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판문점선언 채택 속내- ‘통일강국 건설’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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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5월 6일자 6면에 게재된 “자주통일의 새 역사를 펼치신 탁월한 공적” 제하의 ‘정세론 해설’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김정은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수뇌상봉”을 마련하고 ‘판문점 선언’을 채택한 것은 “수령님들의 조국통일 유훈을 받들어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통일강국’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라며, ‘판문점 선언’의 궁극적 목적이 ‘통일강국 건설’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판문점 선언의 ‘채택’은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비범, 특출한 영도 밑에 이룩된 민족사적 사변”이라며, 김정은의 ‘공적’으로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기사는 북한이 왜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는지 그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해주는 기사라고 하겠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그 동안 판문점회담의 추진 경위와 배경에 대해 “김정은의 통 큰 결단과 배려”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선전하는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이번 기사는 ‘판문점 선언 채택’이 갖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기사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기사의 특징은 판문점 선언 채택을 북한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대남(對南) ‘통일담론’과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사는 서두에서 “내외 반통일세력의 도전과 방해책동을 물리치고 우리민족끼리의 기치 밑에 이 땅 위에 통일강국을 기어이 세우고야 말 것”이라는 김정은의 말을 기사작성의 ‘종자’로 삼고, 판문점 선언 채택은 “자주통일의 새 역사, 통일위업 실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 놓은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의 이번 판문점회담의 궁극적 목적이 ‘북한 주도의 통일강국 건설’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은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나갈 것을 요구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자주통일’이란 지금까지 북한이 주장해온 ‘통일담론’에 의할 경우,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한 연방제 통일’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현재 미북회담을 앞두고 매사에 조신해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많은 의혹만 낳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어서, 판문점 선언 채택으로 ‘남북관계 대전환의 방침’이 제시되었는데 이것은 “수령님들의 필생의 염원이고 유훈인 조국통일을 기어이 이룩하시려는 절세위인(김정은)의 고결한 충정과 확고한 통일의지, 숭고한 민족애의 발현” 이라는 것입니다. 판문점선언 채택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시도했던 무력통일과 연방제통일방식의 연장선상에 있는 ‘유훈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판문점 선언 채택이 ‘한반도의 북한식 통일’을 위한 ‘새로운 정치적 수단’에 불과할 뿐이라는 숨은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것은 “자주통일의 찬란한 미래를 밝힌, 희세의 정치적 거장”인 김정은의 공적이라며 ‘김정은 칭송’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김정은 ‘공적 선전’은 판문점 정상회담에 나선 북한의 목적이 세습독재정권의 수반인 김정은의 권력을 공고화하려는 데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판문점 선언’에 수록된 내용과는 동 떨어진 해설 선전기사를 내보내는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합의한 행위와 결과에 대해 자기 중심적인 해석을 통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틈을 열어 놓는 행태는 오래된 습성입니다. 우선 김정은이 판문점 선언 채택에 나선 것을 ‘통일강국’ 건설을 위해서라고 선전하고 있는 것은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 부분이 ‘국가핵무력완성’ 선언과 이를 통해 세습독재정권의 정당성 확보 수단으로 한껏 활용해 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인가’라는 혼란을 갖기에 충분한, 북한 주민들을 잠재워 보려는 데 그 의도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통치집단이 가져온 어떤 고난과 역경, 비합리적인 환경에 처해지더라도 ‘조국통일’을 위해서는 참고 견뎌내야 한다는 의식으로 세뇌되어 있습니다. 이런 주민들의 의식세계를 적극 활용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새롭게 이어질 남북관계에서 나타날 대내적 부작용과 불리한 국면을 모면하거나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경우 발뺌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이 ‘7.4 남북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통일 3대 원칙인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에 대해서도 독선적인 의미부여와 해석을 통해 갈등과 대립을 유발해왔습니다.

오중석: 이번 노동신문 기사가 ‘판문점 선언 채택’에 대해 부여하고 있는 의미는, 판문점 선언에 담겨 있는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 비핵화’라는 회담의 핵심 의제 및 지향과는 거리가 매우 먼 일방적인 선전에 불과합니다. 이런 기사가 미칠 파장과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이번 ‘판문점회담’ 역시 ‘정상외교’의 범주에 속합니다. 정상외교의 ‘촉진요인’은 일반적으로 ①새로운 위협의 등장 ②새로운 정치수단의 필요성 ③행정부 수반에 대한 권력의 집중 ④전문 외교관과 정치인의 갈등 ⑤ 기타 과학 기술 통신 발달, 국제공동체 보편화, 통상외교의 중요성 등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판문점 ‘남북수뇌회담’ 역시 이런 ‘촉진요인’으로 인해 전개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의 진정한 이유를 숨기고 그 의미를 ‘통일강국’ 건설로 왜곡한다면, 회담을 함께 진행한 상대방을 속인 것으로 됩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이마도 북한이 ‘정치사상 강국’ ‘군사강국’에 이어 이제는 바로 ‘통일강국’으로 간다는 환상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현재 처지는 ‘통일강국의 꿈’보다는 지난 달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노선으로 결의한 ‘경제건설’에 매진해야 할 상황이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고, 체제존립 위기를 극복해야만 합니다. 판문점 선언 채택이 통일강국 수립에 있다는 선전은 북한 체제생존을 위협하는 초미의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판문점 선언’이 이행되기도 전에 새로운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판문점회담’을 개최한지 열흘도 안되어 그 의미를 왜곡하는 기사를 작성하고, 노동신문의 ‘대내 면’이 아니라 ‘대외 면’에 수록하여 선전하는 것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은 물론 북한의 위기 극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해두고자 합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