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9월 2일자 2면에 게재된 “위대한 영도자를 높이 모시여 강위력한 인민의 정권“ 제하의 ‘논설’ 입니다. 이 논설은 서두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참다운 인민의 정권”이라고 규정하여, 북한 정권이 마치 ‘주민들의 정권’인양 선전하고 있으나, 바로 다음 문단부터 주체사상의 ‘수령론과 영도방법’을 앞세워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의 ‘봉건적 세습독재’를 미화 찬양하고 있습니다. 북한 사회에 ‘건전한 권력비판 구조와 기능’이 아예 말살되고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논리’를 동원해 북한 주민들의 ‘정당한’ 정치의식의 발현을 봉쇄하는데 초점을 맞춘 논설이라고 하겠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구상에 존재하던 사회주의정권들이 모두 실패로 끝났는데도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의 보루’라며 ‘사회주의 낙원’을 반드시 이룩하겠다는 주장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사회주의 선각자들이 처음 구상한 사회주의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봉건 독재국가’로 변질되어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주체개념’을 통치이념으로 끌어 들이면서 ‘진정한 의미’의 사회주의에서 이탈하기 시작하였으며 1970년 제5차 당대회에서 통치이념에 ‘주체사상’을 추가함으로써 ‘인민독재정권’이 ‘수령독재정권’으로 변질되는 이념적 기반을 갖추게 됩니다. 이번 논설은 ‘인민독재정권’과는 정반대인 ‘수령독재정권’을 미화 찬양하는 방식으로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인민대중은 정권의 주인이 되어야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될 수 있으며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참다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며 북한이 마치 ‘인민정권’인 양 선전하면서도, “인민대중의 혁명투쟁에서 정권문제는 탁월한 수령에 의해서만 완벽하게 해결될 수 있다”며 정권의 주인인 인민 위에 ‘수령’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마르크스와 레닌의 사회주의이론에는 처음부터 없는 내용입니다. 여기에서 ‘수령’은 사회주의 역사상 가장 폭력적이고 반(反)인민적인 폭압적 독재정치를 실시했던 스탈린 정권의 ‘수령’ 개념입니다. 논설은 북한 정권을 ‘참다운 인민의 정권’이라고 해설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스탈린의 개인독재정권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반(反)인민적인 정권입니다.
둘째, 사회주의정권 건설의 사상과 이론의 창시 및 발전, 혁명과 건설, 그리고 사회주의 정권의 공고성과 위력 및 불패의 생활력은 ‘수령의 위대성’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융성번영의 역사는 ‘위대한 수령님들의 노숙하고 세련된 영도의 역사’라며, 주체사상에서 주장하고 있는 ‘수령 영도’를 찬양했습니다. 그러나 역대 수령들이 만들었다는 ‘인민정권’은 모든 권력이 인민에게 있는 ‘진정한 인민정권’이 아니라 모든 권력이 수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 ‘수령독재정권’입니다.
셋째, 북한의 각급 인민정권 기관들이 인민대중의 자주적 권리의 대표자, 창조적 능력의 조직자, 생활의 보호자로서의 책임을 다해 나가며 제 기능과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것도 최고 영도자의 영도와 지도적 지침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희세의 사상 이론가, 걸출한 정치가인 최고 영도자를 높이 모신 것은 조국과 인민의 최대행운이며 영광”이라며 김정은 우상화 선전으로 끝맺고 있습니다. 당 정책과 노선의 집행기관인 정권기관들도 모두 수령의 기관들로 바꿔놓았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원래의 사회주의 정치사상을 배신하고 사회주의정권이론에도 배치되는 ‘수령체계론’을 버리지 못하고, 장구한 세월에 걸쳐, 주민을 속이는 사악한 선전활동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가장 큰 이유는 ‘김씨 일가’의 봉건적 세습독재권력을 영원히 유지하려는 독재자의 사욕에 있습니다. 원래 사회주의 정권은 ‘프롤레타리아 독재정권’으로 ‘인민독재정권’입니다. 민주집중제의 원칙에 따라 ‘인민’에게 속해 있는 권력은 인민의 민주적인 토론과정을 거처 인민의 이름으로 권력이 행사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인민대중 중심의 주체사상’을 ‘수령중심의 주체사상’으로 바꾸고 수령이 정권의 주인으로 되면서 ‘인민중시’는 허울로 남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수령 독재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종교적 색채가 짙은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만들어 수령 신격화와 봉건적인 권력세습의 기틀을 세웠습니다. 급기야 ‘혈통승계’를 보장하는 ‘후계체제론’을 조작하여 ‘세습독재체제’를 구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봉건제는 마르크스와 레닌이 가장 혐오했던 정치제도입니다.
다음은 북한 주민에 대한 ‘우민화 선전’을 통해 정치적 욕구를 잠재우고 시민사회의 형성을 차단하려는데 있습니다. 오늘의 북한 3대 세습체제는 ‘변칙적이고 야만적인 정치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사회주의정치 일반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사상적 배교(背敎)와 반(反)인민적인 정치의 산물’입니다. 이런 사실이 북한 주민들에게 적나라하게 폭로될 경우 북한 정권이 입을 수 있는 타격은 가히 혁명적일 것입니다. 북한 정권은 이를 막기 위해 ‘주민 우민화 선전활동’에 목을 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 정치가 아직은 ‘미분화되어 있고 반(反) 민주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어 우민화 선전활동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경제발전노선의 채택으로 인해 그 ‘거짓 실상’이 곧 드러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왜곡된 정치적 선전활동의 문제점과 그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어느 국가든 그 국가가 표방하는 정치이념과 그에 합당한 정치체제와 권력구조, 그리고 운영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 정치선전의 문제점은, 표방하는 ‘사회주의’이념과는 전혀 맞지 않는 ‘수령제’ 정치체제를 갖고 있고, 권력구조도 수령독재에 맞추어져 있으며, 권력운영 역시 민주집중제보다는 중앙집중적 운영에 매몰돼 있으면서도 이런 사실을 모두 감추고 ‘참된 인민정권’이라며 주민들을 속이고 있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인지하여 문제시 할만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처단하거나 살아서는 나올 수 없는 정치범 수용소에 영원히 격리시키는 폭압적인 공포정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율배반적인 폭압정치는 결국 북한 주민들의 세습독재 정권에 대한 원성과 저항을 점점 강화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금의 왜곡된 정치실체를 감추는 선전에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보루’를 자처하고 있는 정권답게, 수령독재 및 권력세습과 같은 반(反)인민적인 정치제도를 폐지하고 정권을 인민의 품으로 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