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위장평화공세의 ‘진면목’ 들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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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월 27일자 6면에 수록된 “북남관계 개선에 역행하는 대결공조 책동”이라는 기사입니다. 동(同) 기사는 한국과 미국이 지난 1월 17일 워싱턴에서 개최한 ‘외교국방 확장억제전략 협의체 고위급회의’를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겉으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민족의 대경사’라고 치켜세우며 사전 점검단의 방남활동을 전개하면서도, 한미양국의 외교안보행보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는 일은 여전합니다. 이번 노동신문 기사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둘러싼 대화와 협상, 온갖 ‘미사여구’를 곁들인 목소리가 결국은 ‘위장평화공세’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2018년 벽두부터 우리의 평창동계올림픽을 마치 자신들의 행사라도 되는 양, 적극적인 참여를 준비하면서 그 전의 호전적 태도에서 180도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과 미국의 동맹결속에 대한 비난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도 그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기사는 한국과 미국의 ‘제2차 외교국방 확장억제 전략협의체 회의’와 관련해 네 가지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첫째, 한미 외교국방 확장억제 전략협의체 고위급 회의의 ‘성격’에 대한 비난입니다. 동(同) 회의는 “우리 민족을 핵 전쟁의 제물로 삼으려는 상전과 주구의 범죄적 흉계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이 뿐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에 역행하는 범죄적 반(反)공화국압살 공조책동”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둘째, 이번 제2차 외교국방 확장억제 전략협의체 고위급회의 ‘내용’에 대한 비난인데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확장억제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한반도 주변지역에 미국의 전략자산들의 순환배치를 계속”하기로 한 것은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 민족적 화해와 단합,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우리 겨레와 국제사회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비난이야 말로 세계의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은 6차에 걸친 핵실험과 무차별적인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해 범 지구적 차원의 제재와 압박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정면도전은 한국과 미국이 아니라 김정은 독재정권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은폐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미국의 한반도정책과 대북정책에 대한 왜곡 비난입니다. 미국은 “민족화합과 통일”을 바라지 않으며, 이 땅에서 “핵 전쟁을 일으킬 흉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전략폭격기들을 괌도에 배치하고 있고, 핵항공모함타격단을 한반도 수역에 집결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정례화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북한의 핵폭탄 개발과 태평양상의 미군기지를 향한 미사일 위협발사에 따른 방어적 조치의 일환입니다. 미국이 ‘본토 불바다’ 위협을 일삼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직면해, 자국의 안보를 위한 방어적 조치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넷째, 끝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입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 추종하여 동족을 해치기 위한 군사적 대결망동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며, “지금이야 말로 그 어느 때 보다 이성적으로 처신하며,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과의 불순한 모의가 모처럼 살려낸 남북관계 개선의 소중한 불씨를 꺼버리고 제 운명도 망치게 하는 어리석은 처사로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해내외 친북세력들에게 “미국과 한국의 군사적 공모결탁행위를 견결히 반대배격해 나서야 할 것”이라며 반미반정부투쟁을 선동하였습다.

오중석: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참가를 명분으로 한국과의 ‘대화와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대적의식표출과 ‘대결적 행태’를 계속 이어 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북한의 이런 행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미국의 전략자산에 관한 북한 입장인데요. 미국의 한반도 주변 전략자산 배치를 “북한에 대한 핵 전쟁 위협”으로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이 계속 추진할 수 밖에 없는 ‘핵무기 고도화’를 위한 ‘명분 쌓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괌도에 B-2와 B-52 등 미국의 핵전략 폭격기 배치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는 데요, 이것은 핵무기개발의 ‘정당성’ 확보와 대북 제재 및 압박의 ‘부당성’을 선전하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한국 정부의 ‘대미(對美) 북한 핵 공조활동’에 대한 북한의 태도인데요, 한국 정부의 미국과의 대북공조활동을 “군사적 대결망동”이자 “미국의 계책에 놀아나면서 겨레의 통일지향을 거스르고 있다”는 주장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북한 핵을 미국처럼 ‘문제’로 삼는 것을 허용할 수 없으며, 더욱이 북한 핵 문제를 ‘남북대화의 의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못 박기 위한 저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 정부가 북한 핵 문제를 계속 거론하면서 미국의 대북제재와 압박에 공조해나갈 경우, 북한은 언제든지 지금의 ‘대화와 교류분위기’를 경색시키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에 나설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위장평화공세’ 차원에서 추진하는 각종 제안들이 북한이 의도한 만큼 성과를 낼지 의문입니다. 북한의 ‘위장평화공세’를 어떻게 전망하는 지요?

이현웅: 네, 예술단, 응원단, 참관단 등 북한의 일부 평창동계올림픽 방문단의 종류와 구성을 보면, 올림픽 정신에 충실하기 보다는 한국의 대북 여론을 분열시키고, 한미동맹을 이간시키며, 한국 사회에 친북세력들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당국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도 북한의 이런 의도를 이미 간파하고 있으며, 북한의 일방적인 남북합의사항 파기나 잦은 연기 등은 대남 위장평화공세에 대한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제2차대전 이후 소련이 미국을 상대로 전개한 ‘평화공세’가 거짓으로 들어나 실패하게 되었듯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국면을 모면하기 위해 ‘얄팍한 술수’의 하나로 대남 ‘평화공세’를 전개하는 한,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는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우여곡절 끝에 한국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평창동계올림픽에 무임승차하는 것까지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속이 뻔히 보이는 위장평화공세로 현재의 위기국면을 모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외면한 채, 임기응변 식의 위장평화공세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