을 감안해 탈북을 강행해도 코로나 때문에 한국 입국도 못합니다. 중국을 떠돌다 북송될 확률이 훨씬 큰데, 김정은은 또 방역지침 위반자라고 북에 돌아가면 처형시킬 가능성이 높겠죠. 그러면 인간은 확률을 계산하겠죠. 탈북이 죽을 확률이 훨씬 더 크면 그나마 위험부담이 그보다는 낫다고 보는 국내 강도나 도둑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런데 이건 일시적인 일이 아닙니다. 북한 경제는 코로나로 문을 꽁꽁 닫고 있는 한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죽기 보단 범죄자가 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집권해서 벌써 10년이 넘는데, 뭘 제대로 한 것이 있습니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지금 상황은 더욱 최악입니다. 2021년에 북한의 지옥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