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 살펴볼 기사는 어떤 게 있나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2월 20일자 2면에 게재된 ‘계급교양은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중요한 사업’이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올해 북한이 미국 및 한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새로운 관계진전’을 주도했다며 높이 평가해온 선전기조와 정면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됩니다.
오중석: 북한이 주장하는 ‘계급교양’은 ‘혁명교양과 공산주의 교양의 기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논설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 논설은 “지금 적대세력들은 제재봉쇄를 우리(북한)의 전진을 가로막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삼고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며 북한의 당면 대외정세를 언급했습니다. 이어 ‘계급교양’은 “사회주의위업수행에서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당(黨) 일꾼들에게 “인민들의 사상변질을 막고, 계급적 원칙에서 탈선과 양보는 곧 죽음이라는 천리를 자각하게 하고, 원수들과 맞서 결사적인 투쟁에 나서도록 교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오늘, 계급적 원수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심장을 불태우는 인민의 자력갱생정신과 견인불발의 투쟁은 눈부신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며 주민들의 반(反)제국주의 투쟁을 다그쳤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대외관계 개선과는 거리가 먼 ‘계급교양’을 강조하고 나섰는데요. 북한의 ‘계급교양’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북한의 교육은 ①사상교육과 ②과학기술교육 그리고 ③체육교육으로 크게 대별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시하고 있는 사상교육은 ‘인간개조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북한은 주민사상 개조 없이는 자연도, 사회도 나라도 제대로 된 ‘공산주의사회’를 실현할 수 없다는 사상적 관점을 교육관으로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산주의사상 교육을 하도록 돼 있는데요, 계급교양은 ‘북한 주민들을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해 끝없이 증오하고, 비타협적으로 투쟁하는 혁명정신과 투쟁관점 및 태도를 갖도록 사상적으로 무장시켜 공산주의적 인간을 만드는 세뇌교육입니다.
오중석: 북한에서 계급교양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진행되는지 말씀해주실까요?
이현웅: 계급교양은 주체사상총서 제6권의 ‘인간개조론’에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인간개조론’에 따를 경우 “제국주의가 남아 있는 한 공산주의사회에 가서도 계급투쟁은 없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궤변입니다. 또한 계급투쟁은 “사회주의과업승리의 근본 조건”이므로, 대중을 계급의식으로 무장시키는 것은 공산주의운동의 본질적인 목표”라고 돼있습니다. 이런 계급교양을 강화하는 중요방법은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와 비타협적인 투쟁정신을 교양하는 것”이며, “지주, 자본가 등 모든 착취계급을 증오하고 반대하는 투쟁정신을 키우며, 사회주의에 대한 우월성을 인식시키는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교양원칙에 따라 이번 논설도 계급교양의 필요성을 ‘제국주의자들의 대북 제재’에서 찾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헌법과 조선노동당 규약을 연이어 개정하여 ‘공산주의’라는 표현을 삭제했습니다. 그럼에도 공산주의사상 교육의 핵심인 계급교양을 강조하고 나선 원인과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김정일은 말년에 북한의 당과 체제의 대표적인 공식문헌에서 ‘공산주의’ 용어를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주체사상과 혁명전략전술 문헌에서는 ‘공산주의’를 뜻하는 ‘용어’들을 그대로 존속시킴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북한체제가 공산주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공개사용을 삼가 해오던 북한은 김정은 시대 공식출범을 알리는 2016년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언론매체를 통해 ‘공산주의’ 용어 사용을 재개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이번 계급교양 강조는 자칭 ‘핵 보유국 지위’에 걸 맞는 김정은의 지도력을 공고히 하고, 김정은 지도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와 압박을 사상교육을 통해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또한 급속하게 전개된 정상회담의 정책적 파장과 주민들의 사상적 혼란 및 갈등을 해소해 보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의 계급교양 강조는 미북(美北)대화 교착국면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계급교양 강조가 미국 및 한국과의 관계진전에 어떻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이현웅: 일단 미국과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올 상반기 북한의 미국 및 한국정부에 대한 접근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고 외부자본을 지원받아 경제건설에 나선다’는 것으로 선전되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을 전형적인 제국주의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이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와 타도를 핵심으로 하는 ‘계급교양’을 강조하고 나섰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대화를 ‘없었던 일’로 하자는 신호와 같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본가를 증오와 타도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계급교양 강조는 한국의 그 어떤 자본도 ‘필요 없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경색국면’으로 돌아갈 수 있는 원인제공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오중석: 계급교양 강조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북한 주민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계급교양의 목적은 ‘공산혁명의 주력군인 노동자들을 계급의식으로 무장시켜 폭력혁명에 나서도록 한다’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공산혁명이론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 이론에 근거하여 탄생한 공산주의 국가들은 1990년 초에 경제실패로 모두 사라졌습니다. 현재까지 이런 이론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나라는오직 북한 밖에 없습니다. 이미 역사적으로 실패한 이론을 북한 주민들에게 교육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죄악입니다. 한미(韓美)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과 근로자들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기존 관점이 무너진 상황입니다. 이런 마당에 계급교양을 강화할 경우, 이들의 투쟁대상은 미국과 한국이 아니라 자본가로 변신해 있는 지배 엘리트와 이들을 감싸고 있는 정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