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3월 15일자 2면에 수록된 ‘인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일군’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일군들이 인민을 외면하면 당을 믿고 따르는 인민들의 신뢰심에 금이 가고 나중에는 당과 국가존립의 초석이 흔들리게 된다”며 일군들에게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철저한 체현자, 구현자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인민의 참된 충복, 심부름꾼, 혁명의 지휘성원으로서의 참된 일군이 되기 위해서는 ①고지식하고 성실하며, ②검소하고 청렴결백한 생활을 하고, ③인민을 보살피고 인민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뛰는 일군이어야 한다며 세 가지 ‘존경받는 일군상’을 제시했습니다. 모든 일군들은 당(黨)의 ‘인민관’을 뼈에 새기고 위대한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滅私服務)해 나갈것을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2019년 4월 10일 개최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 국가’라는 점을 강조한 이래, 김정은의 ‘애민사상’ 선전에 주력해왔습니다. 이번 기사도 같은 맥락에서 일군들에게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철저한 구현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일군들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하게 구현하지 못할 경우, “당과 국가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직설적으로 토로할 만큼 주민들에 대한 ‘민심다독이기’에 필력을 다했습니다. 일군들은 심장에 ‘인민’이라는 두 글자를 새기고 인민들이 바라고 좋아하는 일에 모든 것을 바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일군들은 “수령님과 장군님께서 하늘처럼 여기신 인민이 자기를 지켜본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말고 인민들이 찾고 의지하는 참된 충복, 심부름꾼으로 철저히 준비해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군들은 “당의 믿음을 저울질하고 눈치놀음이나 하며 평가받는 일에는 나서지만 책임져야할 때는 발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기사는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하게 구현하였으나 그들 밑에 있는 일군들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양 ‘허구의 각본’을 짜놓고 있습니다. ‘김씨 3대(代)’의 ‘애민 사상과 정신’을 부풀림으로써 김정은의 지도력을 유지 보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참된 일군상’으로 “고지식하고 성실한 일군, 검소하고 청렴결백한 일군, 인민의 이익과 편익을 위해 뛰는 일군” 이라는 세 가지 상을 제시하면서 이와 반대되는 일군의 잘못된 행태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일군 기강잡기’에 앞장섰습니다. 이런 ‘선무당 사람 잡기식’ 기강잡기 선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일군들의 잘못된 행태를 하나 하나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군의 직위는 “호강하는 벼슬자리”가 아니라고 운을 떼면서 “신성한 권력을 남용하여 특세를 부리거나 남다른 대우를 바라는 인간, 직권을 치부수단으로 삼고 비원칙적, 비계급적 행위를 하는 인간, 저 하나의 이속을 챙기는 인간, 안팎이 다르게 처신하는 인간, 사리사욕에 물젖고 관료행세하는 사람, 저 혼자 잘 먹고 잘살 궁리만하며 개인의 향략을 추구하는 사람”은 일군의 대오에 설 자리가 없다고 질책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기사는 북한의 일꾼들이 왜 이와 같은 부정부패와 무사안일, 관료주의타성에 깊이 물들어 있는 지에 대한 폭넓은 원인분석과 성찰, 그리고 대책이나 대안이 결핍돼 있습니다. 북한에서의 부정부패와 관료주의타성은 북한 사회주의독재체제의 기본성격과 구조에서 배태되고 있습니다. 수령 일인독재체제에서 정치적 혁신과 개혁은 아예 봉쇄돼 있습니다. 경제를 궁정경제와 군수경제, 인민경제로 분리하여 운영함으로써 부정부패가 싹틀 수 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관료조정에 의존하는 중앙계획경제는 무사안일과 불법탈법을 낳게 됩니다. 일군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질책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고 그에 맞는 해결책이 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일군들에게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철저한 체현자와 구현자가 될 것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그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인민들의 노력착취와 일방적 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인민대중제일주의의 핵심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①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②모든 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문구를 정치적 구호로 활용해 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라는 앞의 구호보다 “모든 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뒤의 구호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봉건적 독재세습체제에서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라는 구호는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없습니다. 이 구호는 인민들에게 세습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을 차단하기 위한 세뇌선동용 구호에 불과합니다. “모든 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구호는 모든 일은 인민을 앞세워 인민들이 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번 기사는 일군들에게 혁명의 지휘와 선전선동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주문하면서도 인민과 같은 위치의 역할수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요구는 북한의 내부 경제사정과 민심이반이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일군들에 대한 기강확립과 고삐조이기를 통해 인민들의 불만을 다독여 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일군들의 잘못된 ‘일본새’를 강도 높게 질책하며서 당과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주문은 북한 일군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이 특히 강조하고 있는 ‘인민대중제일주의’는 북한의 세습체제가 오로지 북한 인민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고, 북한의 인민은 하늘과 같은 대우를 받는 존귀한 대상인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만듭니다. 그러나 인민대중제일주의는 북한이 20세기 ‘공산당 선언’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김정일의 논문 ‘주체사상에 대하여’에서 철저하게 유린됩니다. 인민대중이 혁명과 건설의 주인이지만 당과 수령의 영도를 받아야만 성과를 이룰수 있다는 스탈린의 수령독재론이 수입되면서 인민은 주인이 아니라 수령의 노예로 전락된 것입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일군들에게 ‘수령론 폐지’ 없이 인민을 다시 주인으로 대하라는 이번 기사의 주문은 많은 혼란을 야기시킬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