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인민의 ‘애국 증산 열의 총발동’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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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2월 20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지방중흥의 다발적인 경사로 격앙된 충성과 애국의 열의를 총발동하여 생산과 건설을 힘있게 다그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 어머니당의 품속에서 안겨 만복을 누려가는 긍지와 자부심이 꽉 차 넘치고 충성과 애국의 한마음으로 그 사랑, 그 은덕에 기어이 보답하려는 불 같은 열망이 충만되여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우리 인민의 충성과 애국의 힘을 총발동하여 사회주의건설의 승리적 전진을 가속화하는 것은 우리당 특유의 사업방법"이라면서 "전진도상에 어렵고 방대한 투쟁과업이 나설 때마다 우리 당은 혁명과 건설의 직접적 담당자인 인민대중을 굳게 믿고 그들의 힘을 발동하여 세기적인 변혁을 이룩하여 왔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당조직과 일군들에게 대중의 정신력을 발동하고 그들의 무한한 충성심, 드높은 애국심에 의거하여 생산과 건설을 다그쳐나감으로써 올해를 더 높은 발전단계에로의 상승국면을 마련하는 경이적인 해, 위대한 전환의 해로 빛내여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또 "어디서나 사회주의애국운동, 혁명적인 대중운동이 시대적 흐름으로 되게 하고 일터마다에서 증산투쟁, 절약투쟁의 불길이 세차게 타 번지도록 하여야 한다"고 주문한 데 이어, "인민들이 날이 갈수록 더해 만지는 당과 국가의 고마운 은덕을 언제나 잊지 않고 자기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헌신적으로 일해나가도록 늘 교양하고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당조직과 일군들에게 "인민의 충성과 애국의 열의를 전면적 국가부흥의 세기적 변혁에로 줄기차게 이어 놓아야 할 책임적인 임무가 있다"며, 사상교양책무의 중요성을 지적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모든 당조직들이 ①"대중의 앙양된 정신력과 충천한 기세를 우리당 투쟁강령의 성공적 실행에로 지향시키기 위한 진격의 나팔소리, 혁명의 북소리를 더 높이 울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②전체 인민이 당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심을 간직하고 당정책관철에 더욱 매진하도록 하기 위한 사상사업을 진공적으로 벌려나가야 하며 ③"우리 당이 결심하고 책정한 모든 사업들이 실속 있는 결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조직정치사업을 더욱 심화시켜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④"나날이 강해지고 높아지는 우리 공화국의 국력과 위상을 통하여 누구나 우리 당의 위대함과 은덕을 가슴 뜨겁게 절감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인민대중들이 당이 내세운 정책의 정당성과 이에 대한 신뢰, 과업수행의 자긍심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자발적인 동참을 꺼려한다면, 당 조직들이 제아무리 강도 높은 사상사업을 전개한다 해도 이는 소 귀에 경읽기요 마이동풍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노동당은 정책을 수립할 때 인민대중들이 신명 나고 살맛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일까를 심사숙고 하며, 폭넓게 여론을 수렴하고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당의 위업에 무한히 충직한 인민대중의 사상정신력에 의거할 때 이 세상 못해낼 일이 없고 점령 못할 요새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신조"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사상, 정신력 강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물질적, 환경적 조건이 같다면 사상과 정신력이 강한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특정 정책과 과업의 성취는 정책의 타당성과 현실성, 최소한의 정책실현에 필요한 자금, 기술, 체력, 지식과 같은 인적, 물적 자원이 보장되어야만 가능합니다. 필요 최소한의 인적, 물적 자원 없이 사상적 의지와 의욕만으로 주어진 과업을 점령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성 만능론'과 같은 것으로 사상과 정신력에 대한 잘못된 신봉에서 나온 것입니다. 사상과 정신력의 영향은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이상을 넘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비과학적인 주술입니다. 또한 북한 통치집단이 정치적 조직과 사상교양 사업을 통해 인민대중들의 '사상 정신력 총발동'을 강제하는 숨은 목적은 김씨 일가의 세습독재체제에 대한 인민대중들의 저항과 불평불만을 억압하고 노예적 복종을 영속시키려는데 있습니다. 사상 정신력 타령의 본질은 사상의 자유박탈입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창당이래, 건국이래 초유의 대변혁인 지방중흥의 경이적인 첫실체들은 당 정책은 과학이고 승리라는 신념을 배가해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지방건설성과 선전전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은 새해에 들어 관영매체를 총동원하여, 지난해 초 20개 군에서 착공한 지방공업공장들이 올해 2월중에 모두 완공됐고, 이로써 북한이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이 여세를 몰아 '국가의 전면적 융성기'를 펼쳐나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방공업공장들이 완공됐을 뿐 제대로 된 가동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고 생산 및 운영성과가 나올 수 없는 시점입니다. 따라서 지방공업공장관련 치적 평가는 지방인민들의 경공업제품 수요충족과 생활안정 및 향상이 성취됐을 때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창당과 건국이래 '초유의 경이적인 치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난 10여 년간 인민경제부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김정은과 조선노동당의 지도력 부족 및 한계를 호도하는 한편 인민들의 증산투쟁과 경쟁열의를 고조시켜보려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당 조직들에 "사상사업을 진공적으로 벌려 누구나 우리 당의 위대함과 은덕을 가슴 뜨겁게 절감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은 2022년 3월과 2년 후인 지난해 4월에 '선전부문 일군강습회'를 개최했습니다. 연이은 강습회를 통해 강조한 것은 김정은 유일관리체제를 강화하고 인민을 당정책관철투쟁에 총궐기시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방법으로 당과 수령에 대한 위대성과 충실성 교양을 제시했습니다. 즉 인민들이 당과 수령의 위대함과 은덕을 느끼도록 선전하여 고마운 마음으로 충성을 다하고 당 정책관철투쟁에 총력 분기해 나서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지시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당과 수령의 위대함과 은덕을 체감해 보지 못한 주민들로서는 위대성과 충실성 교양 지시에 강한 반감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