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성과 빙자, 강도 높은 ‘정치사상전’ 전개 지시”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2월 26일자 1면에 수록된 “혁명적인 사상공세로 기적과 위훈창조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일으키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정은의 “대중을 당의 노선과 방침관철로 불러일으키는 정치사상대공세를 힘있게 벌려나가야 한다”는 말을 소개하고, 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빛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상사업을 확고히 선행시키고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를 들이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사상공세의 목표는 “대중의 심장에 충성과 애국의 불을 지펴 당대회결정관철에 총궐기, 총발동시키는 것”이라며, 모든 당조직들은 당원들과 근로자들에게 “총비서의 위대성과 불멸의 업적을 깊이 심어주기 위한 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하여 당중앙의 사상의지대로 사고하고 행동하게 해야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사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서, 정치사상사업을 역동적으로 벌려야, 당 제8차대회 결정관철 투쟁에서 확실한 전진을 이룩할 수 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관련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변천된 시대 무거운 혁명과업은 “인민대중의 사상정신력을 비상히 높여나갈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호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닥친 ‘절박한 혁명과업’은 대중에 대한 정치사상사업이 아니라, 유일사상을 해체하는 사업이어야 합니다. 사상 해방없이 경제회복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혁명적인 사상공세야 말로 무에서 유를 낳고 그 어떤 불가능도 가능으로 전환시키는 기적 창조의 위력한 무기라는 것이 장구한 조선혁명의 역사적 총화”라면서, “보총에도 사상을 만장약하면 그 어떤 현대적인 무장장비보다 더 큰 위력을 낼 수 있다는 우리 당의 지론은 과학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제일군들과 근로자들이 주어진 경제과업을 이룩하기 위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라는 주장은 일리 있지만, 이미 주어진 과업실천에 매진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강도 높은 사상교양’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창의적인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 자율성의 보장입니다. 사상이 경제성과도 결정한다는 식의 주장은 ‘경제결정론’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사회주의원칙에서도 벗어날 뿐아니라 북한이 앞으로 지향해야할 ‘개혁사회주의’나 ‘시장사회주의경제’와는 정면배치되는 주장입니다. 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성과는 ‘사상결정론’을 폐기하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사회주의건설의 값비싼 승리와 성과”들은 “사상중시영도의 고귀한 결실”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북한체제가 전반적으로 ‘경제결정론’에 근거해 있으면서도, ‘사상결정론’을 앞세우고 있는 그 ‘이중성’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사회주의혁명과 건설”을 밥 먹듯이 외쳐댑니다. 전형적인 사회주의의 ‘경제결정론’(토대결정론)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체의 사상론’을 지도이념으로 채택하면서부터 물질보다 ‘사상의 선차성’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사상과 물질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특정 현상을 이끌어 가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인 사고일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통치집단은 물질과 사상의 영향력에 관한 균형잡힌 시각을 정립하고 체제발전과 운영에 적용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세습 독재정권의 존속’을 불변의 독립변수로 고정시켜 놓고, 주객관적인 정세의 유불리에 따라 ‘경제결정론’과 ‘사상결정론’을 불러내 수령독재를 합리화 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중성의 남발은 ‘해법찾기’를 가로막을 뿐입니다. 회생불능의 북한경제를 ‘사상’이 건져낼 수 있다는 주장은 사기에 가까운 기만입니다. 더욱이 ‘주체의 사상론’은 수령독재합리화이론이지 경제발전이론은 아닙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경제성과를 위한 사상전”보다, “당의 영도체계 확립과 총비서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정치사상전”의 중요성을 더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당과 총비서 결사옹위에 매달리고 있는 그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아시는 바와 같이 이번 사설은 올해 경제성과 달성을 강조하면서도 “총비서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철저히 확립하고, 총비서의 위대성과 불멸의 업적을 당원들과 근로자들속에 깊이 심어주기 위한 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하라”고 해, 경제성과와는 상관없는 정치사상전을 강력하게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총비서동지의 절대적 권위와 안녕을 견결히 옹호보위하는 것을 제일생명으로 여기고 충성의 일편단심을 빛내어 가도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주장은 이번 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인민경제의 진정한 회생이나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계획이 아니라 독재정권 안정을 위한 ‘정치적 기만계획’이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그리고 북한 통치집단이 현재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3대 세습독재정권을 심중으로 결사보위하는 일 외에 그 어떤 새로운 일도 더 이상 도모할 수 없는 사면초가의 무력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패배주의, 보신주의, 단위특수화, 본위주의”를 경제건설의 장애요소로 지목하고, 이들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사상전을 강도 높게 전개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사회주의역사에서 권력기관과 특수기관들의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가 치유된 적은 없었습니다. 경제일군들의 보신주의와 패배주의 역시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이런 폐단들이 ‘개인능력’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경제시스템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항에 가두어 놓은 물고기보고 왜 바다에 사는 물고기 처럼 크지 못하느냐고 다그치는 것과 같습니다. 치유의 순서는 개혁개방이 먼저입니다. 주민들은 사회주의경제 폐단의 근본 원인을 수십년간 모르쇠로 일관하는 통치집단의 위선에 실소를 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