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2019년 2월 24일자 2면에 게재된 “우리 사회를 화목한 대가정(大家庭)으로 꾸려나가기 위한 중요한 요구“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모든 일군과 당원 및 근로자들은 적대세력의 제재봉쇄 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혁명의 전진”을 위해 사회주의 우월성을 발현하고 사회주의 대가정을 꾸리며 사회주의문명건설에 적극 이바지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이 북한체제의 ‘우월성’과 ‘사회주의 대가정론’을 강변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먼저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깊이 인식”하고 “개인이 아니라 집단을 위하여 헌신해야 하며, 모든 사람들이 영도자를 친어버이로 높이 모시고 한 집안 식솔처럼 화목하게 살아가야 한다”며 ‘집단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모든 것이 풍족해지면 도덕적 풍모도 완성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며, “현재의 비사회주의적인 도덕과 문화현상에 대해 ‘대중적인 통제와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비사회주의적 도덕과 문화현상들을 “밑뿌리 채 들어내기 위한 사업”을 여러 가지 형식과 방법으로 강도 높게 전개하고 있다면서 사회주의 문명건설과 ‘사회주의 대가정’을 꾸리기 위한 책임일군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선전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북한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체제의 ‘우월성’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북한 사회주의의 우월성은 “자본주의사회는 이기주의, 약육강식, 살인 강도 범죄, 도덕적 타락분자를 만드는 비인간적 사회인데 반해, 북한 사회주의는 인민들의 물질생활수준이 높으면서도 정신 도덕적으로 세련된 이상사회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우월하다”는 것입니다. 즉 북한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사회 보다 정신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인데요, ‘정신 도덕’을 이야기 하자면 ‘사랑과 자비, 공의’를 대명사로 하는 기독교, 불교 같은 고등종교를 빼놓고 논의하기 어렵습니다. 자본주의사회는 이런 고등종교를 인정하고 보호하지만 북한은 실질적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본주의사회의 ‘개인적, 사회적 일탈현상’은 북한사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합니다. 다만 북한언론이 이런 현상들을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없는 것으로 보일 뿐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사회주의 대가정 꾸리기’를 강조했습니다. 사회주의 대가정이란게 무엇을 말하는 건지 좀더 상세하게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북한이 주장하는 ‘대가정’은 ‘수령’을 아버지로 하고 ‘당’을 어머니로 하며 ‘인민’을 자녀로 하는 북한사회의 유기체적 성격을 말합니다. 전체주의와 집단주의정신을 통해 전체인민을 하나로 묶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담론’입니다. 1960년대 초에 김일성에 의해 주창(1962년 신년사)되었습니다. 북한 세습독재정권이 ‘사회주의 대가정론’을 통해 노리는 것은, 가족을 사회 국가적으로 확대하여 수령- 당- 인민을 하나의 사회 정치적 생명체로 묶어 북한 인민들의 수령에 대한 충성과 효성을 이끌어 냄으로써 김씨 일가의 영원한 독재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와 같이 대내외적으로 체제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세습독재 정권유지를 위해 ‘사회주의 대가정’을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에서 강조하는 ‘사회주의 대가정’ 담론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인민대중을 하늘 같이 받드는 인민대중중심 사회주의”를 ‘정체성’으로 연일 선전해 왔습니다. 이번 논설에서도 사회주의 우월성 발현을 위한 투쟁에서 “인민적 통제와 투쟁”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 대가정’은 ‘인민대중 중심 사회주의’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수령중심 사회주의’ 입니다. 사회주의 대가정론은 북한주민들의 수령에 대한 충성과 당의 영도에 대한 복종, 정신도덕적 무장 의무만 강조할 뿐, 수령의 독재와 폭정, 당의 영도실패와 부정부패에 대한 책임은 전혀 거론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이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과 사회주의 ‘대가정’ 꾸리기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현존 사회주의국가들 중에서도 북한은 경제와 정치, 사회면에서 가장 비효율적이며 비인도적인 체제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체제평가 기준의 하나는 ‘경제의 시장화, 정치의 민주화, 사회의 자유화’ 정도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북한은 최악의 수준에 있습니다. ‘주민들의 정신 도덕적 풍모’를 기준으로 체제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은 기만입니다. 따라서 북한체제 우월성과 사회주의 대가정 꾸리기 강조는 경제실패, 인권탄압, 각종 부정부패 현상들이 주민들에게 폭로되는 것을 차단하여 체제불만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적대세력들의 제재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선전 목적을 고려하면,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정국에서 ‘대내 이완분위기’를 다잡고, 대외적으로는 체제결속력을 과시해 보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오중석: 이번 노동신문 논설의 ‘북한 사회주의체제 우월성’과 ‘사회주의 대가정 꾸리기’ 주장이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이현웅: 노동신문이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주민들은 손 전화와 각종 언론매체, 장마당을 통해 중국, 러시아, 베트남과 같은 주변국가들의 정치경제적 ‘우수성’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북한이 어느 하나 탁월한 ‘분야’가 없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또한 북한 당국이 70여년 가까이 선전해온 ‘사회주의대가정론’은 주민들을 ‘집단주의’에 얽어 매어, 개인의 신성한 인권과 권리의식을 움도 트기 전에 말살하려는 주민통제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런 사실이 주민들에게 폭로된 지도 오래됐습니다. 1960년대부터 ‘약방의 감초’ 같이 활용해온 ‘이데올로기적 세뇌선전’ 책동은 그 약효가 다 떨어진 상태입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지지와 호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