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월 28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인민경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새 기준, 새 기록을 끊임없이 창조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5개년 계획수행의 마지막 해를 승리적으로 결속하고 더 높은 발전단계로의 상승국면을 열어놓기 위한 오늘의 보람찬 투쟁은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새 기준, 새 기록 창조운동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새 기준, 새 기록 창조운동은 생산과 건설에서 대중의 혁명적 열의와 창조적 적극성을 최대한으로 발양하여 적은 노력과 자재, 있는 설비로 더 많이, 더 빨리, 더 좋게 생산하며 건설하기 위한 대중적 혁신운동”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새 기준, 새 기록 창조과정은 대중의 사상의식, 창조적 적극성이 더 한층 제고되는 과정이며 생산토대와 잠재력이 확고히 다져지고 더 높이 전진비약하기 위한 든든한 발판이 닦아지는 과정”이라고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새 기준, 새 기록 창조사업이 자기 손으로 자기행복을 안아오는 사업이라는 관점, 자기 힘으로 능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심을 지니고 여기에 주인답게,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일군들이 새 기준, 새 기록 창조운동의 열기를 더욱 고조시켜야 한다”며, “모든 일군들은 새 기준, 새 기록 창조운동에 대한 장악지도와 총화를 공정하고 정확히 하며 평가도 잘해주어 대중의 혁명적 열의와 창조적 적극성을 더욱 북돋아 주어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오늘의 증산투쟁, 증산운동은 인민경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새 기준, 새 기록을 끊임 없이 창조하기 위한 투쟁”이라며 증산을 위한 대중운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주어진 조건과 환경 속에서 증산할 수 있는 비결도 대중 속에 있고 이미 도달한 기준과 기록을 깨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내달려야 할 직접적 담당자, 당사자도 바로 생산자 대중”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새로운 혁신창조, 위훈창조가 대중의 벅찬 숨결로 되고 주도적인 분위기로 전환되어야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증산투쟁이 활기차게 벌어지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대중운동은 인민대중의 경쟁을 통해 노동강도를 절대적으로 높임으로써 세습독재정권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인민경제발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데 심각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북한은 대중운동을 통해 체제를 유지해왔습니다. 1950년대 천리마운동, 1970년대 3대혁명붉은기 쟁취운동, 1980년대 숨은영웅 따라배우기운동 등이 그것입니다. 시기별로 새로운 대중운동을 만들어 강도 높게 전개해왔지만 북한 1인당 GDP는 1,200달러(2022년, IMF)에 불과합니다. 세계 최빈국 수준입니다. 인민들의 삶을 옥죄는 대중운동은 이제 중단돼야 합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가능한 조건과 잠재력을 최대한 동원 이용하여, 있는 설비와 자재 또 원료와 자금으로 새 기준, 새 기록을 끊임 없이 창조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새 기준, 새 기록 창조’운동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새 기준, 새 기록 창조’ 운동은 1980년대에 시작된 사회주의 노력경쟁운동의 하나입니다. 이 시기는 세계적으로 사회주의 경제와 북한 주체경제가 실질적인 작동을 멈추고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낼 때입니다. 이때 지구촌 대부분의 사회주의국가들은 개혁·개방을 통해 자본주의시장 경제질서를 과감하게 수용하여 경제발전 토대를 새롭게 구축하고 인민경제생활의 안정을 되찾아 나갔습니다. 하지만 북한 통치집단은 이들 국가의 개혁·개방정책과 자본주의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사회주의에 대한 배반”이라고 맹비난하며 주체경제를 고집했습니다. 과학기술과 자원, 자금의 부족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주체경제를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근로인민대중의 노력착취를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 ‘새 기준, 새 기록’의 창조운동이었습니다. 40여 년 전의 낡은 노력착취운동으로 오늘의 인민경제를 살려 보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망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새 기준을 창조하는 사람, 새 기록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며, 전 인민의 기록 창조투쟁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이처럼 새 기준 새 기록 창조투쟁의 전면화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강조했습니다. 먼저 ①모든 생산자 대중이 이미 도달한 계선에서 더 높이 비약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발함으로써 증산의 돌파구를 열어제끼고 자랑찬 결실과 고무적인 성과들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②5개년 계획의 성공적인 완수를 통해 당 8차대회가 제시한 목표를 성과적으로 점령하고 ③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결정관철과 당 창건 80돌 당대회를 보위하며, ④사회주의 건설에서 거대한 변천과 활기찬 약진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새 기록 창조투쟁 전면화는 당 8차대회와 5개년계획을 결산하고 당 창건 80돌 행사를 맞는 올해에 근로인민대중의 노력경쟁을 최고 수위로 끌어 올려 가시적인 경제성과를 창출함으로써 ‘수령중심 일당독재체제’의 정당성을 공고히 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과학기술과 생산을 밀착시키며 지식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오늘의 증산투쟁에서 실질적인 성과들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당대회와 전원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인민경제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빼놓지 않고 강조해오고 있지만 과학기술 수준은 매우 낮습니다. 그 이유는 핵무기와 미사일 같은 군사과학기술 개발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정권은 인민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 필요한 과학기술예산과 집행결과 및 성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이 첨단무기개발에 광분하고 있는 이상, 인민경제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은 개발될 수 없습니다. 주민들은 이번 사설의 지시내용을 접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