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대화(非核對話) 거부 ‘명분 쌓기’ 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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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8월 5일자 6면에 수록된 “미국과 일본의 암묵적인 원자력협정 연장책동의 흑막을 폭로한다” 제하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명의 ‘백서’입니다. 이 백서는 미국과 일본이 1988년 7월 16일에 맺은 원자력협정이 30년 만기를 채우고, 자동 연기된 것과 관련하여,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하면서도 일본의 핵무장을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과 새롭게 연계시키고 있어 그 의도가 주목됩니다.

오중석: 북한은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위한 추가 협상 요구에 ‘선(先) 종전선언과 조기 평화협정체결’을 주장하며 ‘비핵대화(非核對話)’ 불가 또는 거부의 목소리를 점차 높이고 있습니다. 이번 백서 발표 역시 ‘비핵대화’를 거부하기 위한 ‘명분 쌓기’의 일환으로 보이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사실 북한은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이 끝난 직후부터 비핵화를 거부하기 위한 명분을 찾는데 골몰해왔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후속대화’를 미루고 있다가 국제사회의 비난이 일자, 마지못해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북(7.5-7)을 허용했습니다. 최근엔 미국내 조야의 북한 ‘핵개발 지속 의혹’ 제기와 제재거론을 문제 삼더니 이번 백서에서는 미일(美日) 간 원자력협정 연장을 걸고 넘어지는 궁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백서 내용을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백서발표의 이유를 “미국과 일본의 암묵적인 원자력협정 연장의 이면에 깔려있는 위험 천만한 기도와 범죄적 정체를 만천하에 폭로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본은 1977년부터 플루토늄 생산을 시작했으며 1988년에는 폐핵연료까지 수입하여 재처리 하면서 현재 47톤에 달하는 플루토늄을 갖고 있으며, 그 양이면 7천 8백여개의 ‘나가사끼’형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국제규범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세계평화를 위협하며 핵무기를 만들고 있는 ‘불량국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과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AtomicEnergyAgency, IAEA)에 가입하여 핵 관련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있는 제3국을 비난하는 것은 그야 말로 어불성설입니다.

둘째, 일본의 핵무장화로 인해 세계적인 핵 재앙은 시간 문제라는 것입니다. 1994년 당시에 일본의 한 군수산업관계자는 ‘기술적으로 3개월이면 핵무기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으며, 2002년에 일본의 한 고위정객은 ‘일본의 원자력발전소에는 수천 개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이 있다’고 말한바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미국과 일본의 원자력협정 자동연장으로 일본의 핵 광기가 더욱 노골화될 것이라고 힐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주장들이 ‘북한의 비핵대화 지연이나 거부’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미국은 미일원자력협정을 자동 연장함으로써 “세계평화와 안전의 파괴자로서의 흉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이에 덧붙여 미국은 북한에 대해 ‘비핵화 의혹’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핵무장화 책동을 문제시해야 하며, 공정한 입장에서 사태를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엉뚱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 공갈과 위협으로 북한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말살하려는 온 갖 원수들의 책동을 단호히 짓부셔 버릴 것” 이라며, 미북 정상회담 이전 대미(對美) 위협수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추가협상에는 미온적이면서도 김정은의 친서를 미국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비핵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해석될 만한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백서는 북한이 ‘비핵화 불가’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할 만한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런 백서를 발표한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이번 백서를 발표한 주체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을 추진한 북한 측 실무책임자인 김영철이 이끌고 있는 통일전선부 산하 조직입니다. 대외적으로 미수교국가와 한국을 대상으로 당국간 또는 민간 급 대화와 협상에 나서서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것 같지만, 철저하게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의 감독과 지시아래 움직이는 대외활동기구입니다. 이번 백서가 북한 최고 책임자와 조선노동당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 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①현 단계에서 북한은 미국과 약속한 비핵화 협상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일본의 평화적 핵 물질 이용을 저지하거나 중지시킬 의무와 책임이 없으며, 또한 국제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②최근 북한이 비핵화 이행을 주저하는데 대해 쏟아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여론을 무마하고 ‘비핵대화’ 회피에 따른 비난을 분산시키려는 데 있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③일본의 핵 물질 이용을 왜곡하고 침소봉대함으로써 미국의 책임론을 부각시켜 다시 재개되고 있는 경제적 제재와 ‘비핵화 공세’ 흐름을 차단해보려는 의도도 읽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④북한의 핵무장을 옹호하고 비호하는 세력들에게 ‘핵을 보유한 전략국가의 위상’을 지키는데 초점을 둔 ‘담론과 논의 구조’를 새롭게 제공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불순한 의도’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대만의 핵무장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미국의 행정부는 물론이고 입법부와 학계 및 대북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비핵화에 의혹을 제기하고 대북제재의 칼을 다시 뽑아 들어야 한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서방국가들도 대부분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나온 이번 백서가 북한 체제에 미칠 영향과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가장 큰 문제점은 국제사회에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파기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언제나 약속을 파기하기 전에 ‘엉뚱한 사안’을 이유로 내세워 약속을 내팽개치는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신뢰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불량국가’라는 이미지로 덧씌워 질 것입니다. 더 나아가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천신만고 끝에 얻은 ‘김정은의 개방형 지도자 이미지’도 급격하게 퇴색할 것입니다. 북한체제는 또 다시 ‘어두운 긴 터널’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대외행동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다음에는 의도적으로 ‘경색국면’을 만들고 ‘도발’을 감행하여 원점으로 회귀하고, 새로운 것을 얻을 필요성이 있을 때는 다시 ‘유화국면’을 조성한 후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행태를 반복해왔습니다. 이번 백서 발표가 이런 구태의연한 ‘경색국면 만들기’가 아니길 기대해 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