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5월 15일자 6면에 게재된 "대화상대에 용납 못할 도발" 제하의 '논평'기사 입니다. 이 기사는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5월 2일 '제15회 북한 자유주간 행사'(4월 28일- 5월 5일간)와 관련하여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항의하면서 미국이 이번 북미회담에서 인권문제를 의제화 할 경우 회담개최 전망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 자유주간 행사'는 워싱턴의 '대북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이 2004년도에 미국 의회에서 '북한 인권법'이 통과된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으며, 인권 불모지인 북한에 주민들의 기본적인 인권보장 필요성을 촉구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지지하는 미국 국무성 성명을 북한이 비난하고 나섰다는 것인데요. 기사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 기사는 북한 자유주간 행사를 지지하는 성명발표의 주체가 미국 측에서 북미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국무성'이라는 점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미국무성은 자유주간을 계기로 발표한 성명에서 "억압, 폭력, 인권침해 등 입에 담지 못할 악담으로 북한을 헐뜯으면서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최근 발표한 인권보고서에서도 북한의 인권상황을 지적함으로써 "인권문제를 회담 탁에 올려놓을 기도를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북한의 "존엄과 자주권에 대한 용납 못할 도전이며 공공연한 유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둘째, 북한에는 인권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인민을 하늘처럼 여기고 인민을 위하여 멸사 복무하는 사회주의제도하에서는 인민을 위한 것, 인민적인 것이 가장 정의로운 것으로 되며 최우선시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의 정치가 펼쳐지고 있는 북한에서는 인민대중의 꿈과 이상이 현실로 꽃펴나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 낙원인 북한에는 인권문제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셋째, 북한에 인권문제가 전혀 없음에도 미국이 인권문제를 꾸며내는 것은 북한에 대해 "압박수단으로 써먹으려는 모략이며, 대화상대에 대한 오만 무례의 극치"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앞두고 인권탄압에 열을 올리는 것은 "상대에 대한 초보적인 예의도 갖출 줄 모르고, 앉을 자리 설 자리도 가리지 못하는 실로 몰상식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넷째, 미국의 대북 인권문제 제기에 대응해 '북미대화 파탄가능성'을 거론하며 반발했습니다. 국제사회 마저 "미국의 이러한 인권모략 소동을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인권압박을 통해 대화마당에서 불순한 목적을 달성해보려고 가소롭게 놀아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도발적인 반공화국 인권 소동에 매달리는 것은 대화와 평화의 흐름을 대결과 긴장격화의 원점으로 되돌리고 모처럼 찾아온 문제해결의 마지막 기회를 제 발로 차 던지는 격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자기의 존엄이고 삶의 전부인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는데 대해서는 추호의 타협이나 관용도 모른다"고 북미회담 파기 가능성을 위협해 나섰습니다.
오중석: 미국 행정부의 각 부처가 관련 단체들의 활동과 관련하여 지지 또는 반대 성명을 내는 것은 자유주주의 국가로서 자국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 응당한 대응이며 흔하게 있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국 국무성의 이번 성명발표에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미국과의 대화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협박을 하고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북한 내에서 체제와 권력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인권탄압을 더 이상 은폐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 인권문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주민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아'를 거세 당하고 강제로 주입된 '사이비 자아'의 요구에 따라 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이비 자아'의 실현에 어긋난 행위를 할 경우 겹겹으로 쌓인 정치사상적 통제와 물리적 억압으로 인해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방법조차 상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와 있습니다. 이런 인권탄압 실상이 3만명이 넘는 탈북자들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인권문제는 근본적으로 권력지탱을 위한 정치사회적 구조와 북한식 사회주의체제의 유지기제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고서는 개선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북한에게는 인권문제를 잠재우는 것이 체제안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국제 인권단체나 사회의 인권문제 지적은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지구상에 현존하고 있는 어떤 나라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또한 지적을 받았다고 하여 비난해 나서기 보다는 겸허하게 수용하여 자국의 인권을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기준과 발판으로 삼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반발 기사는 이런 일반적인 반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반응이 미칠 파장과 문제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미국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했다고 하여 이미 약속하고 세계에 발표한 북미회담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온 세상에 전파하는 것은 매우 무모한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북미회담 의제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배제하기 위한 의도에서 작성한 기사라 할지라도 회담성사가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지나친 협박이자 '벼랑 끝' 전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전에 조율이 안되었다면 본 회담에서 심도 있게 협상하면 될 것입니다. 북미회담의 핵심의제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어느 정도 실무차원의 합의를 이루고 '북부 핵시험장 파괴'까지 선언한 입장에서 회담 자체를 뒤집을 수 있다는 협박성 기사는 지금까지 임해온 북미정상회담 조율행위는 물론 한국 및 중국 정상회담 합의결과에 대해서도 그 진정성을 의심받게 할 것입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외부의 투자와 경제지원으로 체제와 삶의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 '세기적 과제'를 포기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악수 중에 악수 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북미회담의 성공과 체제보장을 위해서 미국사회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와 관심에 대해 시비하기보다는 인류의 보편적 인권개념을 수용하고 체제와 정권의 구조적 측면에서 비롯되고 있는 인권침해 행위를 개선해 나가는데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