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2019년 2월 11일자 6면에 게재된 “사회주의를 굳건히 수호하신 불멸의 업적“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20세기 말엽 제국주의자들과 사회주의배신자들에 의해 세계사회주의가 좌절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김정일이 북한사회주의를 굳건하게 수호함으로써 세계사회주의운동에 재생의 빛을 주고 활력을 부어주었다며 김정일의 ‘사회주의 수호업적’을 찬양했습니다.
오중석: 현재 지구상에서 사회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김정일은 20세기 후반 세계사회주의권이 몰락했을 때 “사회주의건설의 역사적 교훈과 우리당의 총 노선”, “사회주의에 대한 훼방은 허용될 수 없다”와 같은 불후의 노작을 발표하여 사회주의붕괴의 원인과 교훈, 사회주의의 진리성과 과학성, 승리의 필연성을 밝혀주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김정일의 노작은 진보적인 인류에게 폭풍 같은 반향을 일으켰고, 사회주의를 옹호고수하고 세계사회주의운동을 전진시키는 투쟁을 고무하는 사상이론적 무기와 승리의 기치로 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001년 김정일이 러시아를 방문해 레닌 묘에 경의를 표한 것은 노동계급 수령에 대한 진정한 혁명가들의 순결한 도덕의리가 어떤 것인지를 세계에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인류의 미래이며 이상인 사회주의를 굳건히 고수하고 빛내려는 신념이자 의지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중석: 김정일이 밝힌 사회주의몰락의 원인과 교훈이 세계 사회주의운동을 크게 전진시켰다는 것인데요 어떤 얘기인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은 1990년을 전후해 급격하게 진행된 사회주의국가들의 몰락이 북한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사상적 단속에 나섰습니다. 구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국가들은 비효율적인 사회주의체제를 포기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받아들이는 개혁∙개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은 세습독재정권을 개혁∙개방과 바꿀 수 없다고 판단하고 주민을 속이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사회주의권 몰락의 원인이 사회주의체제의 비효율성과 비인간적인 착취와 억압에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제국주의 침략세력과 사회주의 배신자들의 음모 때문이라고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주의는 과학이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이 거짓 선전의 요체였습니다. 이런 선전논리를 제시한 것이 바로 이번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김정일의 노작들입니다. 현재 세계사회주의운동은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고사된 상태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김정일이 2001년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레닌 묘를 찾아간 것을 ‘혁명가의 도덕적 의리’로 부각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구 소련이 무너질 당시 소련 공산당의 철권정치에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정책을 지지하였으며 성난 군중들은 레닌 동상의 목에 밧줄을 걸어 넘어뜨렸습니다. 이것은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과 사회주의의 종말을 상징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김정일의 레닌 묘 방문을 ‘사회주의혁명가의 도덕적 의리’로 선전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역사적 실패 사실을 거부하는 것이며 김정일에 대한 개인숭배를 “도덕적 의리”로 포장해 ‘김씨 가문’의 독재정치를 연장해보기 위한 술책일 뿐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사회주의를 “인류의 미래이며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선전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유물사관의 입장에서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볼 때 북한체제는 마르크스와 레닌이 구상한 ‘사회주의’와는 정반대로 진화한 봉건왕조의 세습독재체제입니다. 인민주권은 말뿐이지 수령과 당으로 완전 이전되어 주민들의 권력과 권한은 전무합니다. 북한경제는 인민의 생산수단소유가 불가하여 생명을 연명할 정도의 식량을 소유하는 것 외에는 경제적 풍요를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회문화예술은 수령과 당의 업적을 기리고 숭배하며 찬양하는 활동밖에는 일체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런 ‘암흑체제’의 비극적인 현실을 숨기기 위해서는 “사회주의가 인류의 미래이자 이상”이라는 ‘사상적 마약’을 북한 주민들에게 쉴 새 없이 주입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노동신문이 ‘1990년대 김정일의 개혁∙개방 반대 정책과 사회주의 고수’를 찬양하는 기사를 수록한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오는 2월 16일은 김정일의 77회 생일입니다. 북한은 이 날을 ‘광명성절’로 명명하고 ‘태양절’과 함께 ‘최대 국경일’로 지정해놓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과거 업적을 찬양하는 선전활동은 김정일 생일을 전후해 더욱 활발하게 전개됩니다. 북한은 김정일이 구 소련과 동구사회주의권 몰락 당시 외부소식을 완전차단하고 극단적인 폐쇄정책을 실시한 가운데 세습독재권력을 유지해온 것을 최고의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모순과 비효율성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북한 주민 2백만여 명이 아사하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숨기고 세습독재정권을 영원히 유지해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주민들은 개혁과 개방 없이는 경제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기사가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주민들은 북한 정권의 실속 없는 선전과는 달리 진정한 개혁과 개방만이 북한체제가 존속될 수 있고 수십 년 동안 지속된 배고픔의 한(恨)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6.12싱가포로 미북정상회담이 끝나면 학수고대 해왔던 개혁과 개방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이런 염원은 김정은 정권의 ‘핵 보유’ 우선정책에 가로 막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주민들의 낙담은 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2차 미북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개혁과 개방을 전면 부인하는 과거 폐쇄정책과 사회주의 고수정책을 찬양하는 대외선전기사를 내보낸 것은 북한 주민들의 개혁과 개방에 대한 한 가닥 희망조차 짓 밟는 ‘심리적 고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