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4월 23일자 1면에 게재된 “당의 새로운 전략노선을 틀어쥐고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 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지난 4월 20일 조선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새로운 전략노선’의 핵심을 ‘세계적인 핵 강국 지위’ 위에서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집중하는 것’으로 요약하면서 당 조직들은 ‘새로운 전략노선’의 기본정신과 역사적 의의 및 투쟁과제를 깊이 인식시키기 위한 주민사상사업에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비핵화’를 핵심의제로 하는 남북(南北) 및 미북(美北)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조선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새로운 전략노선’을 제시하였습니다. 북한의 ‘새로운 전략노선’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하는 지를 놓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스스로 어떤 해석을 하고 있는지 그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사설은 김정은이 지난 4월 20일 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발표한 ‘새로운 전략노선’은 ‘이미 세계적인 핵 강국이 되었으니 이제는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에 집중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어서 사설 내용을 몇 가지로 요약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이번 제3차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높이 선언하고 새로운 전략노선을 제시한 것은 혁명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고 혁명적 총공세에 활력을 부어주는 거대한 의의가 있다며 자찬하고 있습니다.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 무력건설 이라는 병진의 포성이 울린 후 지난 5년은 국력이 최상의 경지에 올라선 격동적인 나날이었으며,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을 갖추기 위하여 허리띠를 조이고 간고분투 함으로써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새로운 전략노선은 북한이 “세계적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군사강국이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습니다.
셋째, 새로운 전략노선에 관통되어 있는 기본원칙은 바로 자력갱생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력갱생은 조선노동당의 혁명정신이자 투쟁방식으로 북한이 세계적인 핵 강국으로 탄생하는 민족사적 기적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넷째, 새로운 전략노선을 관철시기 위해서는 정치사상사업을 공세적으로 벌여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원과 근로자들에게 이번 전원회의의 기본 정신과 역사적 의의, 투쟁과업들을 뼈 속 깊이 인식시키는 사상사업에 선차적인 힘을 넣어 전당, 전국, 전민이 총 궐기해 나서도록 매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새로운 전략노선’의 기본정신을 ‘핵 경제병진노선’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면서 경제건설은 어디까지나 ‘핵 보유국 지위 유지’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과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먼저 북한 지도부가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고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체제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경제적 궁핍에 따른 주민들의 원성이 가득 찬 상황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3년차인 올해 인민생활 향상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때 닥칠 수 있는 위기를 체제의 최대 위협으로 본 것입니다. 한편 ‘핵 보유국 지위 유지’를 선명하게 강조한 것은 북한 지도부가 지난 6년간 전 주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오직 핵무기 개발 하나에 전력 질주해온 ‘핵 경제병진노선’을 하루 아침에 저버리는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내비쳐질 경우, ‘새로운 전략노선관철’에 필수적인 광범위한 노력동원을 끌어 낼 수 없을 뿐 더러, 시작도 하기 전에 ‘주민들의 심리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이 ‘대내 선전용’으로 작성된 것이라 해도 노동신문이 북한정권의 핵심 의도를 전달하는 유일한 매체라는 점에서 볼 때 ‘새로운 전략노선’과 ‘과거 핵까지 폐기하는 비핵화’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사설 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이번 제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새로운 전략노선’은 김정은의 ‘의정보고’ 형식으로 제시되었는데요. 3개 ‘의정’ 중에 첫 번째 ‘의정’인 “혁명발전의 새로운 높은 단계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건설을 더욱 힘있게 다그치기 위한 우리당의 과업에 대하여”와 관련돼 있습니다. 이 의정은 ‘새로운 전략노선’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설은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하게 된 조건 및 배경과 관련하여 “핵개발의 전 공정과 운반타격수단들의 개발 사업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그 어떤 핵 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고 “북한의 안전을 담보하게 된 기초 위에서 인류의 염원과 지향에 부합되게 핵무기 없는 세계 건설에 적극 이바지하기 위해서”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의 현 단계 지위를 “세계적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의”이라고 못박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보유를 통해 세계적인 군사강국의 지위에 올라섰기 때문에 이제는 그 핵무력을 바탕으로 경제건설에 나서겠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새로운 전략노선’의 해석을 둘러 싸고 북한이 ‘전면적인 핵 포기 의지’가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문제의 ‘내용’을 재차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파생될 수 있는데요. 북한이 한국, 미국과의 정상회담 전제로 제시한 ‘북한 비핵화’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합니다. 북한이 ‘새로운 전략노선’을 제시하면서 4월 21일 부로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중단, 북부 핵 시험장 폐기, 핵무기와 핵 기술 이전 금지, 핵무기 사용 중지를 선언했지만, 과거와 현재 핵에 대한 폐기나 미래 핵 보유금지 내용이 빠져 있어 정상회담의 성과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 유지’를 강조하는 것은 ‘새로운 전략노선’이 국제사회와 북한 주민을 속이고 ‘핵 무력 고도화와 정권안전을 위한 시간 벌기’용이 아닌지 의혹만 더해 줄 뿐입니다. 이로 인해 한미와의 정상회담과정이 복잡해지고 성과 없이 마무리 될 경우 북한이 바라는 평화체제 구축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새로운 전략노선’을 추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경제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내일로 닥쳐온 남북정상회담과 곧이어 개최될 미북정상회담에서 ‘핵개발 중단은 물론 이미 개발된 핵폐기를 위한 로드맵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