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4월 15일자 5면에 게재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애국유산인 주체의 사회주의조국을 끝없이 빛내어 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올해 김일성 출생 106돌을 기념하는 ‘태양절’을 맞아, 김일성의 과거 행적을 미화 찬양하면서, 김정은으로 대(代)를 이어 가고 있는 ‘김일성의 유산’을 잘 빛낼 수 있도록, 전 인민들이 충성을 다 바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이 올해 태양절을 맞아 ‘김일성 우상화’와 북한 특유의 ‘유훈통치’를 강조하고, 주민들의 김정은 세습정권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사설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내용 구성은 크게 김일성을 ‘미화 찬양’하는 부분과 앞으로 김정은의 ‘유훈통치’ 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충성을 다해야만 한다는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먼저 김일성에 대한 미화찬양 내용을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김일성이 현재 북한 대내외에서 ‘세계적인 위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양 선전하는데 주력하고 있는데요. “세계 진보적 인민들도 20세기를 대표하는 ‘희세의 정치원로’인 위대한 수령님에 대한 경모의 정을 안고 태양절을 성대히 경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김일성이 태어난 4월 15일’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세계지도 위에서 찬연한 빛을 뿌리게 되었다”며 김일성 출생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수령 김일성 동지를 높이 모신 것이야 말로 반만년 민족사에 특기할 큰 행운이고 영광이었다” 며, 김일성을 ‘민족적 영웅’으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어서 “전체당원과 인민장병들, 인민들은 공화국을 부강 번영하는 인민의 나라, 사회주의낙원으로 빛내어준 위대한 수령 김일성에게 최대의 감사와 숭고한 경의를 드리고 있다”며 김일성 우상화의 전면화와 전국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수령님의 존함과 업적으로 빛나는 영광스러운 김일성 조국”이고, “어버이 수령의 한 평생이 깃든 애국 유산이 있어 년대와 세기를 이어 승리와 영광만을 떨쳐가는 우리 공화국”이라며, 김일성과 북한을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이야 말로 ‘김일성 우상화의 백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둘째, 북한 정권의 과거 치적을 모두 김일성의 업적으로 둔갑시키는 방식으로 김일성을 우상화하고 있습니다. 예시를 들어 보면 “김일성은 절세의 애국자이며 주체의 태양”이고 “김일성의 주체사상은 인민의 자주적 운명개척의 앞길을 밝히는 횃불이었으며 민족적 독립과 부강조국건설의 위력한 무기”라는 것입니다. 또한 혁명 개척기 무장투쟁노선, 경제건설과 국방건설 병진노선, 인민 사수전, 인민 복무전 등 전략 노선들이 모두 김일성에 의해 제시됐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김정은 세습정권의 유훈 통치를 찬양하고 전 주민들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하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김정은은 “수령들의 애국유산인 조국을 사회주의 강국으로 빛내고, 김일성 민족, 김정일 조선을 빛내는 투쟁을 철저히 구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향후 투쟁 구호를 “위대한 김일성 조국, 김정일 장군님의 나라를 김정은 동지 따라 만방에 빛내이자”로 제시하면서 “전체당원들과 인민군장병들, 인민들은 위대한 장군님의 전사, 제자로서의 본분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수령님들의 애국염원, 강국염원을 실현하기 위하여 힘차게 싸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가건설과 활동’에서 수령님의 유훈을 한치의 양보없이 끝까지 관철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김정은 세습정권이 북한 정권 창건 70돌을 뜻있게 맞기 위해서는 전(全)인민적인 총돌격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급 당 조직들은 “정치사업무대를 전투현장으로 옮기고 사회주의강국건설의 전역이 혁명 열, 투쟁 열로 부글부글 끓게 하여야 하며 전체 인민이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뼈 속 깊이 쪼아 박은, 사상과 신념의 강자, 수령들의 뜻과 염원을 꽃 피우기 위한 투쟁에 한 몸 서슴없이 내던지는, 참된 애국자가 되게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적대세력들의 도전을 짓 부시고, 자위적 국방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기 위한 사업에서 제국주의자들의 그 어떤 책동도 단 매에 물리칠 수 있게 만단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며 대적투쟁을 선동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태양절 기념사설’에서 김일성 우상화를 노리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이 현재 안고 있는 과제해결을 위해 당 조직들의 임무를 강조하는데 방점을 두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과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지난해 노동신문은 김일성 생일을 기념하는 4월 15일 태양절에 ‘관련 사설’을 싣지 않았으며 태양절 행사 내용을 보도하는데 그쳤습니다. 이런 점에서 올해 태양절 관련 사설을 수록한 것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북한 정권의 ‘역사적 정체성’을 상기해 봄으로써 정상회담의 목표와 태도를 가다듬어 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이번 사설이 북한을 “김일성 조국이고 김정일 조선”이라고 유난히 강조해 나선 것으로 볼 때 ‘김일성이 북한을 창건하고, 김정일이 1990년대 체제붕괴의 위기를 극복하고 북한을 이끌어 왔듯이 김정은도 북핵문제로 불거진 절체절명의 위기로부터 정권을 반드시 지켜내야만 한다’는 절박함과 초조함이 이번 사설 작성의 핵심배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은에 대한 북한 전체 인민들의 충성심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사상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상교육 강조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사상교육은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내용으로 하는 김일성-김정일주의, 김일성 혁명역사와 혁명활동, 김일성-김정일 노작 등을 이용한 사회주의혁명의식 고취, 반제국주의 및 반자본주의 투쟁, 계급투쟁, 김씨 일가 우상화, 자강력제일주의, 사회주의적 도덕관 등에 관한 내용 입니다. 북한의 사상교육에는 인간의 본성과 보편적 인권에 바탕을 둔 내용이 없습니다. 또한 대적의식과 호전성을 강화하는 ‘전체주의 집단 교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균형적인 인생관과 세계관’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아예 박탈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오는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5월 말 또는 6월 초에 있을 미북정상회담이 김정은의 ‘과감한 결단’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상회담은 북한이 ‘정상 국가’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기회에 북한의 사상교육 내용도 인민을 중시하는 ‘인민중심제일주의’로 전환하는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