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5월 20일자 6면에 게재된 “세계여론을 기만하기 위한 악랄한 모략 책동” 제하의 ‘정세론 해설’기사 입니다. 이 기사는 ‘미국은 비위에 거슬리는 반제자주적인 나라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화학무기 사용 설, 핵무기 개발 설, 인권문제를 비롯한 각종 모략선전을 통해 그 나라들에 범죄자의 감투를 씌워, 정세를 파국상태로 몰아가는 수법을 사용해왔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전쟁과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의 심리전내용을 공개하면서 미국의 ‘여론 기만 전’을 짓부시기 위해 힘찬 투쟁에 나설 것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의 대미 비난은 지난 5월 16일 조선중앙통신 발표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남북고위급회담 중지’를 선언하고 미국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점차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오는 6월 12일 북미회담을 앞두고 막바지 실무협상단계에 들어서면서 날 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주제로 비난을 이어가고 있는지, 기사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이현웅: 네. ‘판문점 선언’이후 잘 진행되고 있던 ‘회담정국’이 북한의 한국과 미국에 대한 ‘비난 일색의 이상기류’로 변화한 것은 김정은과 시진핑 주석의 ‘다롄 비공식 회담’(5.7-8) 이후 나타난 현상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미국의 한국전쟁과 이라크전쟁 당시 전개한 심리전과 북한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한국전쟁과 관련한 대미 비난입니다. 한국전쟁은 “미국이 전 조선을 군사적으로 강점하기 위해 불을 지른 것이고, 유엔의 이름을 도용하여 전쟁 발발의 책임을 북한에게 전가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김일성과 스탈린, 모택동 3인의 모의 아래 도발됐다는 사실은 이미 구 소련 정보기관의 비밀문건을 통해 정확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둘째, 미국은 전쟁을 도발하기 전에 전쟁도발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여론 기만 전’을 벌리는데, 1990년 유고슬라비아전쟁과 21세기 이라크전쟁 당시에도 ‘허위모략선전’을 전개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쟁의 원인이 무엇이고 전쟁의 단초를 누가 제공했으며, 왜 수행되고 있는지를 알리고, 전쟁의 최종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는 심리전은 사악한 전쟁추구세력을 단죄하고 ‘인류의 잘못된 불의의 전쟁’을 막기 위해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할 것입니다.
셋째,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인민과 조국을 버린 범죄자와 사기꾼들을 내세운 여론조작놀음’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국회청문회장에 증인으로 내세운 자들은 “조국과 인민 앞에 죄를 짓고 도주한 인간추물”에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배고픔 때문에 고향과 조국을 등진 탈북자 수가 적게는 십 수만 명에서 많게는 수십 만 명에 달한다는 것은 북한의 체제와 정권이 주민들의 ‘식의주’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증거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들을 일방적으로 비하하고 비난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미북정상회담을 위해 ‘북부 핵시험장 폐기’를 선언(4.20)하고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5.9)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뜬금없이 ‘한국전쟁의 미국도발’ 주장을 되풀이하고 과거 전쟁 심리전을 거칠게 비난하고 나선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지금은 미북정상회담을 20여일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회담의 포괄적 성격과 의제, 구체적인 이행방안, 이후 진로와 방향을 놓고 실무자들끼리 치열한 힘겨루기에 들어선 상황입니다. 이런 회담 준비단계를 고려해 볼 때, 북한이 ‘한국전쟁 발발의 미국책임’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선 것은 미북정상회담 실무협상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거론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종전선언 이후 ‘전쟁 책임소재’를 가리는 데서 북한 책임을 축소하고 유리한 협상입지를 선점해보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미국의 과거 ‘전쟁 시작 전 심리전’ 전개 사례를 꼬집어 비난하고 있는 것은 ①대외적으로 한미공동훈련과 같은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에 대해 불만과 우려를 표현한 것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전환을 이룩해보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②대내적으로는 지난 5월 18일 군단장 급까지 참석한 제7기 제1차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해 군부에 대한 단속에 나섰듯이,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정세 변화에 군부의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촉구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 인권문제 제기에 대한 비난은 ‘정상회담 의제’ 채택 반대는 물론, 미북정상회담 이후에도 ‘심리전 차원의 거론 불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노동신문 기사는 한국전쟁이 미국의 북침으로 시작되었고 과거 미국의 심리전활동을 모두 모략 책동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사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미칠 파장과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현재의 정보통신기술과 네트워크는 국가나 정권이 의도적으로 사실과 허위를 뒤바꾸거나 양자를 혼용하여 조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비밀도 영원히 묻힐 수 없습니다. 특히 한국전쟁과 같은 세계사적 사건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책임의 소재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과 그 책임에 따르는 대가의 문제는 별개 입니다. 한국전쟁의 발발 책임은 분명 김일성과 스탈린, 그리고 모택동에게 있습니다. 이들의 전쟁 모의가 없었다면 동족상잔의 비극은 없었을 것입니다. 사실 김일성의 남침 요구에 대해 스탈린과 소련공산당 정치국, 외무성, 그리고 국방성도 북한의 남침을 반대했었습니다. 소련의 남침 반대 이유는 ①공산주의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②선제공격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성공할 수 없으며 ③북한 인민군이 남침할 경우 미국이 이 문제를 유엔총회에 제의하게 되고, 남한에 미군의 장기주둔을 허용하게 되어 결국 한반도 분단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 모택동 역시 처음에는 내전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일성의 남침계획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소련의 반대와 중국의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은 자신의 ‘영토완정’이라는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양국을 집요하게 설득하여 남침전쟁을 일으킨 것입니다. 이제 인권문제의 진실도 수용해야 할 때입니다.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계속 거부만 한다면,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노동신문은 더 이상 ‘역사적 진실’을 숨기고 왜곡하는 해묵은 정치선전에 매달리지 말고 2천 5백만 북한 주민을 위해 정론직필로 ‘바른 역사 알리기’에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