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일 애국주의 교양 및 우리 국가제일주의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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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12월 17일자 2면에 게재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애국염원을 받들어 사회주의강국건설위업을 빛나게 실현해 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오중석: 올해 12월 17일은 김정일 사망 7주기입니다. 김정일을 추모하는 사설로 보이는 데요. 사설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지금 북한에서는 “전체인민들과 인민군 장병들이 조국과 민족의 강성번영을 위해 한 생을 초 불처럼 태운 장군님께 가장 숭고한 경의를 드리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김정일은 “천리혜안의 예지와 비범한 통찰력으로 혁명과 건설에서 나서는 모든 이론실천적 문제에 대해 과학적인 답”을 주었으며, 그의 “선군 혁명영도는 조국수호와 강성번영을 위한 확고한 군사적 담보를 마련한 근본원천”이었다고 칭송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일 애국주의는 사상정신적 양식”이라며, 당 조직들은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김정일 애국주의 교양을 실속 있게 진행”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높이 들고 사회주의강국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대(大) 혁신, 대(大) 비약을 이룩해 나가자”고 선동했습니다.

오중석: 김정일 기일(忌日)을 계기로 ‘김정일 애국주의 교양’을 강조했다는 것인데요. 김정일 애국주의’에 대해 소개해 주실까요?

이현웅: ‘김정일 애국주의’는 김정일 사망(2011.12.17) 이후 갑작스럽게 독재권력을 세습한 김정은이 2012년 5월에 정치적 ‘구호’로 제시하였으며, 2012년 7월 26일 발표한 김정은의 “김정일 애국주의를 구현하여 부강조국건설을 다그치자”라는 노작을 통해 그 내용이 구체화 됐습니다. ‘김정은 애국주의’는 ‘김정일을 따라 배워 김정일처럼 북한을 위해 애국하자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김정은 노작에 따르면 ‘김정일 애국주의’는 ① ‘조국은 곧 수령’이라는 김정일의 ‘조국관’ ②’인민이 있어야 나라도 있다’는 ‘인민관’ ③ 무슨 일이든 후대들이 덕을 볼 수 있게 완전무결하게 해야 한다’는 ‘후대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민관’과 ‘후대관’은 하나의 ‘선전’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구현은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강제하는 ‘조국관’에 집중돼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사상사업을 펼칠 때마다 ‘김정일 애국주의’교양을 강도 높게 주문해왔습니다. 그 원인과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은 권력세습 직후인 2012년 5월에 ‘김정일 애국주의’를 제시했습니다. 후계기간이 짧은 데다, 20대로 통치경험이 일천하고 권력 세습 역시 당(黨)회의기구가 아닌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추대형식으로 이루어져, 권력정통성 및 체제불안의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정일의 ‘적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선군 정치’ 계승과 핵 무기개발을 통해 강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함으로써 주민들의 충성을 유도하여, 체제안정을 도모했던 것입니다. 북한이 지금도 김정일 애국주의 사상교양을 강요하는 것은 아직도 김정은 정권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선군 정치를 계승하여 핵무기를 완성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내놓아야 할 ‘선물’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우리 국가제일주의”도 강조했습니다. ‘민족’을 강조해온 북한이 ‘국가’ 담론을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현웅: ‘우리 민족끼리, 우리 민족제일주의’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이 전통적으로 강조해온 담론은 ‘민족’입니다. 북한의 ‘민족’에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사람’만 해당됩니다. 북한 헌법에 ‘김일성 민족’이란 용어가 명시돼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는 2000여 민족이 살고 있으며, 민족국가는 200여개이고 순수단일 민족국가는 10여개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고 싶어 미북(美北) 정상(頂上)회담까지 했지만 인종적 계급적 ‘민족’국가를 표방하는 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정상적인 대접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은 이런 민족담론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국가’담론을 통해 ‘물타기’ 해보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더해, ‘국가 핵 무력완성’을 선언한 이후 ‘국가’담론의 언급회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핵 보유 국가’의 위상을 확보해보려는 선전책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일의 사상이론을 ‘과학’이라고 추켜 세우면서 ‘김정일 애국주의 교양’만으로 경제강국을 이룩할 수 있는 양 선동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경제전문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정치와 군사강국을 이룩했다고 자평(自評)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와 정 반대입니다. 가장 취약하고 위험한 상태에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 경제는 고사 직전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고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야만 투자유치와 경제발전이 가능합니다. 대북제재 그물망이 더욱 촘촘해지는 상황에서 ‘김정일 애국주의’를 통해 경제강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허언(虛言)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미북(美北)관계와 남북관계가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로 ‘회귀’를 암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사설의 문제점과 북한 주민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일 애국주의’ 사상교양 강조는 북한 사회를 김정은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김정일의 통치방식인 선군 정치 계승은 핵 보유를 통한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을 의미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 번 사설은 국제사회에 공언한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속임수였다는 의심과 의혹을 낳기에 충분합니다. 미북(美北) 대화가 교착상태에 있고 남북관계도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 김정일 시대 추구했던 군사대결정책을 추구한다면 북한은 마지막 회생의 기회를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다시 ‘고난의 긴 터널’를 맞게 될 것입니다. 북한은 김정일 애국주의의 ‘인민관’에서 말하는 것처럼 북한 주민들을 하늘로 보고, 더 이상의 ‘고난의 행군’을 강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