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6.25전쟁 승리’ 인식조작은 범죄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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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7월 27일자 6면에 수록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전승업적은 우리 혁명의 승리적 전진과 더불어 끝없이 빛을 뿌릴 것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6.25전쟁 정전협정 65돌을 기해 작성된 것으로, 6.25전쟁의 결단과 개시, 결과를 ‘김일성의 전쟁범죄 은폐와 세습독재정권 유지’ 의도에 맞춰,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왜곡하고 있는 곡필(曲筆)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북한 주민들을 미혹하는 전형적인 ‘혹세무민(惑世誣民)의 글’이라고 하겠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6.25전쟁의 전모는 러시아가 1992년부터 전격 공개한 6.25전쟁 전후 ‘스탈린 – 김일성 – 모택동’ 간에 오고 간 비밀문서들을 통해, 미국과 한국이 전쟁을 ‘유도’했거나 ‘일으킨 전쟁’이 아니라, 스탈린과 김일성, 모택동이 일으킨 ‘남침전쟁’이며 ‘실패한 전쟁’이라는 사실이 이미 확인된 상태입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 사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①6.25전쟁은 제국주의의 침공으로 이루어졌고 김일성의 탁월한 군사전략으로 승리했다며 김일성의 ‘전승 영도 업적’을 조작하고 ②북한이 사회주의강국건설의 튼튼한 도약대를 마련하게 된 것은 김정일의 ‘전승 업적 승계’ 때문이며 ③사회주의 최후승리를 위해서는 김정은을 혁명의 진두에 두고 북한 주민 모두가 ‘전승세대의 투쟁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상공세를 드세게 벌려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김일성은 ‘적들의 불의의 침공’에 대처하여 즉각 반(反)공격전과 대담한 포위작전, 갱도전 등을 비롯해 세계 전쟁사에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전략과 전술, 전법을 제시하는 탁월한 영도로,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6.25전쟁의 중요한 특징을 “김일성 수령과 천만군민이 운명공동체가 되어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조국을 영예롭게 지켜낸 ‘전민항전’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사실과 매우 다릅니다. 6.25전쟁은 김일성이 남침승인을 간청하는 48회에 걸친 전문뿐 아니라 두 차례에 걸쳐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스탈린을 직접 만나, 남침 ‘허락’을 받아내 남침을 감행함으로써 발발한 전쟁입니다. 김일성은 6.25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인명피해와 천문학적인 사회경제적 피해를 낳았는데요. 이런 전쟁을 ‘전민항전’ 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하는 것은 김일성의 전쟁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선전책동에 불과합니다.

둘째, 김정일은 반제대결(反帝對決)에서 승리를 이룩할 수 있는 불멸의 지침과 풍부한 경험이 담긴 김일성의 ‘전승업적’을 이어 받아, 무적 필승의 혁명강군을 키웠고 북한을 금성철벽의 요새로 억척같이 다져놓았으며 사회주의 강국건설의 튼튼한 도약대를 마련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일이 ‘김일성 전승업적’을 계승한 ‘선군정치’는 온 세계를 또 다시 전쟁의 참화속으로 끌어 들일 가능성만 높인 특이한 형태의 세습독재정치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셋째, 북한 주민들은 조국해방승리기념관 같은 교양거점들을 통하여 수령님들의 전승업적을 전면적으로 체득하고 김정은이 있어 최후의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철석 같은 신념을 간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을 대를 이어 높이 모신 것은 조국과 인민의 크나 큰 영광이며 행운이므로 수령결사옹위를 첫째가는 요구로 삼아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북한 전체 인민들은 ‘1950년대 투쟁정신’으로 살아야 하며, 전쟁의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새 세대들이 혁명승리의 역사와 전통을 똑똑히 알고 대를 이어 빛내어 나가도록 사상교양사업의 강도를 높이 벌릴 것을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6.25전쟁이 김일성의 무모한 권력 확장과 스탈린의 동북아시아 전략, 모택동의 대만(臺灣) 점령이라는 야욕이 어우러져 빚어낸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참화라는 사실은 이미 밝혀져 있습니다. 이처럼 6.25전쟁의 전모가 다 밝혀졌음에도 북한만 유독 6.25전쟁이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이며 김일성이 승리한 전쟁이라는 거짓말을 65년 째 외치고 있습니다. 북한의 6.25전쟁과 관련된 ‘거짓 선전’의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이 장구한 세월 6.25전쟁과 관련하여 ‘거짓 선전’에 목메고 있는 것은 ①6.25전쟁에서 승리한다면 김일성이 스탈린 및 모택동과 6.25전쟁을 도발한 사실이 영원한 비밀로 유지될 것으로 보았고 ②6.25전쟁 ‘실패’를 사실대로 용인할 경우 국제사회비난은 물론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워질 것이 뻔하다는 인식에 따라, 6.25가 ‘제국주의 침략전쟁’이라는 거짓선전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전쟁도발 책임을 제국주의에 돌리는 것만으로는 ‘김씨 일가 독재정권’의 안전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인식아래 ‘6.25전쟁 승리’ 담론을 조작하고 거대한 ‘전쟁승리 기념관’과 각종 전쟁승리 상징물을 건립하여 사상교양수단으로 삼고, 김일성의 ‘전승업적’ 선전활동을 강화해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정권차원의 조작선전활동은 김일성의 ‘전쟁승리 권위’를 빌어 세습독재정권을 끝까지 유지해보려는 데 있습니다. 거짓이 더 큰 거짓을 낳고 기념관과 전승지 조성, 혁명교양강좌 등 제도화로 굳어져, 이제는 그 거짓을 바로 잡을래야 바로 잡을 수 없는 ‘최악의 궁지’에 몰려 있는 형국입니다.

오중석: 지난 65년간 지속된 6.25전쟁 관련 ‘거짓 선전’이 북한체제에 미칠 영향과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6.25전쟁 승리’라는 ‘조작된 김일성의 권위’를 신격화함으로써 김정일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독재세습을 정당화, 합리화 하려는 의도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1997년 6.25 정전협정 40주기를 기해 발표한 ‘한국전쟁 특집’에서 “한국전쟁은 지금까지 중국이 주장해온 것처럼 ‘영광스러운 승리’가 아니라”며 북한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평가를 이미 내린 바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젊은이들은 김일성의 ‘전승영도 업적’ 선전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거짓 선전’활동은 본의 아니게 북한체제를 파멸로 몰아 넣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의 6.25전쟁과 관련한 ‘주민 인식조작’ 행태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각과 사유를 파괴하는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북한주민들이 케케묵은 ‘거짓 선전’에 여전히 속아 넘어갈 것이라는 ‘착각’에서 속히 깨어나야 할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