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3월 3일자 1면에 수록된 “사회주의경쟁은 경제건설을 추동하는 위력한 수단”이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사회주의경쟁을 “노동생산능률을 높이며 생산과 건설을 더 한층 빨리 밀고나가기 위하여 근로자들사이 또는 집단들사이에 서로 돕고 이끌면서 진행하는 경쟁운동”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사회주의경쟁은 “당의 전통적 사업방식”으로 “경제활성화와 생산성장을 이룩하는 데서 중시해 왔다”면서, “사회주의경쟁을 떠나서 노동당시대의 일대 전성기를 펼쳐놓은 긍지 높은 역사에 대해 생각할 수 없다”고 선전했습니다. 이어서 “대중의 일욕심, 분발심을 더해주고 비상한 사업능력과 열정을 낳게 하는 것이 사회주의경쟁운동”이라면서, “부문별, 단위별, 지역별로 맹렬히 벌어질 때 사람들의 승벽심은 비상히 승화되고 누구나 수준과 능력, 잠재력의 한계를 초월하여 분투하게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사회주의경쟁열풍’이 ‘전통적인 경제건설방법’이라고 강조해, 마치 역사적으로 그 효율성이 입증된 방법인 양 왜곡했습니다. 과거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인데요. 관련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노동당시대의 일대 전성기를 펼쳐놓은 긍지 높은 역사에 대하여 생각할 수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또한 “위대한 수령님의 호소를 높이 받들고 천리마대고조(1956.12)를 일으킨 전세대들처럼, 경애하는 총비서동지를 위하여 고동치는 충성의 심장으로 전설의 천리마를 다시 한번 불러오자, 이것이 황철(평북 황해제철소) 노동계급의 피끓는 애국의 호소”라며, 1950년대 후반 ‘사회주의경쟁’인 천리마운동을 상기시켰습니다. 이어서, 지난해 피해복구건설과 관련해 “불과 몇 달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그 처럼 방대한 공사를 수행한다는 것은 보통의 상식과 수학적 타산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었다”고 말해, ‘사회주의경쟁’이 경제계획 목표달성의 핵심수단임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경쟁’은 어디까지나 북한 식 ‘경제건설방법’일 뿐이며, 오늘날에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가장 원시적이고 비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사회주의경쟁은 서로돕고 다같이 전진하는 대중적 혁신운동”으로,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생존경쟁과는 다르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경쟁은 그 본질이 ‘노동력 착취’입니다. 이런 ‘왜곡선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은 ‘사회주의경쟁’이 ‘국가주도의 노동력 착취’라는 본질을 감추기 위해 여러 요설을 앞세웠습니다. 먼저 “사회주의경제는 모든 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대규모의 집단경제”로, “어느 한 부문이나 개별적 단위의 발전만 지향해서는 경제를 전반적으로 추켜세울 수 없으며, 종당에는 앞섰던 부문과 단위의 전망적 발전도 그르치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모든 부문, 모든 단위들이 서로 협조하고 다같이 전진할 때만이 인민경제전반이 활성화되고 개별적 단위들의 발전도 확고히 담보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통치집단은 지난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경제발전 5개년계획’에서, 핵무기고도화를 위한 “국방공업” 우선발전을 선언해, “모든 부문, 모든 단위들의 다 같은 전진”을 배제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주민들의 노동력 착취를 극대화하기 위한 ‘거짓선전’을 당장 멈추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경제건설 5개년계획 목표’가 인민경제의 “재정비와 정상화”임을 재확인하고, 내부역량에 의존한 목표실현을 강조했습니다. 인민경제의 “재정비와 정상화” 기간을 장기적으로 설정한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경제의 하강은 지금으로 부터 40년전인 1980년대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원인은 김일성이 1970년대까지 한반도를 무력으로 통일하겠다는 야심에 따라 인민경제를 저버리고 한국침략에 필요한 무기생산과 전쟁준비에 경제력을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인민경제는 김일성의 잘못된 무력통일정책과 비효율적인 경제계획 추진으로 인해 기울게 됐던 것입니다. 김일성의 “총대중시, 무력중시”정책은 김정일의 선군정치로, 김정은의 핵무력고도화 정책으로 계승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은 헤어나올 수 없는 도탄에 빠지게 됐습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제8차 당대회가 ‘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목표를 인민경제의 ‘재정비와 정상화’ 정도로 낮게 잡은 것은, 북한 주민들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없습니다. 김정은 정권 10년 동안 인민경제는 ‘고난의 행군시기’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5년간의 경제발전목표를 ‘재정비와 정상화’로 설정한 것은 주민들의 경제적 삶이 지난 10년간의 ‘처참한 경제수준’ 이상을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선언한 것입니다. 이런 이유는, 무력을 최후 수단으로하여 ‘한반도 전체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삶 정도는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는 북한 통치집단의 ‘비인민적이고 몰인권적인 사고’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민경제 향상은 무력증강의 허황된 꿈을 접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경제성과가 “대중의 정신력을 어떻게 발동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집단은 자력갱생을 경제발전노선으로 채택한 이래 주민들의 ‘노동력’을 경제발전의 핵심수단으로 삼아왔습니다. 그 결과 1950년대에 천리마운동, 1960년대에 새기준·새기록창조운동, 1970년대에 3대 붉은기 쟁취운동, 1980년대에 속도전, 1990년대에 제2의 천리마대진군, 김정은 시대에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이 전개됐습니다. 지난 70여년 동안 계속된 북한의 사회주의경쟁과 속도전은 북한경제를 제자리에서 맴돌게 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도돌이표 경제건설방법’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