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조직들과 일군들의 ‘행정경제사업지도’ 철저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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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2월 22일자 1면에 수록된 “당조직들이 경제사업에 대한 방향타 역할을 잘해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전원회의에서 제시한 올해 사업의 성과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당조직들이 방향타 역할을 실속있게 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년간에 행정경제일군들이 당의 경제정책을 철저하게 관철하지 못하는 결함을 나타낸데는, 각급 당위원회에서 당적지도를 바로하지 않고 당정책 관철의 조직자, 기수로서의 자기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당조직들은 ‘월생산총화’를 강한 사상투쟁의 방법으로 진행하며, 올해 과업을 무조건 수행하고 당대회의 권위를 백방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라며, 당의 경제개입을 강력하게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경제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당의 행정경제사업 지도’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점에서 올해 경제사업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을 것 같습니다. 관련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당조직들이 경제사업에 대한 방향타 역할을 잘해야 사업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고 더 큰 성과를 이룩할 수 있다”며 당중심경제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과업관철 투쟁은 수많은 애로와 난관을 동반”하고 있어, 모든 당조직들과 당일군들은 “올해 과업수행결과에 대하여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고, 올해 과업의 무조건 수행을 위해 피타는 사색을 기울이며 경제사업에 대한 당적 지도, 정책적 지도를 박력있게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당 일군들을 몰아쳤습니다. 이런 실천방법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습니다. 북한 경제가 실패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비전문가인 당 관료에게 경제건설의 기관차역할을 맡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조직의 경제에 대한 빈틈없는 지도와 개입의 강조는 북한 경제를 가장 폐쇄적인 ‘정치사상적 틀’내에 가두어 놓겠다는 것으로, 경제의 질식사를 자초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당조직들의 경제일군들에 대한 당적지도의 내용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적시해 놓고 있습니다. 당조직의 ‘시대착오적인 경제지도 역할’을 강도높게 주문하는 북한 통치집단의 ‘퇴행적 행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당조직과 일군들이 행정경제사업에 대한 지도에 나서야하는 이유를 “행정경제사업이 당정책적 요구에 맞게 정확하게 진행되도록 적극 밀어주며, 나타난 편향을 적시에 바로잡아 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조직들이 해야할 지도는 ①행정경제지도일군들이 생산자대중속에 들어가 당의 의도에 맞게 중심고리에 힘을 집중하여, 경제과업들을 철저히 수행하도록 이끌어 주고 ②기관안에 정연한 행정사업체계를 세워 행정적 지시가 아래에 거침없이 내려가고 정확히 집행되도록 하며 ③올해 전투목표를 기어이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경제조직 사업을 자립적으로, 창발적으로 드세게 밀고 나가도록 적극 떠밀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당조직의 경제현장 ‘감독과 개입’은 경제일꾼들의 과업수행에 방해만 될 뿐이라는 지적이 수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조직과 일군들의 ‘제일 사명’은 수령과 당정책을 결사옹위하는 것입니다. 모든 경제활동을 ‘제일 사명’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지도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목표달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최근 년간에 경제실패의 원인이 각급 당위원회들이 자기책임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데 있다고 지적해, 경제실패의 ‘당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당책임론’을 들고 나온 배경과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경제는 인민경제와 군수경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인민경제는 내각이 맡고 있지만 군수경제는 당소속 제2경제위원회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핵과 미사일, 잠수함과 같은 국방과 군수산업을 당이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군수경제는 북한판 ‘군산복합체’를 이루고 있으며 북한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북한 통치세력들은 모든 자원을 인민경제보다 군수경제에 우선적으로 배분합니다. 이런 북한 경제체제의 특성으로 볼 때 ‘경제실패의 당책임론’은 당조직의 인민경제 지도부실 지적을 넘어, 제2경제위원회의 군수경제 실적부진까지 염두에 둔 추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개발을 통해 얻어진 첨단기술을 산업발전에 접목한다는 경제·국방병진노선을 기본축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거듭된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실험도발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 이후 군수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북한경제의 중추를 이루고 있으면서도 침체일로에 있는 군수경제의 활로모색과 돌파구 마련의 의도에서 비롯된 질책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당조직들에게 ‘월생산총화’를 사상투쟁방식으로 진행하여 “생산자대중을 각성시키고 분발시키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실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최종적으로 국가소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주의경제체제입니다.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채택하면서 경제결정론을 거부하고 ‘경제에 대한 사상의 영향’을 강조해 사회주의경제의 기본성격에서 이탈했습니다. 김씨 일가 세습독재유지를 체제존속과 동일시하면서 수령이 경제노선과 정책을 결정하는 기형적 경제체제로 변질됐습니다. 사상투쟁방식의 ‘월생산총화’가 경제성과를 담보하는 ‘검증된 수단’인양 선전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총화가 아니라 기형적인 북한경제체제와 운영방식의 획기적 변화를 더 원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