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월 16일자 1면에 수록된 “당 제8차대회의 기본사상, 기본정신“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당 제8차대회의 기본 사상, 기본 정신은 “사회주의건설의 주체적 힘, 내적 동력을 비상히 증대시켜 모든 분야에서 위대한 새 승리를 이룩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더해, 기본사상과 정신에는 “현존하는 외부적인 도전을 가장 확실하게, 가장 빨리 격파할 수 있는 지름길이 밝혀져 있다”면서, 전체 일군들과 당원들, 근로자들은 기본 사상과 정신을 심장깊이 새기고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당 제8차대회의 기본 사상과 정신을 “내부적 힘을 전면적으로 정리정돈하고 재편성하며, 그에 토대하여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하면서 새로운 전진의 길을 열어나가는 것”이라고 재해석(再解釋)해 내놓았습니다.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 통치집단은 이번 당 대회에서도 제7차 당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인민경제발전 및 인민생활향상과 관련하여, 희망적인 ‘설계도’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이번 기사가 제8차 당대회 기본 사상과 정신은 제7차 당대회(2016.5.6-9)에서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제시한 “자강력제일주의”와 제7기 제5차전원회의(2020.12.28-31)에서 ‘전략적 노선’으로 언급한 ‘정면돌파전’을 대내외 정세변화를 반영해 손질하여 재활용하자는 것입니다. 기본 사상과 정신의 핵심인 “내부적 힘, 주체적 힘을 비상히 증대해야한다”는 주장은 “자강력제일주의”를 다른 말로 표현한 것입니다. 제8차 당대회 기본 사상과 정신이 지금으로부터 5년 전과 1년 전에 제시됐던 전략적 노선에 안주해, ‘경로의존적’ 변화에 머물렀다는 것은 조선노동당이 창의적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과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입니다. 북한체제가 발전적 전망을 갖기 위해서는 당 대회와 각종 회의의 빈번한 개최가 아니라, 올바른 비전세우기를 가로막고 있는 체제의 경직성과 폐쇄성을 무너뜨리는 일일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제8차 당대회는 “내부적 힘의 증대”가 절실한 일차적 이유를 “적대세력들의 반공화국 고립압살책동”과 무관하게 사회주의건설을 줄기차게 전진시켜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끊임없는 ‘부정적 강령’ 채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전체주의 독재자들은 ‘긍정적 강령’보다는 ‘부정적 강령’제시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재자들이 ‘부정적 강령’에 매달리는 이유는 ①대중의 무조건적인 충성을 이끌어 내는 데 효과적이고 ②지지자들을 아주 일관적이고 동질적으로 밀착시킬 수 있으며, ③제시과제에 대한 합의도출이 용이하고 ④공동행동집단을 견고하게 묶을 수 있기 때문 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기사 역시 “미국의 발악적인 공세와 추종세력들의 필사적인 압박봉쇄책동으로 대외환경은 건국이래 유례를 찾아볼수 없이 엄혹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이어 “내부적 힘을 강화해 나갈 때 사회주의건설을 전진시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해 ‘부정적 강령’ 만들기와 선전선동에 나섰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더 이상 ‘부정적 강령’을 대(對) ‘주민 신민화’를 위한 필수 ‘무기’로 활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런 ‘무기’를 남용했던 권력들은 모두 실패로 마감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북한이 “세계적인 핵강국으로 부상됨”으로써, 대국(大國)들이 “제멋대로 흥정하려들던 시대를 영원히 끝장냈다”고 단언했습니다.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선전을 하고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이번 제8차 당대회에서 핵무력고도화에 진력할 것임을 공언함으로써 ‘비핵화의 길’로 되돌아 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습니다. 그리고 당대회 종료 이틀 후인 1월 14일에 야간열병식을 열어, 핵무장력인 전략군종대를 내 보이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수중전략탄도탄’(북극성-5ㅅ)을 세계 만방에 과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당창건 75주년 기념 심야열병식에 이어 3개월만에 또 다시 핵무력을 위협하는 열병식을 개최한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핵무력 강화와 위협도발을 고려할 때, 이번 기사의 ‘대국간섭의 영원한 종식’ 선전은 ①대내적으로, 김정은의 핵무기개발 폭주에 따른 경제적 실패 책임을 희석시켜 정치사회적 안정을 도모하고 ②대외적으로는, 미국 차기행정부에 더 이상 ‘비핵화 협상’에는 응할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종의 ‘정신승리’에 심취한, 자아도취적 선전은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최근 두 번에 걸친 열병식에서 핵무력을 위협하고 나선 행태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강화는 물론 군사적 압박까지 불러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경제실패의 주 원인이 “그릇된 사상관점과 무책임한 사업태도, 구태의연한 사업방식”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제실패의 가장 큰 책임을 경제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은 이런 시대착오적 분석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정권이 내부자원을 핵무력고도화에 쏟아 부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지켜봤습니다. 인민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맨 먼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북한 은 핵무력고도화를 고집해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가슴은 새해 벽두부터 ‘책임떠넘기기식 경제실패분석’과 이번 당대회 총화보고에서 실패로 확인된 ‘경제노선’을 다시 채택하고 나선 ‘조선노동당의 만용’을 보면서, 북한체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수심으로 가득차 있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