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2월 14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어머니 우리당은 인민을 위한 일에 만족을 모른다'는 정론입니다. 이 정론은 "거대한 용암이 분화구를 찾아 분출하듯이 이 땅의 곳곳에서 탄생하는 세기적인 변천들을 일일이 기록하는 것조차 그지없이 숨가쁘고 우리의 붓이 무딘 것에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길이 없고 위대한 노동당 세월에 갈수록 더해지는 꿈만 같은 새 문명, 새 생활, 새 행복에 대한 인민의 환희와 격정이 세차게 끓어 번진다"며 체제선전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2월은 경사에 경사가 덧쌓여지는 유다른 계절, 연이은 준공식들과 연이은 착공식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전면적 진흥이 새 영역과 경지를 개척하는 거창한 사변들이 다계단으로 펼쳐지는 분수령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2025년의 태동은 천하제일강국을 향하여 질풍쳐 나가는 위대한 김정은 조선의 눈부신 변혁의 축도이며 인민을 위한 창조의 여정에서 전진과 비약만 있을 뿐 침체와 답보를 모르는 우리 당의 위대함을 뚜렷이 보여주는 의의 깊은 이정표"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은 "한없이 걸출하고 탁월하신 영도자, 만민이 우러러 따르는 천하제일 위인이며 그의 이상을 집약하면 인민이라는 두 글자가 뜨겁게 어려온다"고 썼습니다. 끝으로 김정은이 "펼쳐주는 지방부흥의 세월 속에서 복만을 누리는 철부지 자식이 아니라 그의 만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언제나 기쁨만을 주는 참된 아들딸들이 되자"고 촉구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정론은 "강대한 조선의 2월은 미증유의 전진과 변혁의 기상으로 세차게 약동한다"고 적어, 현재 북한의 혁명과 건설이 마치 최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양 선전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정론은 ①"새해 벽두부터 각지에서 지방공업공장 준공의 계주봉이 연연히 이어지며 세인을 놀래웠고 역동의 2월에는 준공에서 착공으로, 다시 준공에서 착공으로 역사에 보기 드문 번영의 자리길이 도도히 그려지고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또 ②"세기적인 변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오늘의 시대에 인민과 너무도 친숙해진 말들이 있다면 아마도 착공식과 준공식이라는 두 단어일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③"새로운 변혁을 상징하는 3대필수대상건설이 추가병행되어 역대초유의 지방발전혁명의 폭과 심도가 더 넓어지고 깊어진 것"이라며 김정은 제시 건설과업의 성과적 수행을 과시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김정은표 건설정책'의 화려한 성과주장에도 불구하고 2024년 북한의 인민경제현실은 고난의 행군시기보다 더 어려웠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지난해 연말 1달러당 북한 원은 2만원으로 급등했습니다. 핵무기고도화에 최우선적인 자원투입으로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인민경제발전 12개 중요고지 점령, 평양 5만가구 주택과 지방공업공장 등 경제건설과업이 미증유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선전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양성원: 이번 정론은 지방공업발전정책과 관련하여 "이 나라 인민은 남녀노소 누구나 감격의 눈물을 억제하지 못한다"고 적어 인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지방공업 발전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지방공업발전정책은 김정은이 지난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직접 제시한 정책입니다. 지방인민들의 생필품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매년 20개 시·군에 경공업공장을 10년간 계속 짓는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갑작스런 제기였습니다. 지난해 2월 28일 평북 성천군에서 첫 착공식을 가진 이후, 올해 2월 11일 양강도 김형직군의 마지막 준공식을 끝으로 첫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며 대대적인 선전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 이유는 당 전원회의에서 숙고된 정책이 아니라 김정은이 대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제기하여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인데다 자원과 기술, 인력부족으로 현대화된 공장건설은 물론 공장운영 조건과 환경이 미성숙한 실정이며, 지난해 8월 보건시설과 복합형문화중심, 양곡관리시설, 과학기술거점 등을 추가 부과함으로써 정책중심이 변질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성원: 이번 정론은 김정은의 지방발전강행군은 계속되고 있다며 "우릴 위해 바치고 바치시는 자애로운 어버이의 천신만고를 한시도 잊지 말자"고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어버이상 강화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정론은 김정은의 지방발전정책 추진 1년을 경과하는 시점에서 정책을 성공적으로 포장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지방발전정책 성과는 김정은의 절대적인 인민사랑과 탁월성, 어머니당의 이민위천과 헌신적인 추진력, 인민들의 당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추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선전했습니다. 이와 같은 선전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김정은의 어버이상 강화는 올해에 제8차 당대회 결정과업을 성과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뿐 아니라 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결속하고 제9차 당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정은에 대한 전인민적인 충성과 효성을 자극하여 내부결속을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를 극대화 해보려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모든 도시와 산간벽지에서 광범위하게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고강도 건설현장의 동원인민군들과 근로인민대중들의 불만을 해소해 보려는 저의도 있어 보입니다.
양성원: 이번 정론은 "인민들은 조선노동당의 붉은 당기 아래에서만 모든 꿈을 다 이룰 수 있고, 어머니당의 품속에서만 사회주의만복을 누려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사회주의는 인간의 소유본성과 자유경쟁 의식을 말살하고 개인의 본성적인 차이를 부정하며 일률적인 평등을 강제하는 사회입니다. 인간은 저마다 타고난 능력과 자질, 즉 육체적·정신적·본능적·선천적 기질과 성격, 재능, 가능성이 모두 다릅니다. 자본주의는 이를 인정하고 자유로운 경쟁과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결과적 차이에 대해서는 조화로운 극복을 추구합니다. 사회주의가 망한 이유는 인간의 이러한 본질적 성격과 차이를 부정하고 인간의 의도와 계획으로 억압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주의만복은 이뤄질 수 없는 허상입니다. 주민들은 본성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사회주의만복 주장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