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가상징을 통한 ‘김씨 가문’ 우상화 교육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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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11월 18일자 2면에 게재된 “국가상징을 통한 교양사업의 중요성“이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사회주의강국건설은 전(全) 인민적인 ‘애국위업’이므로,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공화국에 대한 애국충정을 최대로 발양시키기 위한 국가상징 교양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논설 내용에는 국가상징 교양사업의 의의와 지침이 제시되어 있어 최근 북한 당국이 ‘휘몰아 치고 있는 사상교육’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지를 파악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고 하겠습니다.

오중석: 어느 나라든 자국의 국기(國旗)나 국가(國歌)와 같은 국가상징물을 이용하여 자국민의 애국심을 고양시키는 ‘애국심 고양현상’(rally round the flag)은 일상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으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권력자가 비난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애국심을 의도적으로 고취시키는 경우도 흔히 있는데요. 북한이 국가상징물 교육을 왜 강조하고 나섰는지, 관련내용이 궁금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네. 논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국가상징을 이용한 교양사업의 의의를 “인민들의 심장 속에 우리 국가제일주의, 우리 민족제일주의 정신을 깊이 심어주고, 그들의 혁명열과 애국열을 총 폭발시키는 데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국가상징을 통한 교양사업은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공화국(북한)의 성격과 사명, 발전방향에 대해 잘 알고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투쟁하도록 고무추동 하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을 다른 나라와 구별하기 위해 만든 국가의 공식적 표징인 국가상징들로는 국호(國號), 국장(國章), 국기(國旗), 국가(國歌), 국어(國語), 국화(國花), 국조(國鳥), 국견(國犬), 국주(國酒) 등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국가상징 교양사업이 북한주민들의 자부심과 자긍심, 애국심의 발양차원을 넘어 ‘우리 국가제일주의’나 ‘우리 민족제일주의’와 같은 독선적인 자아의식 발양에 두고 있는 것은 북한이 국수주의(ultranationalism)를 지향하고 있다는 증거로 되고 있습니다.

둘째, 국가상징을 통한 교양사업을 잘해야만 “사람들이 시대와 혁명이 전진하는 데 따라 민족의 새로운 우수성을 창조하면서 김일성 민족, 김정일 조선의 영원무궁한 번영을 위하여 힘차게 투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실례로 “지난 조국해방시기 인민군 군인들은 대오의 앞장에서 휘날리는 공화국기를 따라, 불 뿜는 원수의 화점도 두려움 없이 맞받아 나갔고 후방의 인민들은 적들의 야만적인 폭격 속에서도 공화국 깃발을 바라보며 증산 투쟁을 결사적으로 벌렸다”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국가상징을 통한 교양사업의 저의가 인민군의 대적의식 고취와 전투력 및 정신전력 강화에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셋째, 국가상징을 통한 교양사업의 과정은 “당원과 근로자들에게 공화국의 창건과 강화발전에 쌓아 올린 절세 위인들의 불멸의 혁명업적을 심장 깊이 쪼아 박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상징물 속에 깃들어 있는 위대한 절세위인들의 ‘뜻과 불멸의 영도업적’을 끄집어 내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의 위대성을 교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일성과 관련한 교양내용으로는 “국호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제정해주었으며 국장과 국기, 국가를 비롯하여 국가상징들에 공화국의 혁명적이고 인민적이며 민족적인 성격들이 다 반영되도록 했다”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김정일 관련 교양내용은 “김일성의 건국업적을 옹호 고수하고 빛내기 위해 국장(國章)을 원작 그대로 완성시키고 세칙화하여 김일성 민족의 만년 재부로 길이 빛내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김정은과 관련된 교양은 “풍산개가 조선의 국견으로, 평양소주가 국주로 정해지도록 했다”는 것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선전은 왜곡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1948년 4월 북한 국기인 ‘인공기 제정’을 주도한 사람을 연안파 거두로 ‘주역’에 정통했던, 당시 ‘북조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두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이 제시하고 있는 ‘국가상징을 이용한 교양 내용’은 주장논리가 빈약하고 분량도 적어 급조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북한이 국가상징을 이용한 교양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국가상징을 활용한 교양사업의 의의와 내용에 근거해 볼 때, ‘김씨 가문’에 대한 우상화 강도를 한 층 강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여기에는 올해 초부터 화려했던 김정은의 국제적 행보가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하고 경제적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국가상징물을 이용한 우상화 교양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비판적 관심을 억제해 보려는 계산이 작용됐을 것입니다. 또 한 국가 상징물 교양사업을 ‘우리 국가제일주의’ 및 ‘우리 민족제일주의’ 담론과 연결시키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국제사회의 경제적 제재를 자체 힘으로 극복해보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특히 개혁개방을 불온시하고 자력갱생 방식의 경제건설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저지를 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노력동원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전 지역에 세워져 있는 김일성 동상이 4만여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개인 우상화 상징물도 모자라 국가 상징물까지 동원하여 ‘김씨 가문’의 우상화에 이용하려는 ‘국가상징 교양사업’의 문제점과 이 사업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일반적으로 국가상징을 이용한 ‘애국심 고양현상’은 권력자가 여론의 비난을 받거나 당면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연막을 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런 개념적 속성으로 볼 때 국가상징 교양사업은 북한 주민을 속이는 기만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국가 주요 상징물들이 모두 김일성과 김정일에 의해 창안되고 완성된 것으로 왜곡하여 선전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을 국가상징에서 분리하여 ‘객체화’하고 있고, ‘주권적 지위’에서 배제하여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대중이며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힘도 인민대중에게 있다”는 주체사상의 기본원리와 배치될 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을 허무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국가상징 교양사업이 물질적 보상이나 경제적 향상과는 무관하게 사상적 자극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노동력 착취와 ‘김씨 가문’의 우상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궁핍에 처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과 비난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인류 역사발전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점차 확대되고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북한의 국가 상징물을 통한 ‘김씨 가문’ 우상화 교양사업은 이러한 역사적 진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몰 역사적인 ‘만행’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북한의 국가상징 교양사업은 북한 주민들의 결집된 ‘총의’에 맞게 수립되고 실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