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리 식’ 사상과 전통에서 통 크게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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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6월 24일자 6면에 수록된 “위대한 영도, 불멸의 70성상, 주체의 기치높이 모든 것을 우리 식으로!” 제하의 ‘정세론 해설’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북한 정권의 70년 역사가 “자랑 찬 승리의 행로”를 걸어온 것은 “우리 식 사회주의”를 고수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역대 모든 전략노선을 관통하는 사상과 정신은 ‘우리 식’에 있었으며, 앞으로도 북한 체제가 확고하게 견지해야 할 태도와 사상은 ‘우리 식 사회주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가 구상하고 있는 미래의 경제발전 방향과 방식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기사라 하겠습니다.

오중석: 북한 사회주의 체제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극단적으로 통제된 개혁과 개방’을 통해 지난 70년을 ‘그럭저럭’ 버텨왔습니다. 북한체제가 지금까지 유지된 것은 “우리 식 사회주의”의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기능’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더욱이 북한의 인민경제는 배급제가 실종되면서 장마당과 종합시장을 통해 근근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식 사회주의’를 고수해야 한다는 선전은 시대상황을 잘못 읽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노동신문 기사 첫째, ‘우리 식’에 대한 개념을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 식’이란 ‘주체 식’을 의미하며 ‘북한의 혁명과 건설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주체사상의 기치아래 남의 도움 없이 해결한다’는 것으로, 북한의 역사를 관통하는 “숭고한 사상 감정 이자 불변의 신념이며, 고귀한 진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식’에 대한 북한 체제의 실험은 아직 진행 중에 있을 뿐이고 그 결과가 검증된 것은 아닙니다.

둘째, 북한은 ‘우리 식’ 이라는 “사상 정신적 무기”를 통해 “미증유의 기적을 창조”해왔다는 것입니다. 그 근거로 6.25전후 ‘농업협동화’ 성과 거양, 개인상공업의 사회주의적 개조,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운영, 제2차 7개년 경제계획(1978-84년) 수행, 1990연대 체제붕괴 위기 모면, 21세기에 접어 들어 창전거리, 미림 승마구락부, 문수물놀이장, 마식령스키장 등 새로운 창조물 건설”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식’에 의거해 이룩했다는 각종 제도와 결과물들이 “미증유의 기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요구와 이익’에 실질적으로 부합해야 할 뿐 아니라 “자손 만대의 번영”에 기여하는 성과가 보장될 때만이 가능하다 할 것입니다.

셋째, ‘우리 식’이란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라는 것입니다. ‘우리 식’은 “위대한 당의 부름”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수령들의 애국 유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 식’에는 북한 주민들의 공로와 역할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의 ‘우리 식 사회주의’ 는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간헐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하여, 1991년 5월 김정일의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는 필승불패이다” 라는 담화를 통해 그 개념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체제가 대내외적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세운 ‘체제생존전략노선’을 현재의 대화시점에서 강조하는 배경과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은 1991년 5월 김정일 담화 발표 이후 “사회주의 건설의 역사적 교훈과 우리당의 총 노선”(92.1), “사회주의에 대한 훼방은 허용될 수 없다”(93.3), “사회주의는 과학이다”(94.11)라는 김정일 발표논문을 통해 ‘우리 식 사회주의’내용을 구체화하였습니다. 당시 발표논문들을 통해 제시한 ‘우리 식 사회주의’ 핵심 내용은 ①인민민주독재 고수, ②사회주의적 민주주의 실현, ③중앙집권제 및 계획경제의 우위성 견지, ④사상의 자유 불허 ⑤수령∙ 당∙ 인민대중의 전일적 관계 유지 등으로 요약됩니다. 이와 같은 내용들에 근거해 볼 때, 노동신문이 현 시점에서 ‘우리 식 사회주의’를 강조하고 나온 배경은 북한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복잡하고도 지난(至難)한 대내외 정세’가 1990년대 ‘전반기 정세’와 ‘유사하다는 판단’을 한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에 공언한 ‘북한 비핵화’ 약속이 ‘체제붕괴’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향후 북한 ‘비핵화 이행과정 협상’에서 북한의 현행 체제와 정치제도를 훼손하는 방식은 허용할 수 없다는 신호를 대내외에 전달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의 협상대표들은 물론 미국과 한국의 협상 대상자들에게 ‘협상 데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말하는 ‘우리 식 사회주의’ 가 자랑하고 있는 농업협동화, 연합기업소제도, 제2차 7개년 경제계획 등은 모두 실패한 제도와 정책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북한 스스로도 이들 제도와 정책을 수정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동신문 기사는 ‘실패한 제도와 정책’을 ‘미증유의 기적’을 창조해 낸 ‘모범적 성공사례’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진실을 외면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선전 기사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이런 류의 선전 기사에 속아 넘어 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또한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북한 경제 실패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농업협동화는 물질적 인센티브의 부족과 영농 기술의 후진성으로 이미 파탄 난지 오래되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인 ‘텃밭과 뙈기 밭’을 허용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연합기업소 제도는 연합기업소 내 당위원회가 재료 구입과 제품 생산계획과 과정, 제품처리에까지 개입함으로써 기업이 ‘경직된 관료조직’으로 변질되는 고질적인 병폐로 인해 생산력을 더 이상 향상시키지 못했습니다. 야심 차게 시작한 제2차 7개년 경제계획도 외채문제, 수송 및 에너지 부족, 사회간접자본 취약으로 전반적인 실적은 목표에 미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제3차 7개년 경제계획을 위해 2년간의 조정기간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런 과거를 익히 알면서도 선전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정권의 이데올로기 적 통제를 벗어난 개혁, 개방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과거 ‘절름발이 식 개혁과 개방’에 집착하기 보다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 크게 추진함으로써 체제 안전을 확고히 보장받고,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아낌없이 수용하여 ‘자손 만대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는 길에 주저 없이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